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2025-2026시즌 주포 레베카 라셈(Rebecca Kay Latham, 만 28세)이 터키 1부 리그 술탄라 리기 소속 괴즈테페 SK에 입단했다. 괴즈테페 SK는 6월 9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그리스, 미국, 한국의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에서 활약한 1997년생 레베카 라셈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직전 시즌 V리그 정규리그 36경기 전 경기 출전, 누적 746득점에 공격 종합 성공률 41.19%를 기록한 선수가 재계약 없이 리그를 떠나는 구조다. 2021년 IBK기업은행 소속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가 중도 계약 해지로 떠난 뒤, 해외 리그를 거쳐 흥국생명으로 돌아와 완전히 다른 숫자를 찍었음에도 재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 무대에서의 두 번째 도전이 마무리되는 방식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다.

레베카 라셈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으로, 덴버대학교에서 대학 배구를 했다. 2018시즌 덴버대에서는 30경기 전 경기 선발 출전, 팀 내 최다 358킬·391득점을 기록했고, 서밋리그 올리그 팀과 토너먼트 팀에 두 차례 이름을 올렸다. 대학 졸업 후 2019년 이탈리아 Futura Giovani Busto Arsizio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V리그에 처음 도전한 것이 2021-2022시즌이었다.
당시 IBK기업은행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6순위로 레베카를 지명했다. 할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쿼터로 주목받았고, 192cm의 신장과 파워를 앞세운 아포짓 스파이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14경기 47세트 출전, 199득점, 공격 성공률 34.82%에 그쳤다. 팀 내부 상황과 성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달리 산타나(푸에르토리코)와 중도 교체되며 시즌 도중 한국을 떠났다.

이후 레베카는 그리스 리그(ASP Thetis, AO Markópoulo)와 미국 Athletes Unlimited, 푸에르토리코 Mets de Guaynabo 등을 거치며 주공격수 역할을 이어갔다.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는 MVP를 수상한 이력도 있다. 그렇게 리그를 옮겨가며 쌓은 경험치를 들고 2025년 V리그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다시 나섰고, 전체 7순위로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으며 4년 만에 한국 무대에 재입성했다.
2025-2026시즌 레베카의 흥국생명 성적표는 첫 번째 V리그 시도와 비교해 수치부터 달랐다. 정규리그 36경기를 141세트 전량 출전하며 누적 746득점으로 리그 득점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 종합 성공률 41.19%는 리그 5위, 오픈 종합 성공률 39.52%는 3위, 퀵오픈 성공률 49.46%도 3위였다. 4라운드에서는 6경기 141득점, 경기당 평균 23.5점, 오픈 공격 성공률 47.1%를 기록하며 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은 2025년 12월 27일 GS칼텍스전의 34득점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중반까지 흥국생명 공격의 중심축을 맡았고, 팀이 시즌 전 최하위권 전망을 뒤집고 정규리그 4위로 봄배구에 진출하는 데 공격 기여도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준플레이오프(GS칼텍스전)에서는 1세트 선발 명단에서 빠진 뒤 교체로 투입됐다. 해당 경기 개인 성적은 23득점, 공격 성공률 50%였지만 팀은 1-3으로 패해 탈락했다. 풀시즌을 소화하며 누적된 체력 문제와 경기력 기복이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드러난 셈이었고, 결국 흥국생명과의 2026-2027시즌 재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레베카가 떠난 자리는 쿠바 국적의 옌시 킨델란이 채울 예정이다.
한편 레베카가 새롭게 합류하는 괴즈테페 SK는 2024-2025시즌까지 터키 2부 리그 소속이었다가 직전 시즌 1부 리그 술탄라 리기로 승격한 팀이다. 2025-2026시즌에는 터키컵 5위, 리그 11위를 기록했다. 막 1부 리그에 올라온 팀에서 레베카는 공격의 핵심 외국인 자원으로 역할을 맡게 된다.

정규리그 36경기 전 경기 출전, 누적 746득점, 득점 6위. 숫자만 보면 외국인 주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시즌이다. 그럼에도 재계약이 불발된 것은 V리그 외국인 선수 계약 구조에서 "기록"보다 "경쟁력"이 더 무거운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리그 상위권 외국인 에이스들과 비교했을 때의 폭발력,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의 지속력, 체력 관리 — 이 세 가지가 흥국생명이 재계약 대신 옌시 킨델란을 선택한 이유로 읽힌다.
레베카 개인의 서사도 흥미롭다. 2021년 중도 계약 해지로 한국을 떠난 선수가 4년 뒤 돌아와 746득점을 찍었다는 것 자체는 성장의 증거다. IBK 시절 공격 성공률 34.82%에서 흥국생명 시즌 41.19%로 올린 것은 단순한 숫자 개선이 아니라 선수로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해외 리그를 전전하며 쌓은 경험이 두 번째 한국 도전에서 실제 기록으로 연결됐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 성장이 터키 2부에서 1부로 막 승격한 괴즈테페 SK로 향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새 무대에서의 재도전이다. 술탄라 리기는 세계 상위권 배구 리그 중 하나로, 경쟁 강도는 V리그 못지않다. 리그 11위 팀의 주포 외국인 자원으로 풀시즌을 소화하면서 레베카가 자신의 과제로 남은 체력과 승부처 지속력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레베카 라셈은 한국 무대에서 두 번 뛰었고, 두 번의 결말은 달랐다. 첫 번째는 중도 이별, 두 번째는 746득점 후 재계약 불발. 숫자는 분명히 성장했지만 그 성장이 한국에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제 무대는 터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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