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망 두터운 이승원 부시장, 세종시의장 '점잖게 비판'한 이유
이승원 "임 의장, 감정적 표현으로 시장 폄훼" 정면 반박
이승원 세종시 경제부시장이 최근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삭감 사태와 관련해 최민호 시장을 비판한 세종시의회 의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를 밝히는 것을 자제해 왔던 관료 출신 부시장이 시의장을 점잖게 꾸짖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부시장은 시는 물론 기재부 등 행정기관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승원 부시장은 13일 언론에 배포한 3500자 가량의 입장문을 통해 "의장답게 사안의 본질과 진실에 입각해 글을 올리라"고 비판했다. 임채성 의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박람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최 시장의 단식 등을 지적한 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 부시장은 특히 "이번 최 시장의 단식은 의회가 정원박람회와 빛축제에 대해 예산을 전액 삭감해 빚어진 사안"이라며 "임 의장이 감정적 표현으로 시장을 폄훼하고 있다. 사안의 본질에 대해 말하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제행사로 승인하고 예산 지원을 약속한 사업에 대해 의회가 40일이 넘도록 예산을 확정하지 않고 시일을 끌며 통과시켜주지 않자, 시장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호소했음에도 불구, 시의회 민주당 시의원들이 13 대 7로 전원 부결시키고 만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강한 어조로 꾸짖은 것이다.
이 부시장은 그러면서 "임 의장은 본질이 아닌 '최 시장의 행태' 운운하며, 원인이나 맥락 없이 오로지 '의심'이니 '것 같다'느니 라는 감정적 표현으로 지엽적인 말꼬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회가 전액 삭감한 것에 대해 의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시에 39만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장과 시의원의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이 시장이 해서는 안될 일이냐"라며 "(그게)의회를 무시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부시장은 '시장이 예결위에서 본인의 할 말만 하고 갔다'는 임 의장의 글에 대해서도 "전해 듣기로는 최 시장이 정중한 당부의 말씀을 하고 예결위원들이 모두 돌아가며 말을 하지 않았느냐"며 "그중에는 '시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잘 되겠지요'란 덕담도 오가지 않았느냐. 진실을 말씀해 달라"고도 했다.
지난 임시회에서 최 시장이 발언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으나, 임 의장이 '회의규칙 상 발언할 수 없다'고 거절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장이 미리 신청을 해 의장의 허가를 얻어 발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리'가 언제를 말하는지 명기돼 있지는 않으나 발언 전이면 가능한 것으로, 의장의 재량사항"이라며 "(그러나) 임 의장은 일말의 배려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시장은 "의회가 시민을 대표한다 하지만, 시장은 시민을 대표할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시를 상징한다"며 의원들의 무례함도 꼬집었다.
그간 회의석상에서 최 시장은 항상 '존경하는 의장님, 의원님'하며 의원들을 존중해 왔으나, 의원들은 5분 발언 등에서 '시장은' 이라거나 또는 '최 시장은' 이라며 최소한의 존칭마저 생략하며 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게 시장을 대하는 예의이며 상호존중의 태도냐"며 "그러면서 늘 의회를 무시했다고 비난하는 것 또한 진실이냐"고 했다.
또 '시장이 정쟁을 시작했다'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최 시장은 '늘 정쟁으로 비화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자제를 당부했다"며 "급기야 단식을 시작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찾아오며 민주당 의원들의 횡포를 비난하고, 국민의힘 당차원에서 의원들이 삭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하면 정쟁이냐"고 되물었다.
최 시장이 욕설을 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을 분명히 전했다.
그는 "최 시장의 단식 도중 80대 노인이 삭감한 예산을 복원할 것을 주장하는 혈서와 붕대를 감은 손가락을 보여줬다"며 "이에 감정이 폭발한 시장님이 눈물을 참으며 '이놈의 xx들'이란 욕설을 한 것 을 들었다. 시민을 지켜야 할 시장이 시민이 피를 보게 했다고 격분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욕설을 잘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나, 앞뒤 사정은 말하지 않고 욕설한 자체로만 저급했다고 사과하라고 한다"며 "시장님의 격분에 눈물을 흘리며 공감한 시민들도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에서 30년을 일한 제가 봐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며 "국제행사로 선정되고 정부안에 국비까지 반영된 마당에 시의회가 앞장서서 예산을 삭감한 사례는 생전 처음 본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시장으로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다수당의 횡포였다고 생각되지 않겠느냐"며 "중앙의 승인과 예산 반영,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 통과, 조직승인 등을 위해 집행부 공무원들이 동분서주 할 때 의원들 중 누구 하나 거들어 준 분 있느냐. 오히려 국제행사승인과 국비 반영의 반가운 소식을 듣고도 냉담해하는 의원들의 반응을 보고 저를 포함한 관계 공무원들은 서운함을 넘어 자괴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태의 과정과 시정 전반에 관해 그 본질과 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의장님의 글을 읽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펜을 들었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행시 37회 출신인 이 부시장은 지난해 7월 부임해 일하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심의관, 미래전략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기재부 출신 관료로, 정원박람회 국제행사 승인, 정부 예산안 확보 등 크고 작은 세종시 사업마다 예산 확보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에 확보한 박람회 국비 77억원도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이 부시장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이 많다. 시 안팎에선 온건하고 합리적인 업무 추진력으로 신망이 두텁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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