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AI, GPU 아닌 메모리가 좌우… 삼전닉스, 엔비디아 넘어설 것”
알고리즘 경쟁 거의 끝나, 메모리 용량과 속도가 AI 경쟁력 결정
AI전환 100년 지속… 데이터센터외 ‘AI PC’용 메모리 수요 늘 것
패키징 기술 중요, HBM5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승부 갈라
광주 반도체, 공장 한가운데 반도체대학 세워 인재 육성해야 성공
글로벌 AI반도체 헤게모니, 미국이 한국에 허용할지가 최대 관건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앞으로 AI(인공지능) 경쟁력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아닌 메모리의 기억능력에 좌우될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23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김정호(65)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GPU의 질적 발전과 AI모델의 알고리즘 경쟁이 거의 끝나가는 단계라며, 기억용량을 더 키울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AI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컴퓨터업체들이 주도했던 PC 시대와 달리 메모리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AI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쌓은 HBM(고대역폭메모리), HBF(고대역폭플래시)에 GPU와 CPU(중앙처리장치) 기능을 집어넣은 ‘메모리 센트리 컴퓨팅’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D램, 낸드, HBM, HBF를 다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HBM5부터는 첨단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의 확보 유무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패키징과 파운드리 분야도 적극 키워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AI 전환은 100년 갈 것이며 데이터센터용 외에 AI PC용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생태계는 차이가 있으며, 어느 생태계가 더 성장하느냐에 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체 AI반도체 개발은 우리에게 기회라며, 국산 추론칩 사용 의무화로 국내업체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AI반도체 패권 전쟁과 관련해선 미국이 중국을 견제 안하거나 중국과 손잡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헤게모니’를 허용할지 아니면 구도를 깨뜨릴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공급량을 빠른 시일내 늘려야 한다며, 광주 반도체 공장이 성공하려면 인허가 단축, 전력, 용수, 인재 문제를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공장 한가운데 반도체 대학을 세워 인재를 육성하고, 판교급 주택단지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AI반도체 컴퓨팅 융합 연구의 선구자로 ‘HBM의 아버지’로 불린다. 경북 울진생으로 서울 성동고를 나와 서울대 전기공학과 학·석사를 거쳐, 미 미시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삼성전자 D램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 1996년 이후 KAIST에서 후학을 키워왔다. HBM 기술 아키텍처 10여 개 중 상당 부분이 그가 이끄는 연구실 ‘테라랩’에서 탄생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엔비디아 중심의 AI반도체 생태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두 회사 모두 메모리 중심 회사입니다. AI의 경쟁력은 기억능력에서 나옵니다. 메모리가 곧 AI인 셈이죠. 얼마전까지만 해도 AI의 힘은 알고리즘이나 GPU에서 나온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AI의 능력은 메모리에서 온다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중국 ‘키미 K3’의 능력이 미국의 제미나이나 오픈 AI와 비슷한 성능이라는 뉴스가 나왔는데 이제 알고리즘의 경쟁은 거의 끝난 것 같아요. 얼마간 차이는 있지만 곧 미국산이든 중국산이든 또는 미래의 한국산이든 AI 알고리즘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봅니다. 그 후의 단계에서 AI의 능력은 메모리에 좌우될 겁니다. 그리고 전기와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을 누가 갖고 있느냐에 의해 승패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메모리 중에서 HBM, HBF, D램, 낸드플래시를 다 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고, 그 회사 둘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그러니까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는 거죠. 앞으로 HBM을 HBF와 결합시키고 그 안에 GPU와 CPU까지 집어넣어 AI 전체 시스템을 HBM 중심으로 하게 하자라는 게 제 주장입니다. 저는 이걸 ‘메모리 센트리 컴퓨팅’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은 메모리 회사지만 엔비디아를 넘어 AI반도체 1등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확장성과 성장성이 엄청 큰 거죠. 변수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언제까지 견제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독주 체제를 계속 유지하도록 놔둘 것이냐라는 점입니다. 미국이 예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했듯 우리도 견제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 AI 인프라 투자가 미국과 중국 자본에 의해 지속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성장성과 확장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가장 크다, 미래에 엔비디아도 넘을 수 있다고 봅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차별점은 없겠습니까?
