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는 다양한 형태의 웃음이 있다. 특히 숏폼 속 개그는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포인트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치밀한 계산과 풍부한 상상력이 없으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콘텐츠다. 유튜브 채널 <쉬케치>를 이끄는 개그우먼 박소라와 황정혜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잔잔한 미소와 폭소를 만들어낸다. 채널을 재정비해 올해 더 폭넓은 매력을 선보일 예정인 개그 듀오를 만났다. 두 사람이 펼치는 유머 감각과 연기는 진정 놓치기 아쉬운, 쇼이자 드라마다.

<쉬케치>가 채널을 새롭게 단장했어요. 가장 큰 변화는 무언가요?
정혜 시행착오를 몇 번 겪다가 이제야 비로소 자리를 잡았어요. 화면 퀄리티에 신경을 쓰고 내용도 탄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기존의 영상은 순차적으로 다시 업로드할 예정이에요.
소라 전에는 정혜가 저를 찍어주고, 제가 정혜를 찍어주곤 했는데, 이제는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분들과 함께해요. 저희끼리 촬영할 때는 댓글에 마이크를 바꿔달라거나 화면 색깔을 조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거든요.(웃음) 전문가가 아니어서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두 분 다 KBS 공채 개그맨이에요. 입사 연도가 다른데, 어떻게 친해지셨어요?
정혜 제가 막내 시절에 마음이 많이 불안정했는데, 소라 선배를 유난히 따랐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웃음) 기수 차이가 꽤 나거든요. 그냥 동물적으로, 나랑 잘 맞는 사람 같아서 끌렸던 것 같아요. 힘든 시기에 저 선배처럼만 살면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였어요. 제가 가끔 주어 없이 ‘아 그거…’라고만 말해도 바로 알아채고, 개그 코드도 잘 맞았어요.

소라 님이 정혜 님의 롤 모델인 건가요?
소라 저희 집에서 안 나가겠다고 보채는 걸 제가 무서워서 비둘기 쫓듯이 “가, 이 녀석아!” 하고 그랬어요.(웃음) 저를 끝까지 붙잡고 있더라고요. 둘이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또, 개그를 참 잘하는 게 눈에 띄었어요.
<쉬케치>에서 다루는 개그 소재는 주로 대화에서 나오는 건가요?
소라 맞아요. 서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같아야 진행이 잘되거든요. 예를 들어 ‘커피’라는 주제를 꺼냈을 때 정혜가 한마디 하면, 제가 한마디 얹고, 그럼 정혜가 또 한마디 얹는 식이에요. 이런 점이 잘 맞으니까 주제만 잘 잡으면 상황과 개그는 금방 나와요.
정혜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 뉴런이 연결되어 있나 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예요. 아, 둘이 스타일도 비슷해요. 같은 옷을 입고 올 때가 많거든요. 진짜 소름 끼쳐요. “어, 나도 이거 입으려고 했는데!” 그래요.(웃음) 언젠가는 소라 선배 겉옷을 제 옷인 줄 알고 입고 나갔다니까요. 뒷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우리 둘을 착각하기도 하고요.

