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부터 저소득층 아이까지…사회적 약자 껴안는 축제
-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축제
- 지역 32곳 예술단체 부스 참가
- 활발한 사회참여예술… 큰 호응
- 컨퍼런스, 에든버러 사례 소개
- 저소득층 학생 연극참여활동 등
- 예술가·일반인 협업 체험 중시
올해 상반기, ‘사회참여예술 시대’ 기획 취재를 구상하고 기획할 때는 이런 큰 행사가 하반기에 개최될 예정으로 한창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기서 ‘큰 행사’란 부산문화재단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부산 여러 곳에서 펼친 ‘2024 사회참여예술 컨벤션’을 말한다.
예술이 순수 관념이나 장르 개념 안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서고 팔을 뻗어 사회 여러 영역과 접촉하는 면을 늘리면서, 공공·공익 차원에서 과제나 문제를 풀려고 창작·연대·확장하는 흐름을 사회참여예술(Socially Engaged Arts)로 일단 규정해 두자. 이런 흐름이 점점 뚜렷해지는 현상은 선명했다. 그런 판단이 ‘사회참여예술 시대’ 기획을 시도하게 한 바탕이다. 그런데 부산 예술·문화 컨트롤타워인 부산문화재단이 ‘사회참여예술 컨벤션’까지 연다고?
이건 두 가지를 뜻했다. 첫째 사회참여예술은 생각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실체로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다. 둘째 이 컨벤션에 가면 부산에서 펼쳐지는 사회참여예술 현황을 접할 수 있다. 그 현장을 이 기획 시리즈의 독립된 꼭지로 편성해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행사는 많았는데, 일단 지난 29일 부산 동구 문화플랫폼으로 가 ‘부산생활문화축제×부산문화예술교육 페스티벌’을 현장을 보았다. 이어 지난 2일 부산 동구 부산역광장 아스티호텔 2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부산문화컨퍼런스 Ⅳ’를 참관했다.
▮ 부산에서는 어떤 활동이?
‘부산생활문화축제×부산문화예술교육 페스티벌’ 둘째 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4시께 부산 동구 문화플랫폼 마당에 들어서니, 야외에 차려놓은 많은 부스와 체험 공간이 반겼다. 무대에서는 편안하고 ‘공감 돋는’ 노래로 꾸준히 인기를 끌어 온 밴드 동물원이 노래하고 있었다. 건물 바깥에서는 부산생활문화축제, 건물 안에서는 부산문화예술교육페스티벌을 펼쳐놓은 것으로 이해됐다.
마당과 건물에 차린 부스의 이름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지금 부산에서 어떤 생활문화·문화예술교육 활동이 사회참여예술의 틀에서 이뤄지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둘러봤다.
‘아름다운 한글 예쁘게 쓰기’(주관 단체 예작캘리그래피) ‘예술치유-일상을 담다’(부산문현예술치료연구소) ‘놀러와요 우리집에’(문화예술교육지원회) ‘예술하는 습관, 골든 보이스 케어’(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나-이웃-지역을 주제로 한 증강현실 체험’(문화와 예술 다다) ‘태어난 김에 환경 요원-재활용품 인형극’(공연예술단체 아티스트릿) ‘책방골목 이야기 탐험’(쓸곳) ‘COAF 어린이바다예술제’(모이다아트협동조합)‘아크릴화 체험’(아트모아갤러리) ‘낭독극 체험하기’(극단 율도)….
부산문화재단 측은 “(재단의 관련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32개 예술단체가 참여해 부스를 차려 설명하거나 참여형 전시를 선보이고 공연을 진행했다. 영남권 단체도 협업을 선보였고 대만 타이베이 현대미술관(MOCA 타이베이)과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예술하는 습관, 골든 보이스 케어’라는 부스를 차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의 박주원 배우는 “시니어분들을 위한 낭독 공연 프로그램이다. 좋아하는 책을 골라 함께 낭독하면서 녹음하고 낭독 공연도 올린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공연했다. 시니어분들이 제대로 된 연극 공연에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낭독 공연 형태를 취하면 좀 더 편하게 도전할 수 있고 성취감도 아주 크다”고 소개했다.