“현 상태를 보면 두 회사는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삼성은 D램, HBM, HBF, 파운드리, 패키징을 다 하니까 토탈 솔루션을 가진 회사이고, 성장성과 확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HBM과 D램을 하지만 파운드리와 패키징은 TSMC에서 하고, GPU 설계는 엔비디아에서 하는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AI반도체에서 확고한 생태계를 갖고 있는 거죠. 이런 면에서 HBM은 SK하이닉스가 유리하고, 삼성은 엔비디아를 벗어나 구글이나 메타, 애플 등을 새로운 파트너로 잡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현재 시장의 크기와 안정성은 SK하이닉스가 높지만 확장성은 삼성전자가 더 크다고 봅니다. HBM만 놓고 보면 HBM3까지는 SK하이닉스가 확실히 우위를 갖고 있죠. 엔비디아와 TSMC의 생태계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HBM의 성능이 하이닉스가 더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HBM4와 HBM5가 되면 성능 차이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두 회사의 성장은 어떤 생태계가 더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 과거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PC나 스마트폰 보급 등 단기적 수요 폭발에 기인했습니다. 이번 AI발 반도체 호황은 과거의 사이클과 비교했을 때 구조적으로 차이점이 있나요?
“PC 시대에는 CPU가 중심이었습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가 주역이었던 거죠. 거기에 맞춰서 D램을 공급했는데 PC 수요가 중심이어서 반도체 경기는 PC 사이클을 탔습니다. 반도체의 또다른 시장이 스마트폰용인데 이는 퀄컴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주도하고 여기에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메모리를 공급했는데 어쨌거나 주도권은 프로세서가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I시대를 맞아 주도권은 메모리로 넘어가게 돼 있습니다. 과거처럼 인텔이나 애플이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어렵게 됐다는 얘기죠. 지금 애플이 메모리가 부족해 중국산을 쓰겠다고 하는데 메모리 가격이 올라감으로써 이익률이 줄어드니 그런 겁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메모리 사이클은 아닐 것 같습니다. AI 흐름이 100년은 갈 거라고 봅니다. 그 중 에이전틱 AI가 30년은 갈 것입니다. 2027년 말까지는 메모리 수요가 계속될 겁니다. 2028년으로 넘어가서 오픈AI나 구글, 앤트로픽 같은 회사 중 수익 창출이 안돼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이게 될때 메모리 수요가 줄지는 않지만 정체되는 기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간이 지나면 수요가 또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최근 최태원 SK 회장의 발언에 동감합니다. 다만 주가는 꼭 실적에 연동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포함되며, 심리적 요인이나 수급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AI반도체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엔비디아의 GPU는 그래픽 연산 장치에서 시작해 A100, A30, B100, B200, GB200, R100 등으로 발전해왔습니다. GPU 발전에 따라 가속 컴퓨팅 플랫폼도 CUDA, 호퍼(Hopper), 블랙웰(Blackwell), 루빈(Rubin) 등으로 진화해왔죠. 하지만 질적 변화는 이제 멈췄다고 봅니다. 물론 기능을 세분화해 (AI 연산만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특화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NPU(Neural Processing Unit)가 나오고 있지만 아키텍처나 소자면에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제 예상입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위기인 거죠. 가령 HBM처럼 (D램을) 위로 쌓을 수 있으면 계산량을 확 늘릴 수 있어요. 그런데 더 쌓을 수가 없어요,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러면 (미국의 혁신적인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세레브라스(Cerebras Systems)처럼 면적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용량이 안돼요. 그래서 결국 AI반도체의 발전은 메모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메모리의 속도를 높이고 용량을 늘리는 길이 있을 겁니다. 