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한반도 안보도 위협… 저지해야 세계 연쇄 전쟁 막을 수 있다”
“북-러 무기거래 한반도 안보 위협
의약품-구급차 등 지원한 韓에 감사”
“세계경제는 물론 한반도 안보까지 위협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빨리 패할 수록 모두에게 좋습니다.”
24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을 맞는 가운데,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2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는 것 또한 러시아의 한반도 안보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크룩스 대사는 전쟁 장기화로 최근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인터뷰에 동석했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 부임 직전 주북한영국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포노마렌코 대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폴란드와 몰도바 등을 여러 차례 위협했으며, 독일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8년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를 저지하는 것은 세계에서 전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최선의 방법이다. 최근에는 파트너국들과 함께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증거를 수집 중이다. 침략국에 무기를 공급한 국가는 우크라이나인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크룩스 대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는 이제 북한을 ‘최우방국’이라 부르며 거리를 좁히고, 연일 한국을 협박하고 있다. 북-러간 무기 이동은 전쟁을 장기화시킬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국제비확산체제를 훼손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된다. 또 러시아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했고 세계의 에너지와 식량 가격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러시아가 빨리 패배할수록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이유다.”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의 지원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미 하원은 추가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포노마렌코 대사
“미국의 지원이 하루씩 지연될수록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인의 목숨과 직결된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대(對)우크라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선거운동’ 중 한 모든 말들을 실제 이행할 것이라 보진 않는다. 또한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에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에 대한 지원 여부를 선택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앞으로도 국제질서의 리더 역할을 유지할 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해에도 2022년(311억 달러)보다 많은 425억 달러(약 57조 원)를 제공했다. (단, 63%는 차관 형태다.) 하원이 지원 예산을 통과시켜줄 것이라 기대한다.”
―유럽이 미국 지원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우크라이나가 서서히 패전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 해도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러시아로 하여금 공격하도록 장려할 것”이라 말해 논란이 일었다. 유럽 자체 핵무장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대책은 무엇인가.
▽포노마렌코 대사
“러시아로 인한 안보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늘리고 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이미 유럽과 NATO는 국방정책의 모멘텀을 맞이했다. 유럽의 파트너국들은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유럽은 지난달에도 향후 4년간 5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최대 25억 파운드(약 4조 원)의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지원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 그리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 때문에 영국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금까지 880억 유로를 지원했으면서 추가 지원에 합의한 EU 국가들이나, 한국 역시 우리와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또 영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를 포함해 언제나 미국의 모든 행정부와 강력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 해도 이 관계가 변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범위를 벗어난 핵무기의 보유는 유럽은 물론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영국의 관점이다. 아울러 북한 역시 ‘핵 동결’이 아닌 CVID(비핵화)만이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영국의 입장이다.”
―최근 동부 요충지였던 아우디이카에서 우크라군이 후퇴했다고 밝혔는데. 현재 전황과 피해현황은 어떠한가.
▽포노마렌코 대사
“2년간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절반 이상을 해방시켰고, 러시아 흑해 함대 3분의 1을 침몰시켜 러시아의 해상봉쇄도 해제시켰다. 현재까지 러시아 전선에서 러시아인 4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난관은 올 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3월 ‘엉터리 선거’(러시아 대선)를 앞두고 작은 성과라도 세우기 위해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북한산’ 미사일과 이란의 공격용 드론 등으로 대규모 공습을 늘리면서 지난해 우리는 6000회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다. 여기에 전체 46만 러시아군을 우리 영토에 투입시키는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1km²의 땅을 얻기 위해 평균 400명의 러시아군을 희생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현재 방어태세로 전환했으며, 군인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해 더 나은 전선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총사령관을 해임하면서 내분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들 또한 만 2년을 채운 전쟁에 대한 피로감도 굉장히 클 것 같은데, 전쟁을 둘러싼 여론이 어떠한가. 영국에서는 지원 반대 여론은 없었나.
▽포노마렌코 대사
“우선 최근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듯 우크라이나의 내부 분열 의혹에 관한 소문의 상당수는 러시아 정권이 불화를 조장하고 우리 국민들의 결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조작하고 퍼뜨린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민주적인 국가로, 물론 군사 및 정치적 지도자들 사이에 의견차가 있을 수 있고, 최근 군사 지휘권을 개편한 것은 전황에 맞는 전략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본다. 대통령이 후임으로 임명한 대부분의 지휘관들 역시 2014년 돈바스 전쟁 때부터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과 함께 러시아를 상대했던 훌륭한 장교들로 전쟁을 잘 이끌 것이다.
또한 전쟁 중의 삶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힘들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여전히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크룩스 대사
“영국인들은 전쟁 이후 14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자신의 집에 받아들였다. 저는 이것이 영국인들이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연민과 연대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U와 NATO 가입을 위한 논의는 지속 중인가. 지난해 튀르키예와 헝가리는 핀란드, 스웨덴의 가입에조차 제동을 걸었었는데.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포노마렌코 대사
“우선 EU 가입은 여전히 우리 외교정책 중 최우선 과제다. 당초 우크라이나의 민주화 운동은 ‘유럽’의 일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열망에 의해 추진됐다. 우리는 이를 지금까지도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EU 가입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정치인, 외교관, 시민사회가 열심히 노력한 끝에, 지난해 12월 드디어 EU 이사회가 마지막 절차인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에게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움을 이어갈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서 유럽 통합을 견인하는 일종의 기관차가 됐다. 침공 이후 몰도바 또한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고, 조지아도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다만 NATO 가입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를 가입국으로 초대할 지는 아직 협상 중이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NATO 가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우리 뿐만이 아니란 것이다. NATO 또한 유럽 대륙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투 준비가 된 군대를 얻게 되는 셈이다.”
―휴전 및 전후 처리와 관련해 동맹국들과 논의 중인 내용이 있나. 앞으로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나.
▽포노마렌코 대사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러시아가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평화 회담’이 아닌 사실상 ‘(우크라의) 항복 내지는 점령 회담’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약탈한 뒤, 추후 더 많은 것을 물어뜯을 틈을 노리고 있다. 우리의 평화공식에는 러시아의 적대행위 종식 뿐 아니라, 식량·에너지 안보, 핵 안전, 환경 보호, 인권 및 유엔 헌장의 존중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영토에서의 완전한 철수와 이 조건들의 이행 없이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평화 이행계획의 세부적인 초안을 짜기 위해 실무 그룹을 결성하기로 했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80개 이상의 국가, 그리고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쟁이 끝날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침략자들을 우리 땅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를 더 잘 갖출 수록 전쟁도 더 빨리 끝날 것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포노마렌코 대사
“꼭 필요한 의약품, 구급차 등을 줄곧 지원해주고 계신 한국에 감사하다.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았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각국의 무기 지원이 많이 이뤄질수록 러시아를 더 빨리 몰아낼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편에서 서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크룩스 대사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지는 2년 째지만, 30년 전 젊은 외교관 시절에도 한국에서 근무한 나에게 한국은 굉장히 뜻깊은 국가다. 최근 K-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나와 같은 애정을 갖게된 것을 보며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유럽 뿐 아니라 우리 공동의 가치와 번영, 그리고 안보가 이번 전쟁에 걸려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인들의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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