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9.2% 찍고도 12부작으로 조기종영한 안타까운 드라마

시청률 19.2% 찍고도 12부작 조기종영…'천원짜리 변호사'가 남긴 씁쓸한 뒷맛

흥행에 실패해야 조기 종영한다는 방송가 불문율도 '천원짜리 변호사'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2022년 첫 방송 당시 8%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파죽지세로 치솟아 19.2%까지 찍었다. 여러 OTT로 시청자가 흩어진 환경에서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20% 턱밑까지 올랐으니 대중적 흥행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도 당초 14부작으로 기획됐던 드라마는 돌연 12부작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창 잘나가던 작품이 결말을 향해 달릴 시간조차 빼앗겼다는 이 역설 탓에, 종영 뒤에도 작품이 거둔 성취보다는 제작 과정의 잡음이 먼저 입에 오르내렸다.

드라마를 이끈 흥행 공식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수임료 딱 1000원만 받고 억울한 이웃을 돕는 변호사 천지훈은 법률 서비스의 높은 문턱을 가장 직관적인 숫자로 허물어버린 인물이다. 거대 권력을 상대하면서도 돈이나 조직에 기대는 대신 뼈 있는 말과 논리,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심리전으로 판을 뒤흔든다.

'현실의 법은 과연 누구 편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면서도 시청자가 답답함을 느낄 틈 없이 판세를 곧바로 엎어버린다. 단돈 1000원이란 장치는 한낱 흥미 유발용 설정이 아니라,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법의 힘을 되찾아주겠다는 드라마 나름의 선언이었다.

천지훈의 독특한 외형과 태도는 이 묵직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는 완충재였다. 화려한 체크무늬 정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다방 같은 사무실에서 능청스럽게 상대 속을 긁는 모습은 기존 법정물의 근엄한 변호사들과 결이 달랐다. 평소엔 엉뚱한 행동으로 긴장을 풀다가도 법정에만 서면 사건의 핵심과 상대의 빈틈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실없이 굴어도 무능해 보이지 않았고, 진지해져도 훈계조로 굳어지지 않았다. 이 까다로운 양면성을 설득해낸 남궁민의 연기 덕분에 자칫 만화 같은 설정에 그칠 뻔한 인물이 극 전체를 장악하는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안긴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악당 응징에 그치지 않았다. 사건을 질질 끌지 않고 천지훈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속도감 있게 매듭짓는 호흡이 핵심이었다. 상대편이 승리를 자신하는 순간 숨겨둔 논리와 결정적 증거가 터져 나왔고, 천지훈은 법률 지식뿐 아니라 인간의 허영과 방심까지 파고들었다.

치밀한 법리 절차보다는 유쾌한 코미디와 짜릿한 역전극에 무게를 둔 구조였다. 덕분에 법정물이 낯설고 어려운 시청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었고, 약자의 편에 선다는 명확한 방향 덕에 승리의 쾌감도 즉각적으로 안방에 가닿았다.

문제는 이런 강점을 안정적으로 펼쳐 보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야구 중계에 따른 잦은 결방으로 주간 방영 흐름이 뚝뚝 끊겼고, 14부작에서 12부작으로 줄어든 탓에 서사를 차분히 정리할 여백마저 좁아졌다. 제작사와 작가진 사이의 갈등, 잦은 대본 수정과 연출 방향을 둘러싼 마찰 등이 축소 원인으로 거론됐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 어느 한쪽의 잘못을 단정하거나 특정 이유 하나 때문에 2회가 잘려 나갔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시청률이 낮아서 잘린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카메라 밖의 어수선한 잡음이 극의 분량을 갉아먹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마지막 회를 둘러싼 아쉬움 역시 이야기의 완결 여부보다는 지나치게 숨 가빴던 압축에서 비롯됐다. 어찌 됐든 12부작 안에서 매듭을 짓긴 했으나, 시청자들이 기대한 건 단순한 사건 하나의 마무리가 아니었다. 천지훈이 더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고, '단돈 천 원'이라는 원칙이 온갖 기득권 세력과 부딪치며 파생되는 다채로운 이야기였다.

최고 시청률 19.2%는 바로 그 풍성한 서사를 더 보고 싶다는 대중의 열망이었다. 그래서인지 엔딩을 본 뒤 남은 감정은 미완결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활짝 열릴 수 있었던 세계가 너무 일찍 닫혀버렸다는 허탈함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분량이 줄어든 것 자체를 두고 작품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몰아갈 수는 없다. 빠른 사건 해결과 경쾌한 웃음이 무기였던 드라마였던 만큼, 12부작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호흡이 몰아보기에 덜 부담스럽고 장르적 매력을 한데 응축시킨 측면도 있다.

불필요한 사족을 쳐내고 천지훈이라는 인물에게만 온전히 집중했다는 점에서는 꽤 날렵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미덕이 당초 예정됐던 2회 분량이 통째로 날아간 아쉬움까지 지워주지는 못한다. 결국 늘어지지 않아 보기 편했다는 호평과 미처 다 풀지 못해 아쉽다는 탄식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남긴 진짜 비극은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졌다거나 시청률이 낮아서가 아니다. 첫 방송 8%에서 최고 19.2%까지 치고 올라가며 캐릭터와 장르의 파괴력을 증명해 놓고도, 그 흥행을 더 크고 깊은 서사적 성취로 연결할 기회를 놓쳤다는 데 있다.

안정적인 제작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온전히 논하기 어렵다는 뼈아픈 현실도 드러냈다.

아무리 빼어난 배우와 매력적인 캐릭터, 대중이 환호하는 속도감을 갖췄다 한들, 현장의 제작 방향과 편성이 삐걱거리면 제아무리 잘나가는 흥행작이라도 마무리를 온전히 지켜내기 힘들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본 이 작품은 단순한 사이다 법정물을 넘어, 흥행과 완성도 사이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남는다. 높은 시청률은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는 성적표일 뿐, 그 숫자 자체가 제작 과정의 매끄러움이나 결말의 밀도까지 담보해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거인의 빈틈을 찌르던 천지훈의 활약만큼은 여전히 명료한 쾌감을 안긴다. 디즈니플러스에서 12부작 전편을 다시 볼 수 있는 지금, '천원짜리 변호사'는 실패해서 조기 종영된 드라마가 아니라 크게 성공하고도 끝까지 제 몫의 호흡을 다 누리지 못한 비운의 흥행작으로 다시 읽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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