엔비디아가 새로운 GPU를 내놓더라도 결국 성능은 메모리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HBM을 고도화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낸드를 쌓아올린) HBF입니다. 속도를 높이려면 하이 밴드위스(High Bandwidth, 고대역폭)라고 해서 연결선 개수를 늘리거나 채널당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용량도 늘려야 합니다. 용량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AI 알고리즘은 숏텀 메모리와 롱텀 메모리 모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AI가 대화와 기록 생성물을 다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죠. AI가 용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낸드플래시를 쓰는 거예요. 그래서 (낸드를 만드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샌디스크의 주가가 오르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삼성과 SK하이닉스에만 의존하면 곤란하니 샌디스크와 키옥시하고 손 잡는 거예요. 또 낸드의 용량이 커져야 합니다. 제 주장은 낸드도 (D램처럼 위로) 쌓자는 거예요. 그러면 용량이 10배가 넘게 되고, 여기에 HBM의 하이 밴드위스 구조를 적용하면 속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용량과 속도가 다 되는 게 HBF라고 보는 겁니다. 지금 HBM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10년 후는 HBF가 더 커질 것입니다. 물론 HBF만 갖고 GPU를 서포트할 수는 없습니다, 속도가 HBM이 더 빠르기 때문에. 그래서 HBM과 HBF가 같이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HBM과 HBF, GPU, 파운드리, 패키징을 다 할 수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입니다. 미래 AI반도체는 이렇게 GPU, HBM, HBF가 통합돼 3D(3차원)로 패키징되는 방향일 겁니다. 그리고 이노베이션은 메모리에서 옵니다. 통합의 주체가 TSMC, 엔비디아가 되느냐 아니면 삼성전자가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여기에 전기 공급과 (반도체 구동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기술도 키 테크놀로지가 될 겁니다.”
- 이게 교수님이 주창한 ‘김의 법칙’(Kim‘s Law)이군요.
“반도체의 3D 적층 높이와 인터커넥션(상호배선) 집적도는 약 2년 주기로 두배로 증가할 겁니다. 과거 반도체 산업은 평면(2D) 칩 위에서 선폭을 좁혀 트랜지스터(소자) 수를 2년마다 2배 늘린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미세공정이 나노 단위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더 이상 선폭을 줄이기 어려워졌습니다. 평면 미세화 대신 반도체를 아파트처럼 위로 높이 쌓아 올리는 ’3차원 적층‘(3D Stacking) 기술은 반도체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습니다. AI는 많은 도큐먼트(문서)를 동시에 읽어야 되고 또한 모든 기록을 다 갖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반도체의 용량과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GPU는 뜨거워서 못 쌓아요. 하지만 메모리를 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HBM이나 HBF에 GPU 일부 기능을 넣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GPU까지 가지 말고 메모리에서 계산을 하는 거죠. 이게 ’메모리 센트리 컴퓨팅‘인데, 성능을 높이려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 미국이 엔비디아가 가진 AI반도체 헤게모니를 한국의 메모리 업체에 넘겨줄까요?
“미국 연방정부가 이를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구도를 깨뜨릴 것인가가 10년 내 벌어질 반도체 전쟁의 모습입니다. 정치적 파워가 필연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의 핵심은 메모리입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은 거의 대등해졌거든요. 우리도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되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반도체와 손을 잡을지) 선택해야 합니다.”
-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반도체(ASIC)를 직접 설계하는 ‘반도체 내재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우리 반도체업체들에 위기일까요, 아니면 기회일까요?
