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신한라이프가 생명보험 업계에서 높은 자본건전성을 유지했다. 자산·부채 변동성을 줄이는 자산인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 비중을 타사보다 높인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말 기준 FVOCI는 37조6474억원으로 직전년도(35조3456억원)에 비해 2조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전체 자산구성 비율로는 지난해가 63.15%로 직전년도보다 3%p 더 늘었다. 이 덕분에 같은 기간 자산 규모가 58조5083억원에서 59조6178억원으로 1조원가량 순증할 수 있었다.
신한라이프의 FVOCI는 생명보험사 자산 규모 톱3인 삼성생명(58.82%), 한화생명(37.10%), 교보생명(47.40%)보다도 높다. 신한라이프와 자산 규모가 비슷한 NH농협생명(55.33%)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FVOCI는 금융자산의 일종으로 원가 평가는 하지만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본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되는 자산으로 여겨진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자본변동성을 축소하려면 FVOCI로 측정되는 금리부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주로 '장기보유 목적'의 주식, 채무증권 등이 FVOCI에 포함된다. 이와 비교되는 것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이며, 이는 평가손익 자체가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자산으로 자산·부채 변동성이 비교적 큰 편이다. FVPL에 포함되는 자산은 주로 단기매매 목적의 주식을 비롯해 선물, 옵션, 파생상품 등이다.
신한라이프의 자산 중 FVPL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07%로 FVOCI의 6분의1 수준이다. 이 역시 직전년도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FVOCI에 비하면 폭이 작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채권교체매매 및 금리부파생상품(본드포워드) 거래, 공동재보험 출재 등 적극적인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을 추진해 자본변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당국이 보험부채할인율을 현실화한 정책을 반영하면 부채 부담이 늘어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초장기채 편입 등 추가 조치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CS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당국의 권고치는 150%지만, 신한라이프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206.8%(경과조치 전, 지난해 말 기준)을 유지하며 생보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덕분에 신한라이프 지분 100%를 보유한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안정적인 배당으로 그룹 밸류업 정책에도 크게 기여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문제로 배당에 어려움을 겪는 타 보험사들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보험 업계에서는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의 경영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대표가 상당수 교체된 것과 대조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임기가 끝난 신한금융의 13개 계열사 수장 중 9명이 싹 바뀌지 않았냐"며 "(신한라이프의) 이 대표가 1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데는 양호한 자본건전성 지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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