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증시는 어디로…與 승리에 ‘정책 랠리’ 기대, 과열 경고도 커진다

김태준 기자 2026. 6. 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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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개혁·코스닥 부양책 속도 기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수 하단 지지
금리 인상·단기 급등 피로감은 변수
(출처=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거 이후 국내 증시의 향방을 둘러싼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권에서 9000선 돌파를 넘보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만스피'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한 만큼 선거 이후 정책 기대가 차익실현의 빌미로 바뀔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11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의힘은 1곳 우세, 4곳은 경합으로 분류됐다. 선거 결과가 이 흐름대로 확정될 경우 집권 여당은 중앙정부와 지방권력 양쪽에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증시가 주목하는 지점은 정치적 승패 그 자체가 아니라 선거 이후 정책의 속도다. 자본시장 개혁, 저PBR 해소, 소액주주 보호, 코스닥 부양, 기업 밸류업 정책이 여권 주도로 본격화될 경우 국내 증시는 한 차례 더 정책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 정책 모멘텀은 호재…자본시장 개혁 속도 붙나

여당 압승이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주목받을 분야는 자본시장 제도 개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불공정거래 피해자 구제, 상장사 인수·합병 과정의 공정가액 적용, 공시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저PBR 기업의 주주환원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왔다.

특히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선거 이후 더 강하게 추진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내 증시는 그동안 낮은 배당성향,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소액주주 보호 미흡,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할인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여당이 지방권력까지 장악할 경우 이러한 제도 개혁이 입법·행정 양면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코스닥 부양책도 주요 변수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코스피가 급등하는 동안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민성장펀드, 혁신기업 자금 공급, 코스닥 대표지수 개선,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 등을 추진할 경우 하반기에는 대형주 중심 장세에서 중소형 성장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다.

다만 정책 기대만으로 지수가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 선거 결과와 정책 기대를 선반영했다면, 선거 이후에는 오히려 "무엇이 실제로 실행되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기대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정책 랠리는 짧은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 반도체·수출은 증시 버팀목…'실적 장세' 근거는 여전

증시의 기초체력은 아직 견고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국내 증시를 밀어 올린 가장 큰 동력은 반도체와 수출이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실적 기대를 키우고 있다.

수출 지표도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5월 무역수지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고, 수출 증가세가 국내 경기 회복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와 다르다. 과거에는 금리 인하 기대나 개인투자자 유입이 증시를 밀어 올렸다면, 지금은 반도체 업황 회복과 수출 개선이라는 실적 논리가 결합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가에서는 조정이 오더라도 추세적 약세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쏠림이다.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대형주와 일부 AI·전력·로봇 관련주에 집중되면서 시장 내부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권에 있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수익률은 종목별로 크게 갈린다. 선거 이후 정책 모멘텀이 코스닥과 저평가 업종으로 확산되지 못하면 지수는 오르는데 체감 경기는 나빠지는 '증시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 금리 인상·차익실현은 부담…선거 이후 '속도 조절' 가능성

가장 큰 변수는 금리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통화정책의 방향은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21개 의견 중 19개가 인상 쪽에 몰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금리 인상은 증시에 직접적인 부담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 이익의 현재가치를 낮추는 할인율이 상승하고,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부담도 커진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는 반도체, AI, 로봇, 전력 인프라 등 성장 기대가 큰 업종 중심으로 급등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할 수 있다.

단기 급등 피로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코스피가 짧은 기간에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선거 결과 확인 이후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치 이벤트는 기대가 형성되는 구간에서는 호재가 되지만, 결과가 확인된 뒤에는 '뉴스에 파는' 장세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선거 이후 증시를 낙관 일변도로 보기보다, 정책 모멘텀과 금리 리스크를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자본시장 개혁 기대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더라도, 금리 인상과 쏠림 심화, 신용융자 부담이 겹치면 단기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방선거 이후 증시는 세 갈래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 여당이 자본시장 개혁과 코스닥 부양책을 얼마나 빠르게 구체화하느냐. 둘째, 반도체 실적 개선세가 실제 이익 전망 상향으로 이어지느냐. 셋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되느냐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증시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정책 기대가 실적으로 연결되면 코스피 9000선 돌파와 추가 상승 시나리오는 여전히 열려 있다. 그러나 기대가 과열을 키우고 금리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면, 선거 이후 시장은 환호보다 냉정한 선별 장세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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