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엔급 승차감" 돌멩이 밟아도 알 수 없고, 괴상한 핸들 달린 프리미엄 SUV

중국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체리(Chery)의 고급 브랜드 엑시드(Exeed)가 해외 시장 전용으로 내놓은 엑슬란틱스(Exlantix) 브랜드의 첫 번째 모델인 ET가 러시아에 본격 출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엑슬란틱스는 체리 산하 엑시드의 서브브랜드로, 해외 수출을 전담하는 브랜드로 출범했다. ET는 2023년 중국에서 엑시드 스테라 ET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으며, 2024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수출용으로는 별도의 엑슬란틱스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지만,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 맞춤형 디자인 변경

수출용 ET는 중국 내수용 모델과 외관에서 차이를 보인다. 중국 내수용 엑시드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막힌 형태의 전면부를 가지고 있으며, 범퍼에 삼각형 모양의 헤드라이트가 달려 있다. 이는 엑슬란틱스 ES 세단과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반면 수출용 ET는 전면부에 좁은 수직 슬릿을 적용하고, LED 프로젝터 헤드램프를 새로운 직사각형 케이스에 담았다. 하지만 기존 디자인보다 미적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그릴 디자인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출시 모델에서는 라이다 센서가 제거된 것도 특징이다. 앞유리 위 루프 부분이 평평하게 처리됐고, 앞 펜더에는 일반적인 플러그가 설치됐다. 차체 색상은 '그레이 밤부', '스모키 베이지', '마블 화이트', '애시 그레이', '그래파이트 블랙' 등 5가지로 제한적이다.

파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의 명암

ET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형태의 스티어링 휠이다. 다각형이 아닌 불규칙한 타원형 모양으로, 위아래가 서로 다르게 납작하게 눌린 형태다. 외관상 독특함을 추구했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회전 시 자주 손의 위치를 바꿔 잡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실내 레이아웃은 미니밴 스타일로 설계됐다. 중앙 콘솔이 없어 앞좌석과 대형 암레스트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중앙 암레스트에는 작은 수납공간과 컵홀더 2개, 스마트폰 거치대 2개가 마련됐다. 무선충전은 한 곳에만 지원된다.

앞쪽 대시보드에는 버튼이 전혀 없다. 비상등 버튼조차 천장에 위치한다. 멀티미디어 시스템 화면 아래 3개의 원형 다이얼은 버튼이 아닌 내장형 방향제 카트리지로, '마운틴 티', '블랙 커피', '베스트 이어즈' 등의 향을 선택할 수 있다.

극단적인 디지털화가 가져온 불편함

스티어링 휠과 미러 조절, 심지어 글러브박스 개폐까지 모두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글러브박스는 멀티미디어 메뉴 어딘가의 가상 버튼을 눌러야 열리며, 패스워드 설정도 가능하다.

도어는 전동식이지만 작동 로직에 적응이 필요하다. 자동으로 닫히고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여는 방향으로는 살짝만 열린 후 손으로 밀어야 한다. 약간의 경사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작동을 보인다.

창문 스위치는 직관적이지 않은 역방향 방식을 채용했다. 창문을 내리거나 올리려면 어느 방향으로 조작해야 하는지 매번 생각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프리미엄급 편의사양과 아쉬운 마감재

도어는 프레임리스 디자인을 적용해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외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도어 하단과 시트 하부는 저렴한 경질 플라스틱을 사용한 반면, 상단부는 고급 가죽과 금속 몰딩으로 마감했다. 화강암을 모방한 장식 패널은 만져보면 리놀륨 같은 질감이지만 시각적으로는 독창적이다.

시트는 전반적으로 우수하지만 일체형 헤드레스트가 전통적으로 불편하다. 등받이를 더 기울이거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설명서에는 '앞좌석 등받이 태블릿 및 모바일 기기용 마그네틱 홀더'가 명시돼 있고 헤드레스트 뒤쪽에 Mag Pro 표시가 있지만, 실제로는 어떤 기기도 고정되지 않는다.

4개 시트 모두 통풍, 열선, 마사지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앞쪽 조수석에는 오토만까지 적용됐다. 실내 색상은 밝은 색과 어두운 색 2가지만 제공된다.

첨단 디스플레이 시스템과 기후제어의 한계

10.25인치 계기판은 일반적으로 정보량이 부족하지만, 고급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이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HUD는 잘 설계됐으며 세밀한 설정이 가능해 매우 편리하다.

15.6인치 터치스크린은 인터페이스와 메뉴 구성이 체리 계열의 다른 최신 모델들과 유사하다. 얀덱스와 VK의 내장 서비스도 제공된다. 터치스크린은 빠르게 작동하며 지연 없이 터치에 반응한다.

