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金여사 ‘공적 지위’ 없는 사람”… 대통령실 “비선은 없어”
용산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
다음주 초 尹-韓 독대하기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김건희 여사에 대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직접 ‘김건희 라인’을 언급하며 김 여사가 영부인 신분으로 대통령실 업무 등 공적 영역에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냐’는 취지의 물음에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전날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직접 ‘김건희 라인 경질’을 요구한 것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른바 “일곱 간신”을 거론하며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실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지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떠돌던 여사 라인에 대한 소문이 전면적 문제 제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애초 정리를 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반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사 라인이 어디 있느냐”며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 오는 게 아니다”, “겉치장에만 신경 쓰면서 분열과 갈등을 심는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에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 주 초 이른 시일 내에 독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김건희 라인’ 인적쇄신 요구에, 용산 “잘못된게 뭐 있나” 일축
‘내주초 尹-韓독대’ 밝힌 날 정면충돌
대통령실 “유언비어 휘둘려선 안돼”… 권성동, 韓에 “도곡동 7인회 쇄신을”
친윤, 재보선 韓 책임론 움직임에… 친한선 “선거 지길 바라나” 발끈
“속 타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의)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다. 자꾸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얘기하는 유언비어 같은 얘기에 휘둘리지 말라.”(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김 여사를 정면 겨냥해 사실상 ‘김건희 라인’ 경질을 요구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여사 라인이 어딨나.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그런 조직은 없다”고 발끈하면서 윤-한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제기한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에 대해 “인적 쇄신? 뭐가 잘못된 게 있나”라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이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 주 초 빠른 시일 안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를 하기로 했다고 밝힌 날 한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 일정과 관련해 “만남 자체가 언제고 뭐고가 중요한 내용인가. 일정에 대해 제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한 대표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특히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김건희 리스크’로 인해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친윤계는 ‘한동훈 책임론’을 띄우는 모양새다. 이에 여당 고위 관계자는 “친윤은 재·보궐선거에서 지기를 바라냐.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 용산 “인적 쇄신? 잘못 된 게 있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제기한 ‘김건희 라인’ 경질 요구에 대해 “김대남 전 행정관과 같은 이런저런 사람의 유언비어 같은 얘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에게 ‘탄핵 공포 마케팅을 한다’고 지적한 한 대표를 향해 “(한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뻔한 수작에 당하면서도 ‘난 달라’ 고매한 척하고 있으니 측은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가 인적 쇄신을 요구한 김 여사의 이른바 ‘일곱 간신’을 빗대선 “저를 겨냥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론을 꺼내든 알량함에는 비애감마저 느낀다”며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 정도라면 인적 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인 것 같다”고 받아쳤다. 한 대표의 집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다. 대표실은 “허위사실로 음해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친윤 진영에선 한 대표의 강경 발언이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불쾌하다는 기류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자꾸 싸움을 일으켜 재·보궐선거에서 지더라도 책임을 안 지고 본인만 살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도 “선거에서 이기면 5번이나 내려가서 승리했다고 하고, 지더라도 민심에 걸맞은 이야기를 했다고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與 고위 “친윤은 선거에서 지길 바라나”
한 대표는 친윤계의 비판에 대해 “비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외부가 아닌 여당 대표가 (김 여사 라인 경질을) 이렇게 요청해 대통령이 수용해 변화와 쇄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김건희 여사 라인’에 대해 “이들이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다’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고 밝혔다. 신 부총장은 또 정진석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비선정치를 하지 말라’는 군기 잡기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명태균 씨 논란으로 불거진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이 텃밭인 금정구 보궐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여당 지도부 인사는 “김대남 전 행정관 논란에 명 씨까지 등장하면서 민심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금정구, 인천 강화군 선거에서 한 곳이라도 내 줄 경우 한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달 내내 대통령 부정평가가 70%를 오르내리는데 용산에서는 타조가 모래밭에 머리를 처박고 있듯이 아무것도 안 한다”며 “책임을 물을 주체가 어디인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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