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 고조…해리스 vs 트럼프, 누구에게 더 이득일까
"중동 갈등 확대, 바이든 정부 리더십 약화 인식 심어"
반전·젊은층 유권자 이탈 등 해리스에게 불리할 듯
트럼프 "나라면 전쟁 없었다" 설득력↑…수혜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10월 깜짝 선물’을 제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외교 부문 수석 논평가인 기드온 라흐만은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그리고 이스라엘의 보복 천명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미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중동 사태가 더 악화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경우 민주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물가, 그 중에서도 기름값은 미 유권자들이 주거 비용과 더불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제다. 주요 경합주를 중심으로 카멀라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빙을 보이며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작은 변수도 선거 결과를 가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조 바이든 정부의 국제적 위상과 리더십이 약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이란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복 수위를 낮추도록 압박하자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라흐만은 “이번엔 양측의 타격 교환이 확대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4월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란의 행동에 대한 대응과 대처 방법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다음 단계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은 아랑곳 않고 보복 의지를 천명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도달할 수 없는 곳은 없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간의 시각차를 더욱 부각했다.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적대 행위를 확대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영국, 프랑스 등과 즉각 휴전을 촉구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했다.
이에 따라 라흐만은 “미국의 중동 정책이 엉망진창이 된 가운데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소속인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라흐만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또다른 중동 갈등에 발을 담그길 원치 않는다”고 짚었다.
CNN방송은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즉각적인 휴전 촉구에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펼친 것, 나아가 이란까지 끌어들인 것은 “미국은 빠르게 악화하는 중동 위기와 관련해 동맹국(이스라엘)을 통제하지 못할뿐 아니라 아니라 다른 주요국에도 영향을 미칠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의 굴욕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을 세계 최강 국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전 시위가 바이든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젊은 유권자들은 2020년에도 선거 결과를 갈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행사장 외부에선 연일 반전 시위가 열렸다. 앞서 민주당 내부 경선에선 젊은 유권자들이 무효표를 쏟아내며 이스라엘을 지원·지지하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이들 유권자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도주의적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엔 이스라엘에 극도로 친화적인 외교 정책을 펼쳤지만,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처음부터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억지력 약화가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현 정부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미 대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선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것이 아닌, 중동 내 친이란 세력 전체와 전쟁을 벌이게 되면 미 유권자들은 오히려 이스라엘 지원을 응원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 이란은 북한 등과 함께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은 남은 유세 기간 동안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할 것이라고 라흐만은 분석했다. 그는 “위험한 시기에 미 정부가 이란에 관대한 것처럼 보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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