실내에는 기존 에어벤트가 없고 대신 대시보드 곳곳에 공기 배출구가 뚫려 있다. 배치 원리를 파악하기 어렵고, 아이토 세레스(Aito Seres) M7보다 훨씬 많은 배출구로 인해 제어가 복잡하다. 에어컨이 얼굴과 목을 향해 강한 찬 바람을 불어대는 문제를 송풍 설정 메뉴에서 아무리 조정해도 해결하기 어렵다.

뒷좌석에는 충분한 공간과 USB 포트, 일반적인 에어벤트가 제공된다.

고성능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ET는 ES 세단과 동일한 체리 E0X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다. 바닥에는 CATL의 3원계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41 kWh 용량으로 장착됐으며, 1.5리터 143마력 터보 가솔린 엔진 SQRH4J15가 충전을 담당한다.

구동은 전후축에 각각 204마력과 265마력의 동기식 전기모터가 담당한다. 총 시스템 출력은 469마력으로 2.5톤의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충분한 성능이다.

서스펜션은 3챔버 에어 스프링과 가변 감쇠력 댐퍼를 조합한 공기식 시스템이 적용됐다. 포르쿠 카이엔 수준의 본격적인 구성이다.

러시아 진출을 위해 윈드실드와 스티어링 휠 열선, 도어 씰 추가, 차체 패널 아연도금 확대, 워셔액 탱크를 8리터로 확대, 파노라마 루프 선바이저 등이 추가됐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효율성

ET는 경쾌하게 출발한다. 공식 제원상 0-100km/h 가속시간은 4.8초로 5인승 Aito Seres M7과 동일하지만, 체감상 가속감은 덜 급격하다. 사용자 설정 주행모드에서 파워트레인 반응성, 스티어링 무게감, 서스펜션 높이와 감쇠력을 개별 조정할 수 있지만, ET는 여전히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급격함을 완화해 불편함을 방지한다.

이를 위해 뛰어난 차음과 모든 도어의 이중유리, 탁월한 승차감이 제공된다. 3챔버 공기 서스펜션과 적응형 댐퍼는 노면의 패칭, 요철, 이음새 등 모든 불규칙함을 매끄럽게 처리한다. 거친 아스팔트로 인한 진동도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로 전달되지 않아 모든 결함이 승객들로부터 확실히 차단된다.

날카로운 모서리의 구덩이는 저편평비 타이어 때문에 우려되지만, 과속방지턱은 차체를 살짝 흔들 뿐이다. 서스펜션은 고속도로의 긴 웨이브에서도 흔들림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양한 주행모드와 차고 조절 기능

공기 서스펜션 덕분에 ET는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 모드에서 147mm, 스포츠 모드 167mm, 이코노미 모드 177mm, 스탠다드 모드 187mm, 샌드 모드 197mm, 스노우 모드 207mm, '지프 대피' 모드 217mm까지 조절된다.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별도 메뉴를 통해 최대 227mm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완비됐다. 자동 긴급제동부터 차선 유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모든 기능이 제공된다.

실제 연비와 주행거리 테스트

일주일간의 테스트 중 대부분이 고속도로 주행이었다. 500km 장거리 주행을 두 차례 실시했는데, 모두 연료 만충전과 배터리 완충 상태에서 중간 급유나 충전, 심지어 정차 없이 완주했다. 이 경우 평균 속도에 따라 연료와 배터리 모두 약 절반 정도 소모되어, 총 1,100km의 주행거리가 실제로 달성 가능함을 확인했다.

4,500km 주행 통계에 따르면 평균 연료소비량은 100km당 8리터, 전력소비량은 100km당 0.8kWh였다. 이는 주로 엔진 우선 모드로 사용됐음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배터리 충전량의 약 1/3이 에어컨 작동에 사용됐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100km당 7.5리터의 연료와 6.3 kWh의 전기를 소비했으며, 기술 사양에 따르면 순수 전기 모드로 2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크로스오버는 다른 연속형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전기 구동을 우선하며, 내연기관 엔진으로 배터리를 강제 충전할 수도 있다.

시장 전망과 경쟁력

러시아에서 엑슬란틱스 ET는 '탑(Top)'이라는 단일 트림으로만 판매되며, 가격은 약 1억 1,430만 원(6,600만 루블)이다. 또한, 8년 또는 20만 km(전기 모터 및 배터리는 16만 km)의 긴 보증 기간을 제공한다. 이는 제조사가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러시아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운영 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이다.

하지만 리샹(Lixiang) 같은 세그먼트 리더와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독일 크로스오버에서 갈아탄 고객보다는 체리 계열 브랜드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기존 고객들에게 더 어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엑슬란틱스 ET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와 첨단 기술, 뛰어난 승차감을 앞세워 러시아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일부 실험적인 디자인 요소와 인터페이스는 소비자들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체리 그룹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 전략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