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응부터 법적 대응까지, 연예인 루머 대처 변천사

김지은 기자 2025. 6. 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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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루머·논란 대처에도 트렌드가 있다. 무대응 원칙부터 직접 대응, 법적 대응까지 연예계 루머 대처법의 흐름을 살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배우 고민시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21년 미성년자 시절 음주를 했다는 폭로와 함께 유흥업소에서 찍힌 사진이 공개되어 논란을 빚은 지 4년 만이다. 당시 고민시는 "그릇된 행동이었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학폭이다. 지난 5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우 고민시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고민시가 중학교 시절 폭언, 금품갈취, 장애 학생 조롱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익명의 게시자는 "사과나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닌 연예 활동 중단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민시의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폭로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고민시는 현재 차기작 <꿀알바> 촬영을 비롯한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소화 중이다. 

또 다른 스타 지드래곤은 데뷔 19년 만에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 게시되는 허위 사실 및 악의적 게시글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어떤 합의나 선처 없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지난 2023년 마약 혐의 불송치를 받고 일주일의 유예기간 동안 명예훼손 관련 게시글과 악플을 삭제하라고 당부했던 그가 루머를 잠식시키기 위해 정면 돌파에 나선 것. 이후 지드래곤은 소속사를 통해 8년간 5차례에 걸쳐 불거진 이주연과의 열애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기도. 그 외 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규현, '소녀시대' 출신 배우 서현, '동방신기' 출신 가수 김준수, 배우 김선호, 이세영 등이 허위 사실 유포에 강경하게 법적 처벌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루머는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전에 스타들은 루머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쉽게 말해 '무대응'이었다. 루머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시절엔 파급력이 세지 않았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것. "루머는 연예인의 숙명",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살려면 루머는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유명한 스타일수록 헛된 루머가 도는 법이라는 공식이 통했다.

그러다 기자회견으로 루머에 정면 반박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08년 가수 나훈아의 기자회견이다. 당시 "일본 야쿠자로부터 중요 신체 부위를 절단당했다", "나훈아가 다른 이의 아내를 빼앗았다", "글래머 여배우와 염문설이 있다" 등 갖가지 소문에 시달렸던 그는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700여 명의 기자 앞에서 바지 벨트를 풀고 "내가 바지를 내려서 5분을 보여드리겠다. 아니면 믿으시겠냐?"라고 물었다. 그의 퍼포먼스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연예계 대표 이슈로 꼽힌다. 

지난 2009년 설경구와 송윤아는 결혼 발표와 함께 불륜설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설경구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후 소문이 난 걸로 알고 있다"며 "가끔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식사하고 가라오케에 가서 놀았다. 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다 2007년경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설명했고, 송윤아는 눈물을 흘렸다.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루머가 실시간으로 퍼지자 대응은 시간 싸움이 됐다. 최대한 빠르게 루머를 진화해 또 다른 루머 생성을 막으려 한 것. 빠르게 아티스트와 입장을 정리하고 공식적으로 사실관계를 답변했다. "본인에게 확인 중", "확인 결과 사실무근" 등과 같은 답변들이 온라인에서 패러디됐고, '열애설 20분 만에 초고속 부인' 등의 웃픈(?) 신기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루머는 살이 덧붙여져 SNS를 타고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흐름은 진정성으로 이어졌다. 스타들이 직접 쓴 자필 편지로 대중의 공감을 자아낸 것. 지난 2014년 20대 여성에게 음담패설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아 구설에 오른 배우 이병헌은 소속사 페이스북과 공식 홈페이지에 직접 쓴 사과문을 업로드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느끼셨을 실망감을 알기에 나는 숨만 쉬며 지내고 있다'라는 글로 시작해 '덕이 부족한 나의 경솔함으로 시작된 것이기에 깊은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나의 곁을 지키는 아내와 가족에게 더 이상 실망 주는 일이 없도록 평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 '왕따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룹 '티아라'와 소속사 김광수 대표도 자필 편지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

