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그 공간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닌, 생육하는 식물을 보게 될 것이다. 틸테이블 오주원 디자이너는 마치 자연의 한 조각을 떠다 놓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Q.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식물 및 플랜테리어 디자인 회사 틸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조소를 전공하고 공간 디스플레이 회사를 창업한 후 자연스럽게 식물 디자인, 플랜테리어 디자인 전문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어느덧 이 일을 16년 째 하고 있다. 대학에서 식물 디자인 강의부터 국내외 전시 참여, 플랜테리어 디자인 작업, 화기 수출까지. 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잔뼈가 굵어지다 보니 매체들이 '1세대 플랜테리어 디자이너'라 부른다.
Q.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16년 전에는 공간 디스플레이/디자인 회사로 틸테이블을 창업했다. 공간 디스플레이에 식물을 접목하는데 맘에 드는 화기를 찾는 게 너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화기를 직접 디자인,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우리 화기를 찾는 고객들이 자연스레 늘며 화기와 식물 전문 브랜드로 포지셔닝이 된 것 같다. 그렇게 확장되어 일반 가정은 물론 각종 상업 공간, 사무 공간, 크고 작은 전시회 등 식물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이 필요한 곳에 플랜테리어 작업 의뢰를 받게 되었고 이제는 식물 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부터 대기업까지, 작은 식물 하나부터 대규모 공사까지. 우리 고객과 서비스는 늘 다양하다.
Q. 지금까지 어떤 작업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공간에 플랜테리어 작업을 해왔다. 대기업 사옥 내부, 브랜드(패션, 뷰티, 자동차 등) 콘셉트를 살린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와 바 실내외를 비롯해 크고 작은 전시, 팝업 그리고 일반 가정까지. 모든 영역의 플랜테리어를 관장했다. 더 나아가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파리 메종 오브제와 국내 전시/박람회에도 참여했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 참여했던 페어에서 자연 냄새 가득한 숲 공간을 연출했을 때는 그 공간의 연출 그대로 플랜테리어를 의뢰한 기업 고객도 있었다. 현재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또한 다양한 작가 및 브랜드와 진행하는 플랜테리어 콜라보도 쉬지 않고 진행 중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혹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경기도 광주 신현리에 위치한 '카페슈샤'. 카페 인테리어 설계 단계에서 인연이 닿았는데, 플랜테리어를 비롯하여 인테리어 컨설팅, 가구 및 소품 셀렉팅까지 전반적인 디렉팅을 맡아 진행했다. 카페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초대형 아라우카리아 나무들을 이용하고 자연의 멋이 살아있는 원목 가구와 소품들을 활용하여 마치 노르웨이의 숲이 연상되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카페슈샤' 대표님들이 감사하게도 우리를 믿고 모든 걸 맡겨주셔서 작업 내내 보람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실제 카페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지금은 우리가 카페슈샤의 맛과 멋에 단골이 되어 자주 찾고 있다.
Q. 자신만의 디자인 1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고객과의 소통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제공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잘 맞춰가는 것. 과하지 않으면서 디테일이 살아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생명을 가진 식물을 활용하다 보니 틸테이블만의 원칙을 지키며 스타일을 살리는 것도 꼽고 있다.
Q. 그렇다면 인테리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공간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잘 살아낼 수 있는 종류의 식물로만 플랜테리어를 한다. 아무리 고객이 원하는 식물이라 해도 그 공간에서 건강하게 살 수 없는 식물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의 동선에 방해되는 식물 연출 또한 절대적으로 피하고 있다.
Q. 클라이언트들이 틸테이블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랜 기간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신뢰와 진정성의 가치를 아는 클라이언트들이 단골이 되더라. 같은 식물이라도 틸테이블이 작업한 식물은 더 예쁘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걸 알고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많다. 오랜 기간 쌓인 신뢰와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정성과 전문성,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Q. 클라이언트에게 다른 곳에서 예산을 아끼더라도 꼭 이것 만은 투자하라 권하고 싶은 게 있을까?

플랜테리어에 비용 투자를 결정했다면, 식물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급・배수 시설이나 식물을 위한 최소한의 조명 설치 등이다. 작은 차이가 식물에는 큰 변화를 준다. 이러한 요소를 잘 지킨다면 단순히 그 공간에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생육하는 식물을 보게 될 것이다. 식물이 잘 자라는 걸 보면 새로운 세상을 느끼게 된다.
Q. 틸테이블이 내세우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마치 자연의 한 조각을 떠다 놓은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식물로 표현하는 것. 이것이 틸테이블의 디자인 철학이다.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유명 건축가의 작품들, 굴지의 기업들이 소유한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등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소위 핫플레이스이라 불리는 공간들, 그리고 양평에 있는 우리 집에서 보이는 잣나무 숲에서 영감을 받는다.
Q.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인물이 있나?

안도 타다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감재, 창호, 가구, 조명 브랜드가 있나? 어떤 브랜드이며, 그 이유는?

가구는 '텍타(TECTA)'를 좋아한다. 모던하고 심플하면서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울리는 그 존재감이 맘에 든다. 조명은 '허먼 밀러'의 '버블 램프' 시리즈를 좋아한다. 오랜 세월 사용해도 싫증 나지 않아 실용적이고 아름답다. 마감재는 '무티나(MUTINA)'의 CELOSIA를 좋아한다. 오브제 형태의 타일을 지붕이나 벽에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파티션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용도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