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체계 전환을 선택한 이유
페루 정부가 전군 무기 체계를 한국형으로 통일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다국산 혼합 체계에서 발생한 부품 수급 지연, 정비 표준 부재, 훈련 혼선 같은 구조적 비용을 제거하고 운용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유럽과 미주, 터키 등과의 협상에서 가격 지수와 납기 신뢰, 기술 이전 범위가 서로 맞물리지 않자, 실전 검증과 현지화 역량을 동시에 제시한 한국의 패키지형 제안이 최종 낙점됐다. 핵심은 ‘무기’가 아니라 ‘체계’였고, 페루는 무기 성능과 더불어 교육·정비·부품·현지 조립까지 묶인 운영 생태계를 고른 셈이다.

지상 전력 표준화, 현대로템 단일 창구로 정리
지상 전력은 현대로템을 단일 공급 창구로 세팅했다. K2 전차와 K808 8×8 차륜형 장갑차를 축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동일 계열 전력으로 정비와 부품을 통일해 가동률을 높이는 구상이다. 페루군 운용 환경을 반영해 냉각·방진·제동·도하 패키지를 현지 지형과 고도에 맞게 최적화하고, 초기 물량은 직도입 후 단계적 현지 조립으로 전환한다. 이 구조는 배치 속도를 확보하면서도 현지 산업의 흡수율을 높이는 절충안이며, 전차·장갑차·구난·탄약 보급 차량까지 계열화해 훈련·정비 커리큘럼을 단순화한다.

해양과 항공, 남미 허브를 겨냥한 공동 개발
해양 전력은 중형 잠수함과 다목적 함정을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하는 모델로 추진한다. 선체 블록 제작과 탑재 체계를 분리해 단계별 기술 이전을 설계하고, 전투체계 통합은 국내에서 선행 검증 후 현지에서 최종 통합·시험 운용을 진행한다. 항공은 기본훈련기와 경공격기, 그리고 차세대 전투기 부품 공동생산을 통한 기술 사다리를 제시한다. 초기에는 조립과 정비를 중심으로 시작해 점차 구조물 가공과 전자 장비까지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단계형 로드맵을 적용한다. 이 과정은 단일 대형 수출보다 관리가 어렵지만, 한 번 정착되면 장기 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페루와 한국 모두의 이해에 맞닿아 있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숫자보다 설계가 중요하다
현지 공장 설립과 약정 투자 규모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떤 품질 규범으로 넘기는가다. 핵심 공정과 검증 장비, 품질 데이터 표준, 사이버 보안 규칙, 인력 인증 체계를 함께 이전해야 동일 품질의 재현성이 나온다. 페루의 고도·기온 편차·먼지 환경을 반영해 여과·윤활·냉각의 현지 표준을 따로 설계하고, 노후 도로·항만 인프라를 고려한 운송·보관 체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기술 이전의 속도보다 품질의 일관성을 우선하고, 초기 불량률을 용인하되 원인 폐쇄를 끝까지 추적하는 운영 문화를 심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운영 생태계까지 내재화하는 패키지
무기 체계의 가치는 전력화 이후에 드러난다. 페루형 패키지는 교육–정비–부품–소요예측을 하나로 묶는다.
교육은 승무원·정비·지휘 통합 과정으로 설계하고, 시뮬레이터와 디지털 교보재로 운영 표준을 시각화한다.
정비는 예지보전 체계를 전제해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장 유형·부품 교환·가동률 지표를 대시보드로 상시 공유한다.
부품은 고장 확률·리드타임·비용을 반영한 안전재고 모델을 적용해 현지 창고와 본국 허브를 최적 분산한다.
소요예측은 훈련·정비·작전 캘린더와 연동해 탄약·연료·소모품의 분기별 보급을 표준화한다.
이 네 축이 돌아가면 가동률은 예산보다 데이터에 의해 관리되고, 전력화의 성공이 ‘도입식’이 아니라 ‘운영식’으로 측정된다.

남미 확산의 조건, 신뢰와 납기의 반복
페루를 거점으로 한 남미 확산은 자연스럽지 않다. 첫 고객의 가동률, 비용, 납기, 결함 대응 속도가 그대로 레퍼런스가 된다. 따라서 초기 배치 1년은 국가 차원의 ‘골든 타임’이다. 파손·결함 보고서의 처리 시간을 KPI로 공개하고, 현지 엔지니어의 결정 권한을 넓혀 수리 승인 시간을 줄이며, 대체 부품 승인 규정을 탄력화해야 한다. 군과 산업, 정부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이 운영 문화가 정착되면, 두 번째 고객과의 협상은 ‘가격’보다 ‘가동률 그래프’로 진행된다. 그때 비로소 페루는 남미 허브로, 한국은 남미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함께 키운 전력, 함께 누릴 안전과 성장으로 이어가자
페루의 결단은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운영 철학의 전환이다. 한국은 제품과 공장을 넘어 교육과 정비, 품질과 데이터를 이전하고, 페루는 신뢰와 실행으로 결과를 쌓아야 한다.
현장에서 증명되는 품질과 가동률로 남미의 새로운 표준을 함께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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