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당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

거절은 ‘거절’일뿐이다. 한 번 거절당했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부정 당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거절당하는 것을 죽기보다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인 사업가 지아 장(Jia Jiang)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절이 무서워 요청할 시도조차 못했던 그는 '100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10만원 빌려달라고 하기 등 거절당할 수밖에 없는 부탁을 하루에 한 번 100일 동안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100일이 지난 후 그는 ‘요청’의 귀재가 돼 있었다.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타인에게 부탁할 수 있었고, 때때로 상대가 더 나은 제안을 해 주기도 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선 거절당할 용기가 필요하다. DBR 155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제대로 요청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왜 요청을 잘 해야 할까?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속으로 바라고만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억하자. 요청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한계를 알고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겸손한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산업디자인계의 거장 빅터 파파넥 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그는 강의가 끝난 뒤 교수들만 참석 가능한 리셉션에 몰래 들어가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파파넥 교수가 오자 본인을 당당히 소개했고 다음 두 가지를 요청했다. 그의 책을 한국말로 번역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1년 동안 자신의 지도교수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파파넥 교수는 그 자리에서 두 가지를 모두 흔쾌히 들어줬다. 김 대표는 그렇게 디자인계의 거성이 됐다. 이게 바로 요청의 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청하지 않는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다. 조금 더 배우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일수록 이런 증세가 더 나타난다. 자신의 학식과 능력에 비춰볼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나약함과 무능을 보여주는 자존감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버드에서 행복학 강의로 유명한 숀 아처 교수는 <행복의 특권>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버드 학생 중 상당수가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도움의 손길마저 뿌리치는 실수를 범한다.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동안 그토록 갈망하는 행복을 몽땅 잃어버리고 만다. 주변 사람들 혹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높은 기대라는 폭군 아래서 매일 신음하고 있다. 그들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람의 손길을 뿌리치는 실수를 한다.”

출처 :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한마디로 요청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절하면서 힘든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거절을 당하면서 성장한다. 계속 승승장구하고 한 번도 거절당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요청하면 당연히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진정한 친구인지 알 수 있다. 그 자체가 학습이고 배움이다.

심지어 요청을 하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의원이 있었다. 그에겐 원수 같은 존재였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한 후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관계 회복을 하고 싶었지만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날 “나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보다도 내게 작은 도움을 준 사람이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격언을 떠올리고 이를 실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의원이 소장하고 있다는 귀한 책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의원은 즉각 책을 빌려줬다. 얼마 후 의사당에서 만난 그 의원이 정중하게 말을 걸어오면서 둘 사이는 회복됐다.

이같이 도움을 청한 사람에게 호의를 느끼는 현상을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라고 한다.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관계 개선에 더 효과적이란 사실이다. 사실 꼬인 관계에서는 대화를 할수록 더욱 꼬이기 쉽다. 섭섭한 감정은 말 한두 마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도움을 요청해서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쉽사리 부탁을 못하는 이유

그런데 왜 요청을 못할까?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두려움의 실체는 대부분 막연하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두고 자기 보호나 방어 차원에서 미리 선을 긋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라는 것도 알고 보면 나로부터 비롯된다. 상처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는 것이다. 요청은 당연히 거절을 전제로 한다.

근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거절을 당한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거절은 거절일 뿐이다. 사실 거절을 통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거절에서 오는 수모는 성공을 위한 투자 비용이다. 거절의 횟수와 강도는 성공의 크기와 비례한다. 위대한 성공에 이른 사람일수록 더 크고 많은 거절을 당한 사람이다.

보험왕 토니 고든은 30년간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백만 달러 원탁회의)의 회원 자격을 놓쳐본 적이 없다. MDRT는 실적이 좋은 보험설계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국제 모임이다. 2000년 미국인이 아닌 사람으로는 최초로 MDRT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거절의 수모를 겪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모든 성공과 미래의 보상은 잠재 고객과 만나고 고객의 거절을 일상생활로 삼아야 얻어진다. 거절의 수모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현명하게 요청하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요청할 것인가? 첫째, 요청할 만한 사람에게 요청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흔히 창구직원을 붙잡고 승강이를 벌이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창구직원은 당신의 요청을 들어줄 힘이 없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요청해야 한다. 최고의 세일즈맨은 의사결정권자에게 직접 요청한다.

둘째, 끈기 있게 요청해야 한다. 한 번의 요청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끈질기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후회도 잘하는 경향이 있다.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일수록 다음에는 잘해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친절한 사람 중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이 많다. 거절의 강자를 만날수록 자신은 세일즈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기분 좋게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매번 불법 주차하는 차량이 하나 있었다. 이 차량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불법으로 주차하지 않았다. 쪽지 하나 때문이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선생님. 어제 이곳을 지나는 분들이 주차 문제로 욕을 하고 지나가시던데. 몹시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넷째, 도움을 받고 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아는 교수 한 분은 어렵게 사는 제자를 위해 적극 취업에 나섰고 성공을 시켰다. 그런데 이후 제자로부터 문자 하나가 없다면서 섭섭해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비슷한 사례를 쏟아내면서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요청을 하는 것 못지 않게 요청 이후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하다. 요청 이후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어떤 요청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염화시중의 미소란 말이 있다. 웃는 것만 봐도 그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별로 효용성이 없는 얘기다. 내 마음도 알기 어려운 판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알 수 있을까? 알아서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 역시 무리한 요구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한다. 요청해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55호
필자 한근태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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