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 요가소년 인터뷰

조회 3682025. 3. 10.
구독자 50만 명에 가까운 요가소년은 요가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는 요가를 단순한 배움이 아닌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요가는 가르침이 아니라 나눔이며, 함께 채우는 경험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 Den
요가소년
·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 운영

'여성을 위한 운동'이라는 납작한 수식어로 요가를 가두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요가에 관심 갖는 남성에게 올곧은 자세로 요가를 안내하는 남성 요가 유튜버는 유독 반갑다. 5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온라인 요가 안내자’ 요가소년은 조용한 목소리와 섬세한 안내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요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그에게 요가 문화의 현재를 묻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요가소년은 영상 속 모습처럼 점잖고 단정했다. 호흡을 고르고 요가 동작을 취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알지 못할 에너지가 가득해 보였다. 혹여 그 기운을 방해할까 숨죽이며 그를 바라봤다. 촬영이 끝나고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중후한 목소리와 정돈된 어투로 자신을 ‘소년’이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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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소년, 이름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요가소년은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자,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명이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수련하는 자리를 마련해 함께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 ‘요가 안내자’, ‘요가소년’이라고 불리는 걸 좋아한다. 원래는 ‘요가를 좋아하는 시골 소년’인데, 줄여서 요가소년이 됐다.

과거에 아내와 함께 미국 시골에서 살았다. 당시에도 요가를 좋아했는데, 발코니에서 요가를 하고 땀을 흘린 채 차에 탔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시골에서 아침 먹고 하루 종일 밖에서 뛰놀다 들어온 아이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말이 인상 깊어 ‘요가를 좋아하는 시골 소년’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계속 부르다 보니 입에 잘 붙어 요가소년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네가 무슨 소년이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괜찮다.(웃음) 다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 이름을 쓸 생각이다. 어떤 문학가가 “우리 모두는 소년과 소녀였고, 언제든 다시 소년과 소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계속 소년으로 남아 순수했던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스스로를 ‘요가 안내자’라고 수식한다. 온라인 요가 안내자로서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는?

원래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걸 즐겼다. 요가를 하기 전에는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10년간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 읽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취미가 일이 되면서 부담이 커졌고, 결국 스트레스가 됐다. 좋아하던 것을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되자, 이제 그만해야겠다 생각했다.

그즈음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전 일을 정리했다. 미국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그때 가장 좋아한 것이 요가였다. 요가를 나누는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온라인에 이미 요가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알았다. 요가 시퀀스를 영상으로 제작해 사람들이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나도 그 방법으로 온라인을 통해 요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이 그렇게 생겨났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가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가 자세(아사나)를 안전하게 익히고 유지하는 방법은 가르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요가는 각자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요가 안내자’라고 표현한다.

이전부터 비대면 요가 콘텐츠가 흔했는지, 코로나19 이후 요가 문화가 변화한 것인지 궁금하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요가가 확실히 더 활성화된 건 맞다. 외출과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 운동할 방법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요가 센터들이 문을 닫으면서 비대면 운동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나 역시 그 영향을 체감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에도 비대면 운동 문화는 존재했다. 특히 미국처럼 지리적으로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온라인을 활용한 운동 콘텐츠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도시가 밀집해 있는 한국은 대면 운동이 익숙했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한국에도 온라인 운동이 빠르게 확산됐다. 지금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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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하면 유연성이 길러진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유연성이다.
현업에서 베테랑 정도 되면 몸뿐 아니라
마음이 더욱 경직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에게 요가는 경직된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요가를 나누는 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즉 대면이 유리하다는 의미인가?

모두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아마 대부분 사람이 비대면 콘텐츠를 ‘대체제’로 여겼을 거다. 팬데믹으로 요가원을 가지 못하니 집에서 수련할 방법을 찾는 거다. 지금은 다시 오프라인 수련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요가원을 찾고 있다.

