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도 매년 인상되는 악순환
- 입주 물량도 감소세…2027년 이후 전국 입주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축소
청약률이 이게 뭐지? 작아진 지방 분양시장
국내 부동산시장을 수도권과 양분해 이끌던 지방 부동산시장이 최근 3년 사이에 급격하게 쪼그라든 모습입니다. 수도권에 비해 영향력은 고사하고 분양, 입주 전반에 걸친 수급 사정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연간 아파트분양 현황을 보면 지난해 지방권역(지방광역 시·도)의 1순위 청약접수 경쟁률은 평균 6.26대 1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 됐습니다. 2020년 20.82대 1, 2021년 13.58대 1 등의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전체 분양시장에서 지방권역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2022년에는 전국 분양물량의 50%대 수준이었으나 2023년 이후로는 40%대 초반까지 줄었습니다. 올해는 이보다도 낮은 30%대(36.9%)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부동산R114).
전국 미분양의 80% 안팎 차지하는 지방 미분양
미분양 적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 미분양 가구의 80% 안팎이 지방에 분포하기 때문인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기준, 지방광역 시·도의 미분양가구는 5만 3,176가구로 전국 미분양가구의 75.8%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1년(1만 6,201가구)보다 약 3.3배 증가 했습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7,229가구로 전체 준공 후 미분양 가구의 80.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방광역시 민간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022년 상반기에는 1,400만~1,500만원 대 수준이었으나 2024년 하반기에는 1,900만~2,000만원 대까지 상승했습니다.
기타지방 지역도 2022년 상반기 1,100만원 대 수준에서 2024년에는 1,400만~1,500만원 대까지 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분양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마진 지키기에 나선 주택사업 주체들이 분양가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계속된 분양가 인상은 청약률 감소, 미분양 적체라는 악순환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확 줄어드는 입주물량
분양을 통한 원만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입주물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지방광역 시·도에서 입주하는 물량은 총 13만 7,945가구(민간+공공)로 지난해(19만 가구)보다 약 5.2만가구가 감소합니다.
내년부터는 입주물량이 더욱 줄어듭니다. 2026년은 8.4만 가구, 2027년은 7.9만 가구 등으로 10만 가구가 채 되지 않습니다.
통상 아파트가 새로 입주하게 되면 전·월세 시장이 움직이고 상가나 기타 편의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입주가 줄면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집니다.
지방 부동산, 살아날 구멍은 있나?
분양, 입주 등의 수급 상황이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침체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며 살아날 구멍이 없는 것 또한 아닙니다.
먼저 수급 상황에 있어서 입주물량 감소는 오히려 신축의 희소성을 높여 분양시장이 살아 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지방광역 시·도의 연간 입주물량이 10만가구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지난 2012년(7만6,213가구) 이후로 14년 만입니다. 이 기간 동안 매년 10만~20만가구의 입주가 있었는데 이보다 크게 줄어들게 되면 신축 아파트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움직임도 주목할 수 있습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책마련에 나섰는데요.
이런 이유로 주택산업연구원의 2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에서 수도권은 64.5로 1월보다 1.4p 하락했으나 비수도권(지방)은 1월보다 14.5p 상승한 75.1을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기준 100을 하회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 등을 통한 분위기 전환도 기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정책과 대출완화 및 금리 변화 등이 매수자들을 얼마나 자극하느냐가 올 지방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되고, 내 년 이후로는 입주 감소에 따른 수급 상황이 두 번째 변수이자 지방 부동산 시장의 솟아날 구멍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지방 미분양 소진과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꾸준하게 시장을 모니터링 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라면서 “필요하다면 2차, 3차 추가 대책을 해서라도 부양하지 않으면 건설경기 전반에 위기가 더해 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