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육상] "증명해야 할 자리였다"…짓눌렸던 부담감에 얼싸안고 오열 감동


[STN뉴스=구미] 이상완 기자 = "경기 전에 웃는 선수가 없었어요."
한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의 맏형인 이재성(24·광주광역시청)은 경기 전 팀 분위기와 팀원들의 표정을 이렇게 전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큰 무대에 많은 관중이 바라보고 있다는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성-이준혁(24·국군체육부대)-서민준(21·서천군청)-나마디 조엘진(19·예천군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압박감을 이겨내고 아시아선수권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31일 오후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 출전해 38초49을 작성, 대회 신기록과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정상에 올랐다.
동 대회 동 종목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한 건, 1973년 대회가 시작한 이래 사상 처음이다.
앞서 한국 남자 400m 계주는 1981년 도쿄, 1983년 쿠웨이트, 1985년 자카르타, 2023년 태국 방콕 대회에서 획득한 동메달 4개가 전부였다.
대표팀은 대회 직전에 참가한 세계릴레이선수권에 출전해 연이틀 한국 최고 기록(38초51)을 작성하면서 아시아선수권 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전날(30일) 예선에서도 전체 1위(38초67)로 올라 가능성을 한층 더 키웠다.
예선에서 1번 주자였던 서민준이 스타트 주자로 나서 출발했다. 이어 스피드를 자랑하는 나마디 조엘진이 폭발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3번 주자 이재성에게 넘겼다.
이재성은 바톤을 받자 마자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고, 마지막 주자(앵커)인 이준혁이 남은 100m를 단독 질주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대회 사상 첫 금메달에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얼싸안고 폭풍 눈물을 흘렸고, 태극기를 온몸에 두른 채 트랙을 돌면서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 세례를 한껏 받았다.
한참 뒤에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선수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재성은 "경기 전에는 다 집중하고 있어서 웃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그 집중력 때문에 잘 뛰었던 것 같다"며 "연습 과정들이 너무 생각나더라. 눈물보다는 너무 행복해서 입이 안 다물어졌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주자로 대미를 장식한 이준혁의 눈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은 "야간에 컨디션이 더 좋을 것이라고 어제 말씀을 드렸다. 선수들과 단합해서 한국 신기록으로 1등까지 할수 있었다"며 "제가 증명해야 될 자리였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감도 조금 있었다. 제 자신에게도 해낼 수 있을지 가끔 한번씩 의심을 들기도 했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어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울컥했다"고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나마디 조엘진이다. 나마디 조엘진은 100m와 400m 계주 두 종목에 나섰다.
한국 기록 경신에 눈길이 쏠렸던 100m는 준결선까지 올랐으나 개인 최고 기록(10초30)에 한참 밑도는 기록으로 결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팀의 막내인 나마디 조엘진은 "일단 100m에서 좀 아쉬웠던 점이 많았기 때문에 계주에서 굉장히 집중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며 "인생 첫 아시아선수권이다 보니깐 정말 기대를 많이 했다. 진짜 좋은 결과로 잘 마무리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기뻐했다.
가장 부담감이 높은 스타트 주자로 나섰던 서민준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서민준은 전날(30일) 예선부터 1번 주자를 책임졌다.
서민준은 "오늘 한국 육상 단거리 팀을 알릴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며 "많은 국민들 앞에서 뛰는 게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도 많이 했다. 그걸 잘 이겨낸 것 같아서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서민준도 100m에 출전했으나 결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STN뉴스=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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