비대면 요가의 장점은 뚜렷하다. 언제 어디서든 요가를 할 수 있고, 주변에 요가원이 없어도 요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에너지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호흡, 눈빛, 몸의 미세한 떨림, 공간에서 전해지는 분위기까지 모두 요가 수련의 중요한 요소다. 비대면 요가가 가능한 시대에도 대면 요가를 찾는 이유다.

또 대면 요가 안내자는 수련자의 자세를 직접 교정해 줄 수 있다. 비대면이라면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영상에서는 내레이션으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중년 남성은 요가를 시작하는 데 특히 어려워한다. ‘여성이 주로 하는 운동’이라는 보수적인 선입견 때문인 것 같다

‘중년 남자가 무슨 요가야’ 하는 생각이 든다면, 무리해 시작할 필요 없다. 억지로 하면 오히려 요가 자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다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건 중요하다. 요가든 다른 운동이든 자신과 맞지 않다고 단정하기보다 한 번쯤 직접 경험해 보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요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내 몸과 마음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다가가면 된다.

그럼에도 중년 남성에게 요가를 추천한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나?

아마 요가를 경험해 보지 않고 막연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요가를 특정 이미지로 단정짓고 있다면, 한번 체험해 보길 권한다. 막상 해보면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새로운 인식이 자리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팁도 있다. 막상 요가원에 가서도 민망할 것 같다면, 조금 일찍 가서 가장 앞이나 가장 뒤에서 수련하면 된다. 그리고 공간을 운영하는 강사에게 낯섦과 민망함을 솔직하게 말하면 대부분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고정관념을 깨나가다 보면 요가가 그동안 가졌던 선입견과 다르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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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쩍 여행지, 휴양지에서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가 많아진 것 같다

요가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미국 시카고에 살면서 특히 이런 모습을 익숙하게 봐왔다. 요가는 오감을 활용하는 활동이기에,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간을 옮기며 수련하는 흐름이 생겼다고 본다. 요가의 형태는 획일적이지 않다. 누구에게는 피트니스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고, 누군가는 정신적인 안정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요가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운동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힐링’한다는 개념으로 요가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지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요가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내면이 채워지는 경험이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요가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고, 요가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맑아 보이고 건강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 과정이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기쁨을 느끼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의 답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요가가 트렌드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 ‘요가가 트렌드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당장 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과거에 비해 요가를 경험해본 사람은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

한때 요가가 붐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시나요’ 같은 문구로 요가를 광고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요가는 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운동으로 조명됐다. 지금은 요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넓어졌다. 과거처럼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대로 요가를 받아들이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요가는 유행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 온 문화다. 다만, 시대에 따라 그 의미와 접근 방식이 변해왔다. 요즘 요가원에 가보면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다. 보여지는 것보다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가가 당장의 트렌드라기 보다, 점점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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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요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에서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미국에서 요가는 특정한 집단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자리 잡았다. 요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든 할 수 있고, 요가원이 헬스장처럼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문턱이 낮고, 보편화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특정한 이미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요가원들은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철학과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간의 인테리어부터 음악, 향기, 예절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요가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보인다.

다만, 한국 요가 시장이 당장 미국처럼 ‘생활 체육’ 형태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흐름이 비교적 최근에 자리 잡았고, 당분간은 이 방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요가를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계속될 것이다. 요가와 여행을 접목한 리트릿 프로그램, 원데이 클래스, 정기적인 수련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에서는 요가가 생활 체육보다는 ‘요가 맛집’처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의 비전이 있다면?

올해는 정기적인 콘텐츠 업로드가 목표다.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챙기면서도 정성스럽게 제작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구독자들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 요가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 요가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고, 반대로 누군가의 안내를 받으며 배우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에너지를 느낀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곳을 찾아가 직접 경험하고자 한다. 최근 부산을 다녀왔고, 앞으로도 전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되도록 오래 요가를 나누고 싶다. 요가소년을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요가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고 싶다. 건강한 생활을 실천하면서, 오래도록 요가를 나누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3월호
에디터 정지환 (stop@mcircle.biz)
사진 김덕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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