기자회견·자필 편지·개인 SNS에 직접 반박

게티이미지뱅크

스타가 직접 공식적으로 반박하기도 한다. 배우 이진욱은 지난 2016년 성추문과 관련해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무고하는 것은 큰 죄"라며 논란에 맞섰고, 배우 송중기는 지난 2019년 직접 보도자료를 통해 배우 송혜교와 이혼 조정 신청 사실을 공개했다. 열애설, 데이트 목격설, 불화설 등 열애부터 결혼까지 각종 설에 휩싸인 두 사람이었기에 이혼 관련 루머가 양산되기 전 직접 사실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무대응'이 다시 등장했다. 과거의 무대응과는 다른, 철저히 계산된 무대응이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무대응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업계에서는 "공식 입장이 없는 게 공식 입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한때 루머에 '무관용'을 내세우며 팬들과 합심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소속 연예인을 향한 루머를 발견할 시 캡처해 제보할 수 있는 공식 메일 계정을 생성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가수 아이유는 지난 2013년부터 악성 댓글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법적 조치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해 11월까지 법적 조치를 받은 이들만 180여 명에 다다른다고. 아이유는 악플 고소에 대해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는 건 제재가 필요하다"며 "나와 회사, 회사와 일하는 다른 회사와 기업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피해를 보면 안된다"고 밝혔다.

스타가 SNS에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하는데, 이는 진정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이미지 훼손의 가능성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지난해 '환승연애 논란'에 휩싸였던 한소희는 직접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도, 친구라는 이름하에 여지를 주지도 관심 갖지도, 타인의 연애를 훼방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후 그녀는 블로그를 통해 배우 류준열과의 첫 만남, 혜리와 류준열의 결별 시기를 언급하는 등 각종 논란에 직접 해명(?) 글을 올렸다.

또 그룹 '라붐' 출신 율희는 지난 2023년 그룹 'FT아일랜드' 최민환과 이혼 사유를 두고 억측이 쏟아지자 유튜브에 최민환의 업소 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폭로하면서 이혼에 다다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고 양육권과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왜 '법적 대응'에 나설까?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속 한 장면

연예계 루머는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더더욱 자극적으로 변했다. 조회수로 거액의 수익을 끌어낼 수 있어 가십거리를 올리는 '사이버렉카'들이 다수 등장했기 때문. 이들은 외국 플랫폼은 한국에 수사 협조가 어려워 신상 특정이 어렵다는 것을 이용해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만들었고 스타들은 글로벌한 법적 절차에 나섰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은 왕따설 등 각종 루머로 자신을 괴롭힌 유튜버 '탈덕수용소'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미국 내 디스커버리 제도(재판 전 양쪽 당사자들이 문서나 증거를 상호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를 이용했고 손해배상청구에서 승소했다. '탈덕수용소'가 장원영을 비롯한 연예인들에 관련된 가짜뉴스 콘텐츠를 23차례 생성해 벌어들인 수익은 2억 5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스타들은 루머에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는 모양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왜 강경 대응에 나설까? 이미지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퍼진 허위 정보는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들에게 값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일수록 이미지 손상은 더 커지기 때문에 한 스타에 대한 루머가 불거지면 엔터테인먼트 및 광고 업계에서는 줄줄이 '손절'을 선언한다. 게다가 사실과 다른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스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린다. 실제로 그룹 '러블리즈' 진은 "연예인이라고 악플 받는 게 당연한 거냐?"며 "내 마음이 수없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고 소중한 나의 인생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긴 시간 동안 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루머와 악플로 인한 고통을 전한 바 있다. 

통상 루머 및 논란 게시자를 고소할 땐 크게 모욕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구분된다. 모욕죄는 1년 이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3년 이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는데 법 조항과 달리 실제론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고.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복잡하고 까다롭고 처벌까지 가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스타들이 법적 대응을 하는 이유는 이른바 '키보드워리어'에게 하는 경고성 대응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업계에서는 루머 및 악플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 법적 대응이라는 소속사의 강력한 대처에도 악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치밀하게 루머가 생성될 것이고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연예인은 누군가의 화풀이 대상이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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