도이치 ‘전주’, 주가조작 방조 혐의 유죄…“金 수사 영향줄 듯”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은 12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 씨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에서 “정범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도 이를 용이하게 방조했음이 인정된다”며 손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 원이 선고되는 등 피고인 9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권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여간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2000원대였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8000원대까지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권 전 회장 등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공범으로 기소된 손 씨는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손 씨의 공소장을 변경해 방조 혐의를 추가했고, 2심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판단과 같이 김 여사 계좌 3개가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5단계의 주가조작 시기 중 1단계인 2009년 12월~2010년 9월은 공소시효 만료로, 2단계 초반부터 5단계 시기인 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7일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1심 판단도 유지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가 포함된 시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12일 손모 씨의 주가 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선고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해 2월 1심은 손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찰이 추가한 방조 혐의가 일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 조작에 동원된 점도 1심과 같이 인정했다. 법조계에선 여권과 대통령실이 손 씨에 대한 1심 판결을 근거로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해왔고, 김 여사도 손 씨와 비슷한 전주 역할을 했던 만큼 “검찰이 방조 혐의로라도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김건희 닮은꼴’ 전주도 유죄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항소심의 최대 쟁점으로 거론된 손 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 씨는 애초 주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도중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방조 혐의가 일부 인정되면서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손 씨에 대해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주식)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인정했다. 다만 김 여사의 공모 여부를 언급하진 않았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 여사도 재판에 넘겨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김 여사) 이름이 있다고 주가조작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김 여사보다 거래량이 10배가량 많고 관련자와 거래가 많아 기소된 손 씨도 이미 전체 무죄가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씨가 무죄라 김 여사도 무죄’라는 여권과 대통령실의 주장은 이날 판결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방조 행위는 범행 준비나 범행 사실을 알면서도 그 범행이 실행 가능하도록 지원한 행위를 말한다”며 “방조범은 범행이 인정되는 범위가 공범보다 넓다는 점에서 김 여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검찰이 김 여사가 13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고 보고 있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2022년 12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거래소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김건희(약 13억9000만 원)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약 9억 원)이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23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손 씨의 경우 검찰은 1억966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여사가 기소될 경우 법원이 김 여사의 가담 정도가 더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 “공소시효 남아 있어”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주가조작 시기를 5단계로 나눠 각각 시세조종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가운데 1단계인 2009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2단계 초반부터 5단계 시기인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 사이의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1심 판단도 유지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이뤄진 주식거래를 포함하는 시기다.
손 씨 외에 나머지 피고인 8명도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주가조작 전반을 주도한 권 전 회장에겐 1심(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 원)보다 무거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와 오랜 친분관계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시세조종을 이끈 혐의를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서 로비 창구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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