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가 사라졌다…뜨거워진 바다에 ‘피시플레이션’

조유빈 기자 2024. 10. 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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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고수온 특보 71일간 지속…가을 제철 수산물 어획량 급감
‘폭염 후유증’ 농산물 이어 수산물까지 덮쳐…양식 품목에도 직격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가을까지 지속된 폭염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최장기간 이어진 고수온 현상이 꽃게, 전어 등 수산물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매년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제철인 수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지만, 올해는 발품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가격 폭등으로 인해 대형마트조차 판매 축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기후플레이션'이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까지 덮쳤다.

고수온주의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18일 경남 거제시 동부면 가배항 인근 해상 어느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이 죽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가격 오르는 제철 수산물…대형마트선 판매 축소

특히 대표적 '가을 제철 어종'으로 불리는 전어가 올 가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어는 저수온에서 어군을 형성한다. 수온이 높아지자 다른 해역으로 이동해 어획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전어 값이 폭등하면서 판매처를 찾기 어려워 졌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어의 노량진 수산시장 10월 2주차 평균 경매 가격은 1만7600원으로, 전년 대비 183.9% 올랐다.

품귀 현상 여파는 대형마트까지 미쳤다. 롯데마트는 선어인 구이용 전어만 일부 점포에서 판매하고, 전어회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마트가 제철 전어회를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전어회와 세꼬시를 판매하고 있는 이마트를 비롯해 구이용 전어만 판매하고 있는 홈플러스도 올해 판매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또 하나의 가을 대표 수산물인 꽃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꽃게 위판량은 2707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47.5% 줄었다. 고수온으로 서식지가 넓게 분산되면서 조업 효율이 떨어졌고,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8월 꽃게 금어기가 풀린 뒤 꽃게 할인 경쟁을 벌였던 대형마트는 꽃게의 어획량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지난달 판매 시즌을 이르게 마무리한 바 있다.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소비되는 대표 수산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수산물 가격 급등)'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 원인이 된 이상고온 현상은 올해 유독 심했다. 고수온특보는 해수면 온도가 28도를 넘으면 발령된다. 올해 고수온특보는 7월24일 발효돼 10월2일이 돼서야 해제됐다. 71일은 고수온특보 체계가 갖춰진 이후 '최장' 기간으로, 지난해 기록(57일)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양식업 피해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종은 4934만 마리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55% 증가한 규모다. 국민횟감으로 불리는 양식업계 핵심 품목인 광어와 우럭의 피해도 컸다. 수온이 낮은 곳에서 사는 우럭은 26도 이상이 되면 폐사할 확률이 높아진다. 광어의 적정 수온은 18~24도로, 28도가 한계 수온이다.

8월26일 경남 통영시 한 멍게 양식 어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에 폐사한 멍게를 건지고 있다. ⓒ연합뉴스

피시플레이션 계속 되나…'국민횟감'도 가격 오른다

이미 우럭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대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연말 우럭과 광어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우럭 ㎏당 도매가는 지난 6월 1만1375원에서 오는 12월 1만6500원으로 4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연말 광어의 ㎏당 예상 도매가는 1만9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0.6%)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물속 산소량이 줄면서 홍합과 굴 등의 폐사도 잇따랐다. 올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홍합은 2245줄로, 1줄이 약 14만2000마리인 것을 감안하면 3억 마리가 넘는다. 굴 역시 지난해의 8배가량인 7625줄이 폐사했다. 전국 굴 생산량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경남 지역에서는 폐사 신고가 이어졌다. 피해 면적은 도내 굴 양식 면적의 35%에 달한다.

수협중앙회가 지난 16일까지 집계한 양식 수산물 추정 누적 피해는 480억원에 이른다. 2022년 20억원에서 2023년 137억원, 올해 480억원으로 피해 규모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지난 17일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역‧해역별 특성을 고려해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피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고수온 피해와 기후 변화 대책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선·양식 어업의 대처법, 개선이 필요한 규제, 안전한 수산물 수입 방법 등이 포함된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주요 수산물의 가격과 수급 동향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정부 비축 물량 방출, 수산물 할인 행사 등 가능한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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