문화와 예술 다다라는 단체가 마련한 ‘나-이웃-지역을 주제로 한 증강현실 체험’은 신기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난 무용인 출신 문화예술교육가 조영미 대표는 “중·장년층을 비롯한 시민이 일상에서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들고 왔다. 호응이 꽤 좋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부산의 숱한 생활 현장에서 사회참여예술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꽤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세계에서는 어떤 흐름이?
지난 2일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2024 부산문화 컨퍼런스 Ⅵ-국제포럼’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회참여예술이 중요한 흐름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 자리인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부산문화재단은 사회참여예술 관련 부산문화 컨퍼런스를 그간 세 차례 진행했고, 이번이 네 번째(Ⅳ)에 해당했다. 이날 국제 포럼의 핵심은 스코틀랜드 사례였다.
현재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는 현장은 영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축제가 열리는 곳이 스코틀랜드이다. 이날 발제 ‘어린이 상상력 속의 문화적 다양성: 세대 간 예술적 잠재력의 열쇠’를 맡은 벨린다 맥엘히니(Belinda McElhinney)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국제 어린이 축제 대표이다. 두 번째 발제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본 창의적 나이 듦과 사회적 포용’을 담당한 피오나 밀러(Fiona Miller)는 스코틀랜드에서 활동하는 단체 트리키 햇(Tricky Hat) 예술감독이다.
이와 함께 주한 영국문화원장 폴 클레멘슨, 부산시의회 최영진 의원 등이 직접 참석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종합토론에서는 김해성 부산여자대학교 아동예술무용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화쯔찬 대만 타이베이 현대미술관(MOCA 타이베이) 부관장, 일본 출신 독립무용가 아야 코바야시 씨가 토론자로 나섰다.
벨린다 맥엘히니 에든버러 국제 어린이 축제 대표는 이매지네이트(Imaginate)라는 에술문화단체도 이끌고 있다. 그는 어린이를 위해 예술과 문화 활동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 가치를 어린이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더 폭넓게 전할 수 있음을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발제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이 꽤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25%에 달하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없는 예술 참여·체험을 제공하는 과제를 중시한다 ▷우리는 어린이-학교-예술가를 연결하는 중추이다 ▷가족이 함께 만드는 작품 만들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스코틀랜드 전역 학교에서 공연한다 ▷어린이 스스로 캐릭터를 창조하고 디자인하게 하게 한다 ▷어린이가 직접 언론 활동의 주역이 되게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에든버러 국제 어린이 페스티벌의 초점은 교사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데 있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하며 창의성을 기르는 데 있다.
그의 발표 자료에는 이 과정에 참여한 예술가의 반응도 여럿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끼치는 좋은 효과가) “정말 확실하다!(Absolutely direct!)”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예술문화단체 트리키 햇을 이끄는 피오나 밀러의 발제는 실제 사례가 가득했고 체험에서 나온 통찰이 돋보였다. 그는 트리키 햇을 “다채로운 예술을 창작하고 실행하는 멀티 아트 퍼포먼스(multi arts performance) 일종의 시민단체(NPD)로 소개하면서 에술가가 아닌 개인 또는 단체와 항상 파트너십을 형성해 활동하는 점을 강조했다. 가령 연극 바탕의 작품 활동을 할 경우 트리키 햇 자체는 예술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나 일반인 등과 협업을 중시하며 반복 공연은 하지 않고 대본(script)이 있는 공연 또한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피오나 밀러 대표는 “우리는 모든 사람이 창의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연극과 공연이 강력한 소통 도구이다”고 강조했다. 사회참여에술 활동이 세계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것으로 보였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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