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배달 넘어 이커머스로 간다
“‘문 앞에 배달되는 일상의 행복’이라는 슬로건은 우리 회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미션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나타낸다. 고객이 행복할 수 있고 물리적 한계가 없다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배달할 수 있다.”
“배민은 더 이상 음식 배달 앱이 아니다. 앞으로 배민은 배달 앱을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해와 올해 열린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서트’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우아한형제들의 ‘체질 개선’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달라지는 우아한형제들…‘로봇 사업’ 별도 법인으로
11월 24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로봇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영위 중인 로봇 사업 가운데 ‘서빙로봇사업실’을 분사해 별도 법인 ‘B-로보틱스’를 출범시키는 방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서빙 로봇 시장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라며 “다른 로봇 사업보다 사업에 대한 결정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의사 결정 단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로보틱스는 우아한형제들의 100% 자회사로 운영되고 법인 설립일 예정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게재한 채용 공고에서 “B-로보틱스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서빙 로봇을 시작으로 외식업장의 푸드테크 도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던 조직이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설립하는 곳”이라며 “우아한형제들의 100% 자회사”라고 명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과 접목한 로봇 사업을 특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2019년 서빙 로봇 렌털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전국 500여 곳 매장에 630여 대의 서빙 로봇을 공급해 왔다. 또한 자체 서빙 로봇 딜리와 추가 신규 모델 등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라인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의 대규모 로봇 융합 모델 실증 사업’도 시작해 서울 무역센터와 테헤란로 일대에서 서빙 로봇과 배달 로봇 등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 배달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내년에는 배달 로봇이 식음료 매장에서 음식을 수령한 뒤 테헤란로의 다른 오피스까지 배달하는 것에도 도전한다.
음식 배달로 시작한 우아한형제들, 영역 넓히기 ‘속도전’
2010년 7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형인 김광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힘을 합해 시장에 처음으로 ‘배민’이라는 앱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서비스만 운영하고 별도의 회사는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서비스 출시 6개월 뒤인 2011년 3월 자본금 1억8000만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했다.
배민이 출시 1년 만에 사용자 200만 명을 돌파하며 앱스토어 1위에 안착하자 시장에서도 우아한형제들의 가치를 인정했다. 2014년에는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서 4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2018년에는 힐하우스캐피탈·세콰이어 캐피탈·싱가포르투자청(GIC) 등에서 3억2000만 달러(당시 약 3600억원)를 유치했다.
2019년에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은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현금 17억 유로와 신주 4000만 주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당시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다.
이후 우아한형제들의 최대 주주는 ‘우아 DH 아시아’가 됐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합작사로, 김 의장은 우아 DH 아시아 회장에 올라 아시아 지역 11개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구조는 우아 DH 아시아 89.55%, 김봉진 의장 8.36%, 테이크어웨이닷컴 0.23%, 기타 1.86%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 분야도 점차 늘어났다. 배민은 2014년 3월에 업계 최초로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배달 앱 시장 1위를 공고히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맛집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현재 배민1)와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배민프레시 등의 신규 사업을 선보였고 이듬해 배민키친,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등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AI 프로젝트 ‘배민데이빗’, 온라인 식자재 전문몰 배민상회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고 2018년에는 B마트의 전신인 배민마켓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해외 진출(베트남)을 시도하고 자율 주행 서빙 로봇 딜리를 상용화하며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스마트폰 앱 개발·공급, 광고 플랫폼 제작·정보 서비스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크게는 배달·포장, 커머스, 사장님·라이더, 컬처 등 4가지 부문이다.
구체적으로 배달·포장 부문에는 배민1·배민포장·배민로봇 등이 있고 커머스 부문에는 배민B마트·배민스토어·배민쇼핑라이브·배민선물하기·배민전국별미 등이 있다. 사장님·라이더 부문에는 배민외식업광장·배민상회·배민키친·배민커넥트 등이 있고 컬처 부문에는 배민 문방구·만화경 등이 있다.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적은 정체를 겪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88억원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영업 적자는 757억원으로 전년(112억원) 대비 늘었다. 별도 기준으로는 흑자다. 지난해 매출은 2조292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실적을 크게 개선한 것은 2017년이다. 2016년 25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267억원으로 급증했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2배 늘어나며 5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경쟁이 심화하며 마케팅 비용이 늘었고 이로 인해 실적이 악화해 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2019년 판매 촉진비는 8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6배 늘었고 광고 선전비는 306억원으로 2배 증가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2018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해 적자는 일회성 비용에 따른 영향이다. 김봉진 의장이 보유한 DH 주식을 임직원(라이더 포함)에 무상 증여했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에서 총 1613억원의 주식 보상 비용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김 의장의 증여분은 999억원이다.
999억원의 비용을 제외하고 영업이익을 242억원으로 잡았을 경우에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친다. 우아한형제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을 취급해 배달 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김범준 대표는 ‘우아한테크콘서트’에서 배달 사업을 지속하려는 이유로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비즈니스”라며 “시대가 발전할수록 편의에 돈을 지불하게 된다. 결국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객 지향점, 즉 고객의 욕망은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로봇은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DH에서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이다. DH는 홈페이지를 통해 “배달 로봇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거래 배달 수요가 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향후 배달 로봇은 인간 라이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H는 2022년 5가지 혁신 트렌드 중 하나로 드론과 로봇을 꼽았다. 퀵커머스 시대에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성장하고 고객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드론과 로봇의 사용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불확실한 시기에 안전한 배송이 가능한 만큼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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