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중’ 시대 야구단은 돈방석?…10개 구단 재무제표 뜯어보니

박종오 기자 2024. 9. 17. 12: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KBO리그는 전날 누적 1천2만758명으로 사상 첫 1천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840만명 넘는 관중이 입장하며 올 시즌 사상 첫 1천만 관중 돌파를 바라보고 있어서다.

역대급 인기에 힘입어 야구단의 경영 실적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눈에 띄는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그룹 지원 없이 ‘홀로서기’가 어려운 국내 야구단의 취약한 기존 재무·수익 구조 때문이다. 10개 구단의 재무제표를 살펴봤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KBO리그는 전날 누적 1천2만758명으로 사상 첫 1천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정규리그 ‘1위 야구단’도 적자

지난해 정규 리그 6위에서 올해 1위로 뛰어오른 기아타이거즈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454억원, 영업적자는 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해 전에 견줘 매출과 영업손실 모두 줄었다.

재무 상태만 보면 주식회사 기아타이거즈는 ‘한계 기업’에 가깝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는 112억원으로 유동자산(54억원)의 2배가 넘는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기아타이거즈는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30억원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주주들이 낸 자본금을 몽땅 까먹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야구단 운영이 가능한 건 구단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기아 덕분이다. 기아타이거즈는 기아의 홍보와 광고를 해주는 대가로, 기아가 구단 손실을 전액 보전해 주는 약정을 맺고 있다. 실제 기아가 지난해 타이거즈에 지원한 금액은 140억원에 이른다. 모회사 지원이 없었다면 적자가 대폭 불어났으리란 뜻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엘지(LG)트윈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엘지트윈스 매출액은 2022년 557억원에서 지난해 821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비용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지난해 영업적자(매출액-영업비용) 16억원을 기록했다.

엘지트윈스가 구단을 운용하며 쌓은 누적 손실 규모(결손금)는 지난해 말 기준 234억원에 이른다. 엘지트윈스는 2022년 100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냈으나, 일회성 자산 처분 이익을 반영하며 간신히 당기순손실을 모면한 바 있다.

‘부업’으로 적자 메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구단들은 야구 사업 외에 부업도 많이 한다. 모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떼어와 적자를 메우는 셈이다.

삼성라이온즈는 서울 서초동 삼성레포츠센터를 운용하며 수입을 얻는다. 이 레포츠센터는 과거 구단 소유였지만, 삼성생명에 매각한 뒤 다시 빌려 쓰고 있다. 삼성라이온즈의 레포츠 사업부 매출액은 지난해 185억원으로 전체 구단 매출의 4분의 1 남짓에 달한다.

두산베어스는 2018년 야구단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 두산으로부터 보험 대리점 사업을 넘겨받았다. 두산그룹 직원들에게 보험 가입을 알선하고 보험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두산베어스의 지난해 보험 판매 수입 수수료는 34억원으로 야구 입장료 수입(134억원)의 4분의 1 정도였다.

이 같은 그룹 지원과 부업에도 한계는 있다. 이마트가 2021년 인수한 에스에스지(SSG)랜더스의 회계 감사인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이렇게 써 놓았다.

“2023년 말 현재 유동부채(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유동자산(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181억원만큼 초과해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연합뉴스

리그 꼴찌여도 이익은 ‘일등’

이처럼 ‘적자 기업’인 국내 야구단을 재벌이 유지하는 건, 그룹 총수의 애착 또는 구단의 상징성, 이미지 제고 효과 때문이라고 각 그룹은 설명한다.

올해 수차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이글스 구단주이면서 구단 지분 10%를 개인이 직접 보유하고 있다. 국내 10개 야구단 가운데 개인 주주가 있는 건 한화이글스와 키움히어로즈 뿐이다.

삼성라이온즈의 경우 제일기획이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씨제이(CJ)제일제당(15.0%), 신세계(14.5%) 등도 2·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범삼성가가 분리되기 이전의 흔적이 야구단 주주 구성에 남아있는 셈이다.

서울 잠실야구장. 연합뉴스

국내 구단 중 실적이 가장 괜찮은 건 지난해와 올해 정규 리그 순위 10위에 머무르는 키움히어로즈다. 키움히어로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641억원,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각각 70%, 502% 급증했다. 키움히어로즈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해야 했던 2020년 이후 3년(2021∼2023년)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 중인데, 특히 지난해 매출과 이익 증가폭이 두드러지게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이정후 선수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이적으로 대규모 이적료 수입이 구단 매출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