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판 '나는 솔로'가 저출생 대책? "지자체장 홍보 사업"
[2024 국정감사] 여가위, 저출생 극복 내건 지자체판 나는 솔로 사업 비판
여성가족부 차관 "근본적이지 않은 저출생 대책은 빛 좋은 개살구"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미혼 남녀 만남 주선 사업을 저출생 극복·결혼문화 장려 등을 위해 추진하는 가운데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일명 '지자체판 나는솔로'에 세금을 사용하는 게 저출생 극복에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성 참가자가 모집되지 않아 공무원을 차출한 경우도 드러났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6월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저출생 대책으로 미혼남녀 만남 사업을 세금을 들여 진행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행사 관련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공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저출생 대책인지 검증하지 않은 채 결혼정보회사가 할 일을 지자체가 대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각 지자체에서 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최소 30곳(광역단체 2곳, 기초단체 28곳)에서 34개의 미혼남녀 만남 행사를 진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에 “이는 최소 수치로 미혼남녀 행사가 있지만 제출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예로 미디어오늘이 지난 6월 확인했던 전남 고흥군은 올해 2500만 원을 들여 '솔로엔딩 그대에게 Go~'라는 행사를 추진했지만 이 의원실에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공지능(AI)를 이용한 지자체도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AI 맞썸다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변 시군 사람들을 대상으로 AI 시스템을 통해 성향을 분석하고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매칭시켜 미혼남녀의 만남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지난 2022년엔 1억5000만 원, 2023년 745만 원, 2024년 900만 원이 집행됐다. 그럼에도 매칭률은 높지 않았다. 참여인원은 2022년 64명, 2023년 79명, 2024년 26명이 참여했는데 매칭은 각각 2022년과 2023년 각 1건이었고 2024년에는 한건도 매칭되지 않았다. 이중 결혼까지 간 커플은 없었다.
이연희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자체에서 소개팅 사업을 저출생 대책이라고 하고 있는데 경북의 한 지자체에서 미혼남녀 만남 주선 행사에 여성 공무원이 차출돼 논란이 됐다”며 “서울시는 11월 달에 미혼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소개팅 사업을 하는데 소개팅 사업에서 실제 결혼한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느냐”고 신현숙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물었다. 신 차관은 “많을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최근 3년간 4060명이 지자체 소개팅 사업에 참여했는데 결혼한 사람은 24명 밖에 안 된다”며 “저출생 대책으로 돈을 쓰는 사업은 아닌 것 같고 지자체장의 홍보성 사업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낯부끄러운 사업을 저출생 예산이라고 쓰는 것은 여가부가 막아야 한다고 본다”며 “여가부가 말도 안 되는 저출생 대책은 중단하길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지양하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저출생은 (남녀가) 만나지 못해 생기는 부분보다 취업 등 경제적 여건(이 중요하다)”며 “근본적이지 않은 저출생 대책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답했다. 이어 “근본적인 성찰을 한 다음 대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적극 (이 의원)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사례는 지난 7월 경북의 한 지자체가 지역 명소 카페에서 진행한 미혼남녀 만남 행사에서 28세부터 신청이 가능했는데 20대 중반 여성이 참석했고, 남성들이 차출됐는지 묻자 해당 여성이 말끝을 흐려 논란이 벌어진 사건이다.
30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성 참가자를 차출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해남군 보건소가 작성한 '땅끝 솔로탈출 여행 행사 결과 보고'를 보면 '여성 참가자 신청 저조(자발적 신청1)'라고 적었다. 경향신문은 “당시 여성 참가자는 15명이었는데 14명은 사실상 반강제로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14명 중 8명은 행사 담당인 보건소 여성 직원이었다”고 보도했다. 2020년 사업을 종료한 충남 태안군은 내부 문서에서 사업 중단 이유에 대해 “여성 참가자 대부분은 타의에 의한 참여로 실적이 저조”하고 “소극적 태도·형식적 참가로 남성 참가자들로부터 불만을 야기했다”며 차출된 여성 참가자들을 탓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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