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가 찍은 보랏빛 마침표…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드는 ‘화양연화’ [씨네:리포트]

강지호 2026. 1. 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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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V리포트=강지호 기자] 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드는 사랑의 순간이 있다. '21세기 최고의 사랑 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시 덧대 25년 만에 공개되는 영화 '화양연화 특별판'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화양연화 특별판'은 2000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 '화양연화'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단편 챕터를 추가한 작품이다. 영상과 사운드 역시 리마스터링됐으며 기존에 공개된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이야기와 함께 2001년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화양연화'는 지난 2016년 BBC가 '21세기 두 번째로 위대한 영화'로 선정한 작품이다. 롤링 스톤, 더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유수의 매체는 이 작품을 21세기 대표 영화로 꼽았고 왕가위 감독은 '화양연화'를 통해 제26회 세자르 시상식의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스쳐가는 순간들로 사랑의 시간을 인수분해하다"라는 평과 함께 만점인 5점을 매기며 극찬을 보낸 바 있다.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화양연화'는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다시 극장을 찾았다.

▲ 다시 돌아온 '화양연화'…꽃이 지듯 사랑한 이들의 이야기

'화양연화'는 극장을 몇 번이고 찾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음악을 잘 쓰기로 유명한 왕가위 감독답게 순식간에 관객을 '화양연화'의 세계로 끌어당기는 음악이 극장을 가득 채우면 영화 속 붉은빛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영화 속 양조위와 장만옥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다시 그들의 은밀한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1962년 홍콩, 상해에서 이주해 온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소려진(장만옥)과 주모운(양조위)은 각자의 남편과 아내와 함께 같은 날 동시에 이사 온다. 소려진의 남편은 출장이 잦고, 주모운의 아내는 야근이 잦다. 퇴근 후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진 두 사람은 우연히 서로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배우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에게 동정을 느끼며 감정적인 유대를 쌓아간다. 사랑하던 이의 배신이라는 공통된 주제의 피해자가 된 이들은 불륜을 한 각자의 배우자의 감정을 흉내 내고, 곱씹어가며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자신들을 배신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던 각자의 배우자처럼 옳지 못한 관계 속에서 사랑을 느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두 사람은 이별을 택한다.

▲ 영화를 극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감독의 선택…왕가위의 마침표

'화양연화 특별판'은 지난 2000년 공개된 '화양연화'에 이어 9분가량의 미공개 챕터가 추가됐다. 1990년대 홍콩의 한 상점을 배경으로 양조위는 사장으로, 장만옥은 손님으로 등장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왕가위 감독의 '타락천사'(1995)를 연상시키는 보랏빛 분위기의 특별판 속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화양연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다.

왕가위 감독은 25주년을 기념한 특별판 개봉을 앞두고 "내가 만들고 싶었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완성된 작품"이라며 "영화를 극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특별판은 극장 상영으로만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더해진 '화양연화 특별판'은 '화양연화'의 두 주인공의 미래, 두 사람의 재회 등을 바랐던 이들에게는 어쩌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는 이야기다. 특별판 속 이야기는 기존의 '화양연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진행된다.

재미있는 점은 전혀 달라 보이는 이 이야기가 '화양연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가 아닌 1990년대를 배경으로 다시 만난 양조위와 장만옥은 전혀 다른 모습과 전혀 다른 장소에서 서로를 다시 바라본다.

짧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화양연화'와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사랑한 팬들에게는 오랜 시간 공개되지 않았던 '판도라의 상자' 속 이야기가 또 다른 선물이자, 왕가위의 마침표로 다가올 듯하다.

12월 31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강지호 기자 khj2@tvreport.co.kr / 사진= 영화 '화양연화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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