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불황 직격탄' SK하이닉스 솔리다임…어깨 무거워진 노종원 사장

노종원 솔리다임 최고경영자(CEO) (사진=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전문 기업인 솔리다임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의 주력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업황이 악화되며 기대했던 SK하이닉스와의 통합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를 이끈 노종원 사장을 솔리다임의 최고경영자(CEO)에 앉혔다. 노 사장은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산하 체제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정화를 지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시장이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 재편에 대응해야한다는 점도 노 사장이 안은 숙제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총 90억달러에 인수하며 품은 자회사다. 지난 2021년 말 1차로 인텔에서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SSD 판매를 담당하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넘겨받고 70억달러를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직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솔리다임이라는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나머지 운영 관련 부문은 2025년에 잔금인 20억달러를 지불하고 가져올 예정이다.

인수 직후 일회성 비용이 대거 투입된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솔리다임이 쌓은 적자가 무섭게 늘었다. 예상치 못한 업황 변수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1년 전보다 53.6% 줄어든 1조2739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496억원에서 2조242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미 지난해 말까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나가면서 연간 3조3256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올해에도 적자가 쌓이는 양상이다.

솔리다임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이달 초 솔리다임의 국내 지사가 문을 닫았다. 미국 본사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며 전사 직원 수의 10% 규모인 98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 들어 실적이 급감하자 회사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주도한 노 사장을 솔리다임으로 보냈다. 최고시너지책임자(CSO)와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역임하며 인수 초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통합 효과를 모색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온 노 사장은 올해 5월부터는 각자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CEO가 됐다. 이전까지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에 인수된 직후 롭 크록 CEO가 퇴사하면서 임시 CEO 체제로 운영됐다. 노 사장이 사업 운영을 책임진다면 SSD 엔지니어 출신인 데이비드 딕슨 CEO는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기업 전략 전문가인 노 사장이 낸드플래시 시장 재편 상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3위권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시장 퇴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노 사장은 솔리다임 이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전략적 투자 등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키옥시아의 일부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시장 재편이 발생하면 이를 활용해 경쟁 지형 재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키옥시아에 투자한 자금은 향후 인텔에 납입할 잔금의 재원으로 쓸 수 있어 솔리다임과도 무관한 문제는 아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기업용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용 SSD 가격은 최대 18% 하락하고, 다음 분기에도 5%에서 1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수익성이 높은 D램 사업을 통해 낸드플래시 불황을 버틸 수 있지만 키옥시아와 WD처럼 주력인 낸드플래시 사업이 흔들리는 기업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를 비롯한 낸드플래시 전문 기업은 지난해부터 절반 이상 감산에 나서며 수익성 지키기에 나섰다"며 "내년까지 살아남더라도 감산의 폭이 컸던 만큼 중장기적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