“구글이나 아마존, 스페이스X 모두 AI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관건은 GPU와 메모리입니다. 그렇지만 엔비디아에 종속되고 싶지 않아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TPU나 NPU처럼 추론만 하는 칩을 만드는 게 그 사례입니다.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이 현재 90% 수준인데 10년 내로 60~70%로 내려갈 겁니다. 필연적으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점점 약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메모리는 HBM, HBF를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는 GPU는 안하지만 추론 전용 프로세서인 NPU를 퓨리오사AI나 리벨리온 같은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처럼) 국가 주도로 만드는 AI 데이터센터에는 10%나 30% 내에 의무적으로 국산 NPU를 쓰게 만듦로써 GPU 의존도를 줄여야 합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은 우리 업체에 당연히 기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AI 패권을 가지려면 메모리만 아니라 NPU도 GPU도 필요하니 이런 기회를 활용해 국내 추론 칩 업체들을 적극 키워야 합니다. 삼성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를 개발해 직접 스마트폰에 넣기는 합니다마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활용해 우리 업체들이 만든 NPU를 끼워 팔면 국내 관련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것입니다.”
- 데이터센터용 AI 칩 시장 외에, ‘온디바이스 AI’ 및 ‘AI 스마트폰·PC’도 확산될텐데 메모리 수요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요?
“메인 AI칩 시장은 클라우드, 즉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와 HBM, HBF일 겁니다. 그게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80%는 차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AI를 쓰면 개인정보의 안전이 100% 보장될 수 없어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나 데이터 시큐리티가 약한 거죠. 그 대안은 AI PC입니다. (사용자가 메신저로 명령을 내리면 AI가 실제 컴퓨터를 조작해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오픈클로(OpenClaw) 같은 AI 에이전트를 쓰고, 중요한 기록은 내 PC에 두고 필요할 때만 클라우드 AI를 활용하면 개인정보를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헤드쿼터는 내 AI PC에 있고 클라우드 AI를 써야 될 때만 돈을 주고 쓰는 겁니다. 이런 AI 하이브리드 PC 메모리 시장이 10년내 (전체 메모리 시장의) 30% 정도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AI PC가 모든 기록을 저장하려면 여기에도 메모리 역량이 엄청 커야 합니다. (차세대 AI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 규격인) 소캠(SOCAMM)과 (소캠과 짝을 이루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SD,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쓰이는 초고속·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과 낸드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AI PC의 가격은 1000만원 정도 될 거고, 그 중 800만원은 메모리가 차지할 겁니다. 지금은 PC를 켜면 화면에 박스가 많은데 AI PC에선 창 하나만 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을 겁니다. 이게 AI 에이전트인데 그런 시대로 갈 겁니다. 온디바이스 AI보다는 AI PC가 상당히 큰 시장을 형성할 겁니다. AI 폰도 나올 수 있지만 메모리 용량이 안될 겁니다.”
-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이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결국 삼성전자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는 인센티브가 많은데 파운드리는 적습니다. 파운드리와 패키지를 좀 더 키웠으면 좋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키울 수 있는 건 세가지 시나리오인데요. 하나는 구글 등에서 HBM을 달라고 했을 때 이를 맞춰주면서 파운드리를 TSMC 대신 삼성으로 하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지난번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방한했을 때 삼성에 메모리를 더 많이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을텐데 제가 삼성 담당 임원이라면 파운드리 물량을 더 줄 것을 요청했을 겁니다. 또하나는 TSMC의 공장 증설이 충분하지 않아 생산이 어려울 때 삼성에 물량 일부가 오는 경우입니다. 세번째는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더 좋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한국 기업에 의존하는 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어 밸런스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이 무어의 법칙 한계를 극복할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대한민국의 패키징 생태계 수준과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렸지만 GPU, CPU, HBM, HBM을 하나로 합치려면 패키징을 잘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을 보면 패키징을 후공정이라 해서 투자와 관련 임원 승진 등의 측면에서 소홀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대만의 TSMC가 코어스(CoWoS)라는 기술로 패키징을 잘하면서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죠. 앞으로는 HBM, HBF에 (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S램(SRAM)을 쌓는 HBS(고대역폭SRAM)도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핵심은 패키징 기술입니다. 이런 패키징 기술을 가지려면 꼭 (칩과 칩을 연결할 때 중간 납땜 돌기를 완전히 없애고, 구리 배선끼리 분자 단위로 직접 이어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이 돼야 합니다. HBM5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확보 유무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승부를 가를 것으로 봅니다. 이런 패키징 기술과 쿨링 기술에 좀 더 투자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을 동등하게 놓고 투자와 대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서 간 인센티브 격차가 너무 차이가 나선 안된다고 봅니다.”
