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매년 7만명 죽는다…트럼프 분노한 '좀비마약', 대체 뭐길래

정심교 기자 2025. 3. 5.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심교의 내몸읽기]

'좀비 도시'로 불리는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 이곳은 마약 '펜타닐'을 투여한 후 근육이 말리고 경직되면서 좀비처럼 몸이 굳어 멈추는 중독자들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으로 반입되는 불법 펜타닐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 중국이 자국민의 마약 단속은 엄격하게 하면서도 전 세계로 수출하는 신종 향정신성 약물(NPS)의 대량 생산은 암묵적으로 허용하면서 '현대판 아편 전쟁'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중국을 상대로 10% 관세 추가 인상 조치를 취한 배경으로 '펜타닐 등 불법 마약 대응 미비'를 이유로 들면서 펜타닐 중독의 심각성이 새삼 불거졌다. 미국에선 매년 마약 복용 과다로 10만명씩 사망하는데, 그중 70%가 펜타닐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2023년 펜타닐 중독으로 인한 미국 10대 청소년 사망자가 182% 증가했다.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미국인의 기대수명까지 낮아진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CDC는 펜타닐을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마약'으로 규정했다. 과연 펜타닐은 다른 마약류보다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 걸까.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서 발견된 펜타닐 중독자. /사진=뉴욕포스트
진통 효과는 모르핀 100배, 헤로인 50배
펜타닐은 일명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진통 마취제다. 펜타닐의 '조상'은 아편이다. 아편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천연의 마약 성분이다. 행복감, 편안하게 해주고, 진통 효과를 낸다. 아편의 추출물이 모르핀·헤로인·코데인 등이다. 펜타닐은 아편을 '합성'한 마약성 진통제로, 1959년 벨기에 제약회사 얀센이 처음 만들었다.

펜타닐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꼽힌다. 펜타닐의 진통 효과가 모르핀보다 약 100배, 헤로인보다 약 50배나 강력해서다. 일반의약품인 타이레놀과 비교하면 진통 효과가 1000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펜타닐은 주로 말기 암 환자와 같은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한해 처방된다.

문제는 펜타닐을 과다 복용하거나 오남용할 때 중독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중독성이 모르핀의 50배, 헤로인의 10배나 크다.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 불과 2㎎(10원짜리 동전 100분의 1 크기)의 극소량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의학에선 매우 한정적인 상황만 펜타닐을 '조심스레' 처방한다. 예컨대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 중에서도 통증이 극심한 경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신체의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비정상적인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 크고 위험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통증을 단기적으로 줄여야 할 때, 중독성이 비교적 적은 다른 마약성 진통제를 썼음에도 효과가 없을 때다. 뇌가 성장하는 10대 청소년은 펜타닐 중독에 더 취약해, 18세 미만은 사용하지 않는 게 권고된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2월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2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10분 안에 뇌까지 침투, 질식상태 유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펜타닐 처방은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의힘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별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펜타닐의 경우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0년 148만8325건으로 3년간 67%가 늘었다.

놀랍게도 펜타닐 중독자 가운데 10대 청소년이 적잖다. 2023년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은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중·고교 재학 청소년 1만7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2021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친구에게 받은 펜타닐 패치를 쿠킹포일에 올려 열을 가한 뒤, 함께 들이마신 고등학생 40여명이 중독된 사례도 적발됐다. 병원에서 '허리가 아프다', '디스크 수술받을 예정'이라며 둘러대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게 화근이었다.

그럼 펜타닐에 중독(의존)되는 기전은 뭘까. 펜타닐이 몸에 들어가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다. △주사기를 통해 혈액으로 넣어주는 경우 △패치를 붙여 피부 점막으로 흡수되는 경우 △혀 밑 점막으로 흡수되는 경우다. 이렇게 펜타닐이 몸속에 들어오면 5~10분 만에 뇌 속까지 침투한다. 심하면 호흡을 관장하는 이른바 '숨 뇌'를 마비시켜 결국 숨을 쉬지 않게 된다. 질식 상태에 빠지는 셈이다.

펜타닐이 몸에 들어오면 신체적 의존(금단 증상, 내성)과 심리적 의존을 모두 유발한다. 처음엔 도파민이 나오면서 기분이 좋고 몽롱하고 편안해지면서 진정된다. 이런 강렬한 느낌을 뇌가 잊지 못해 다음엔 펜타닐을 더 많이 투여해야 만족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펜타닐 금단 증상의 하나로 '극심한 통증'이 유발된다는 것.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브리핑실에 펜타닐 성분 함유 정제, 패치제 제품들이 놓여 있다. 이날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펜타닐 정제, 패치제 처방전 발급 전 환자 투약내역 확인 제도 시행' 관련 브리핑을 했다. 2024.06.11.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몸에선 자연적으로 나오는 마약성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정도의 큰 외상을 입었을 때 순간적으로 분비되면서 '아프지 않다'고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펜타닐을 투여하면 뇌에서는 '더는 엔도르핀을 분비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여겨, 엔도르핀을 내보내야 할 때 내보내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펜타닐 중독자들은 펜타닐을 추가 투여하지 않으면 "끓는 기름을 부은 것 같다", "근육을 뒤틀고 살을 잡아 뜯는 듯", "뼈가 쑤신다"는 등의 표현으로 부작용을 호소한다. 펜타닐 투여 때문에 아프지만, 그 아픔을 잊기 위해 펜타닐에 다시 손대야 하는 굴레에 빠지는 격이다.

이 밖에도 펜타닐에 중독되면 초조함, 불안함, 오한, 극심한 변비, 콧물, 땀, 설사, 구역질, 구토 같은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물만 마셔도 구토해 치아가 녹거나, 더운 날씨에도 극심한 오한을 느낄 수 있다. 호흡 억제, 의식 저하, 심박수 감소가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펜타닐에 단 한 번만 노출돼도 중독될 수 있다. 펜타닐에 중독되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먼저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인한 호흡 억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록손(Naloxone)'이라는 약물이 사용된다. 펜타닐의 효과를 빠르게 차단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후 중독 환자는 의료 시설에서 안전하게 약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관리받는다. 이 과정에서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 사용될 수 있다. 마약류 중독 상담 전화(1342)로 안내받으면 된다.

도움말=변기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