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돼지우리서 지내다 숨진 태국인…시신 유기한 농장주 [사건 속으로]
10년간 한 농장서만 일…월급 대부분 가족에 송금
열악한 숙소 등 근로환경 논란…“유족에 죄송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돼지농장에서 근무하던 태국인 노동자가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농장주가 지난 12일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0대 농장주 A씨는 법정에서 “평생 속죄하고 살아가겠다”며 거듭 사죄했다.
지난해 3월4일 오후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 돼지농장 인근 야산, 한 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에 앞서 태국 국적 60대 남성 B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A씨의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B씨가 한참 연락이 되지 않자 동향의 지인이 신고한 것이다. 위치추적 결과 B씨의 휴대전화는 거주지에 위치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농장 뒤 언덕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의 사체가 발견된 곳 옆에는 돼지 사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시신을 유기한 인물은 B씨가 10여년간 일하던 돼지농장의 주인이었던 A씨였다. A씨는 같은해 2월28일 기숙사 부엌 바닥에서 B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 트랙터를 이용해 야산으로 시신을 옮겨 숨겼다. B씨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100m 근방엔 A씨 소유의 초록색 트랙터가 놓여있었다.

2013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해당 농장에서만 일하던 B씨. 그렇게 10년에 걸친 타국 생활은 비극으로 끝났다. B씨의 가족은 과거 양계장을 운영했다가 조류독감으로 타격을 입은 뒤 큰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이후 B씨는 한국에서 10년간 일하며 돈을 갚아왔고 사망했던 달 20일에 귀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건강 문제로 숨졌으며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당시 불법체류자의 근로 환경 문제를 재점화시키며 논란이 됐다. B씨는 10년간 고국에 한 번 가지 못한 채 돈사 내부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는 1000여마리로, 이 중에는 90여마리는 모돈(어미 돼지)이었다. B씨는 돼지농장 전체의 분뇨를 처리하는 고된 일부터 밤낮으로 모돈을 돌보고 출산 등을 관리하는 까다로운 일까지 도맡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처음에는 매달 100만원 초반대 급여를 받았고, 숨지기 직전에는 180만원 정도 받았다고 한다. 이 중에서 담배와 커피값 정도만 남기고 대부분을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체유기 과정에서 아버지인 A씨를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원심 형이 가볍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후 지난 12일 의정부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황영희)는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C씨에게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사람 죽은 걸 처음 봐서 겁도 나고 당황도 했다. 그날 술을 과하게 마셨는데, 아들이 신고하자는 걸 취해서 제 마음대로 했다.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유가족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 평생 살아가면서 속죄하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포천시는 해당 사건 이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농축산업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지원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지역 내 농장주와 협력해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 개선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B씨의 유족들은 B씨가 생전 농장주 가족들과 원만하게 지냈으며 밀린 임금도 없었던 것을 확인, 감정적인 부분을 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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