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체 공정도 오늘이면 끝난다”… 화물연대 파업 ‘직격탄’ 맞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가보니
“레미콘 타설 대신 철근, 알폼 작업… 그마저도 거의 다 해”
미리 작업도 한계… 조합원 우려도↑
“레미콘이 들어와야 후속공정 시작할 수 있어요. 레미콘 타설 전까지는 거의 다 됐어요. 아마 내일(30일)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은 다 끝날겁니다.”
지난 29일 찾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수십대의 레미콘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며 분주했을 공사장 입구지만, 간간이 작업자들을 태운 승용차만이 오갈 뿐이었다. 현장 안쪽에서도 승강기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올 뿐 대부분의 작업장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조합과 시공단과의 갈등을 겨우 봉합하고 공사를 재개한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 또 다시 삐걱대고 있다. 이번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시멘트 유통이 막히면서 골조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현장에서 골조를 담당하는 김태권 팀장은 “작업자들이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면서 레미콘 공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전국 건설현장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둔촌주공 현장엔 지난 주말(25일)부터 레미콘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정률은 53%, 골조공정은 60%대다.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면서 골조공정과 전체공정 모두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보다 철근 작업이나 알폼(알루미늄 거푸집) 작업을 먼저 하고 있는데, 지난주부터 레미콘이 들어오지 않아 골조에 필요한 형틀을 잡아가는 일을 먼저 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그마저도 대부분 끝나 레미콘 공급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 A씨도 “레미콘 차량과 레미콘을 위로 쏴주는 펌프차들이 다녀야 하는데, 레미콘 차량이 안 들어오니 펌프차도 들어올 일이 없어 현장이 굉장히 조용한 편”이라면서 “이제 15층 정도로 쌓았으니 두 배는 더 쌓아야 하는데 건물이 빨리 올라가지 않아 아래층 다른 작업부터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현장에는 아직 높이가 다 올라가지 않은 아파트에 7~8층까지 창틀이 먼저 끼워지고 있었다. 벽돌 등을 쌓는 조적공사나 창호 설치, 일부 마감공사가 미리 진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리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김재돈 둔촌주공 시공단 현장소장은 “형틀이나 철근 공사는 진행 중인데, 이것도 이번주가 지나면 일거리가 없어질 것 같다”면서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공기 연장 손실이 발생하고 추위에 레미콘이 어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정비사업을 통해 선보일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오는 12월 1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다시 공사 중단 소식이 들리자 조합원들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박승환 둔촌주공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조합에서도 현장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레미콘 수급을 맞추려면 적어도 3~4일 정도가 더 걸려 공사현장이 평소처럼 돌아가는 데에는 얼마 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당장 이번주 한파가 올텐데 그러면 레미콘이 잘 섞이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현장에서는 훨씬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업계의 피해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성수기 시멘트 출하량인 약 20만톤 중 2만2000톤만 출하됐다. 차질물량은 17만8000톤, 금액으로는 약 178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누적 매출 손실은 642억원에 달한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한편 정부와 민주노총의 협상은 점점 더 격랑 속으로 빠지고 있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카드를 꺼내들고 시멘트 분야를 시작으로 조속한 업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화물연대는 더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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