촬영은 어디서 진행하세요? 진짜 친구네 집 같아요.
소라 각자의 집인데, 아이템의 분위기에 따라 번갈아가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정혜 조금 유복한 친구네 집 같다면 소라 선배 집이에요.(모두 웃음) 자취생 느낌이 나면 우리 집이고요.
영상이 대부분 2분에서 5분 길이에요.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소라 ‘이런 거 재밌겠다!’ 싶은 것을 각자 생각해 와서 회의하는데, 이야기하다 보면 영상으로 풀 수 있는 주제로 좁혀지거든요. ‘나만 없어 강아지’ 영상을 예로 들면, 저희도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고, 반려동물 키우는 분도 많으니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회의를 거쳐 대본은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으로 만들어요. 연기하면서 애드리브가 들어가고, 계획한 분량보다 길어지는 걸 감안해서요. 평균 두세 시간 촬영해요.
정혜 더 오래 걸린다고 하면 어때요? 피땀 흘린 느낌이 나도록….
소라 벌써부터 그러면 안 돼. 사실 맨투맨 상황극은 대사를 외우기가 편해요.
영상에서 지금 같은 대화의 텐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편집 과정에서 꼭 점검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정혜 웬만한 애드리브는 살리는 편이에요. 소위 말하는 ‘거를 타선’이 없거든요. 그 부분에서 차별화를 느끼는 분도 많고요.
소라 그래서 다들 홈캠 같다고 하나 봐요. 대본에 없는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를 치면 그 순간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이 있어서 살리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느끼는 상대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라 육성으로 말해본 적 없는데… 정혜는 <개그콘서트>를 할 때 무대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트레이닝 단계이기도 해서 본인의 연기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걸 힘들어했고요. 본인은 되게 못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잘했거든요. 같이 유튜브를 하면서 보니 일상 연기에서 장점이 크게 드러나요. 제가 언니고 연차가 높다 보니 현재 트렌드를 모를 때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도 잘 이끌어주고요. 일할 때는 선후배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 맞아요.
정혜 선배님이 워낙 멋있게 잘 얘기해서, 이하 동문인데…. 저는 다른 선배랑 유튜브 촬영을 해본 적 있는데 그분도, 소라 선배도 둘 다 어마어마한 포용력을 가졌어요. 제가 사람을 갑자기 해하지 않는 이상 받아줄 것 같아요.(웃음) 제가 부족한 면이 많은데, 선배가 좀 사람같이 만들어줘요.
늘 개그 욕심이 있는데, 그럼에도 힘들거나 지칠 때는 어떻게 회복하세요?
소라 전 며칠 밖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에너지를 채워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정혜 전 바보상자를 봐요.(모두 웃음) 술 마시면서 <궁금한 이야기 Y>도 보고요. 여러 사건이 나오는데 사람 냄새가 나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돼요.
소라 이걸 호기롭게 와서 저한테 얘기해요. “선배님, 저 지금 <궁금한 이야기 Y>를 역순으로 보는데요!”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몇 가지 얘기해줘요.

요즘 재미있게 보는 콘텐츠나 빠진 취미가 있나요?
정혜 보석 십자수요. 집에 해바라기가 있으면 좋다고 해서 해바라기 화분을 만들고 있어요. 제가 끈기가 없어서 그냥 뒀으면 초반에 포기했을 텐데, 소라 선배 덕분에 지금 해바라기 화분 부분을 수놓고 있어요.
소라 전 <피지컬: 100>을 봤어요. 각자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겨루고, 끈기와 열정을 내보이는 모습이 아주 멋지더라고요.
여성의 생리 기간을 다룬 영상 ‘대자연의 시작’이 인기가 많았어요.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나요?
소라 처음에는 고민했어요. ‘생리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일이잖아요. 의외로 엄청 좋아해주셔서, 걱정 없이 표현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혜 사실 저는 걱정 안 했죠. 전 마이너 감성이 있어요. 선혈만 안 보여줬지,(모두 웃음) 디테일한 연기라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의 코미디 환경을 과거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소라 예전에는 공채 개그맨이 되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종의 등용 시스템이 있었잖아요. 요즘은 많은 플랫폼이 있는데, 사실 그게 코미디언에게는 장점이자 어려운 부분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죠.
정혜 지금은 <쉬케치> 구독자들처럼 팀 고유의 개그를 찾는 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나와 코드가 맞는 개그에 애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확연히 느껴져요.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이 많은데, 그 속에서 <쉬케치>만의 어필 포인트는 뭘까요?
정혜 <쉬케치>를 시작할 때, 조금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무조건 즐기면서 하자고 같이 다짐했어요. 그래야 개그의 바이브가 유지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테니까요. 욕심을 많이 내거나 힘을 너무 주거나 하면 초반의 감성을 잃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금은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라 ‘현실 고증’으로 시트콤처럼 흘러가는 스케치 코미디가 많잖아요. <쉬케치>도 그걸 바탕으로 하지만 중간중간 더 재미있는 멘트나 단어로 말의 재미를 추구하려고 해요. 그런 지점이 <쉬케치>의 강점 아닐까 싶어요. 정말로 내가 재밌고, 진짜로 친구랑 얘기했을 때 너랑 나랑 웃겨서 웃음이 나는 분위기도요.
<쉬케치>의 개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려요.
소라 <쉬케치>의 몇몇 메인 영상이 있잖아요. 새 단장한 채널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혜 가끔 길에서 저희를 알아보는 분들을 만나면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저희가 대형 유튜버가 있는 큰 채널이 아니잖아요. <쉬케치>는 그에 비하면 가건물도 아니고 흉가에 가까운 쪽인데…(웃음) 정말 감사해요.
소라 오며가며 한 번 볼 거 두 번 봐주시고, 두 번 볼 거 세 번 봐주시고, 그렇게 자주 만나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