-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바람이 거센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취해야 할 현실적인 전략은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 메모리 패권 경쟁이 될 겁니다. 현재는 미국이 중국 기업을 견제해 주고 있고, 중국은 어떻게 하든 메모리를 쫓아오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견제 안해주는 우리로선 나쁜 시나리오입니다. 최근 애플이 중국 반도체를 쓴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를 우리는 적극 막아야 합니다. 이보다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아버리는 겁니다. 그럼 우리는 완전히 소외되겠죠. 저는 3년에서 5년 내 중국산 HBM3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또다른 위협 요소는 미국이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 같은 자국 기업을 키우는 겁니다. 우리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미국산이나 중국산보다 더 앞선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메모리 이익률이 80%로 유지된다면 반드시 견제가 들어올 겁니다. 수익률은 떨어지더라도 생산량을 늘려 수요를 맞춰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공장의 위치는 한국일 수도 있고 미국일 수도 있고 일본일 수도 있습니다.”
- 호남 반도체 공장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호남 반도체 공장 설립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리고 정부의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데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견제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공급량을 늘려야 됩니다. 저는 국내에 60% 라인을 증설하고 40%는 미국에 짓자고 말합니다. 그러면 국내에선 어디에 설립하는 게 좋은가 보면 꼭 경제성 논리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호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으면 시간을 단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8년 6개월이 걸렸는데 그 중 5년이 인허가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인허가를 단축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돼요. 원전과 LNG발전이 얘기되고 있는데 저는 LNG발전부터 설치해야 된다고 봅니다. 원전은 건축 기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간헐성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용수 문제도 정부가 풀어줘야 합니다. 토지 인허가와 전력, 용수 문제는 2~3년내 해결해야 합니다. 이와 병행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반도체 공장 한가운데 대학이 들어가야 된다는 겁니다. 그게 전남대, 조선대, 한전 공대일 수도 있고 GIST가 될 수도 있는데 AI 반도체 연합대학을 설립하고 1년에 1000명씩 우수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반도체 학생들은 전원 취업을 보장 하고 석박사 할때까지 등록금을 대줘야 합니다. 반도체 단지 주변에는 국제학교, 특목고, 반도체 영재학교 등을 설립하고 판교급 주택단지와 교통시설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반도체도 살고 지역경제도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 교수님께서는 수많은 글로벌 인재들을 길러내셨습니다. 한국이 미래 반도체 주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인재 양성 시스템을 어떻게 뜯어고쳐야 할까요?
“첫째는 인재를 양적으로 늘려야 됩니다. 전국에 서울대를 10개 만든다는데 10곳에 전부 반도체학과 인공지능학과 만들어서 1년에 5000명, 만명의 인재를 배출해야 합니다. 둘째는 학생들이 뻗어나갈 수 있게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지금 교수를 뽑으려면 논문 위주인데 산업체 경력 위주로 선발해 커리큘럼도 산업과 연결해 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들이 바로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카이스트에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시스템 아키텍트 대학원을 세웠는데 반도체 설계 절반, AI 절반씩 인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가의 성장은 AI 반도체에 달려 있는데 이런 인재들이 많이 오고 또 이들이 꿈과 희망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과 미래를 준비하는 공학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발명 중에 두 가지가 우리를 살렸다고 봅니다. 하나가 훈민정음 한글이고 두번째는 거북선입니다. 세 번째가 메모리라고 생각합니다. 성장 가능성과 국가로서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국민과 이공계 인력들이 꿈과 희망, 사명감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는 우리에 달려 있습니다. 유사 이래로 우리가 세계의 중심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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