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무드등' 보기엔 우아하지만, 내 몸엔 독인 이유

집안 조명에서 침실만 눈부심 없이 쾌적한 것은 숙면을 위한 조명환경이 아니다. 거실 조명 역시 1실1등이 아닌 눈부심?없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기위한 침실과 연계된 거실 조명으로 연출하는 것이 좋다./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땅집고] 지구 상의 거의 모든 생물은 빛에 의해 신체리듬이 바뀐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잠들게 된다. 반대로 야행성 동물이 밤에 활동하는 것 역시 약해지는 태양광에 의해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생명체는 태양광의 변화에 따라 신체리듬을 조절하여 잠들고 깨어나기 때문에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야간의 빛을 섬세하게 연출하는 조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조명의 혜택으로 해가 져도 대낮과 같은 밝은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었으나 눈부시게 밝은 조명환경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일으키고 수면장애로 신체 면역력을 떨어뜨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잠이 보약이다.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잠을 잘 자는 것이다. 숙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조명이다. 인간은 잠들기 2시간 전부터 어둑한 환경으로 바뀌어야 멜라토닌이라는 수면유도 물질이 뇌에서 분비되어 편안하게 잠들게 된다. 많은 현대인에게 수면장애를 유발, 불면증에 시달리게 만드는 원인은 우리의 잘못된 조명환경에 있다. 그렇다고 실내를 어둡게만 하면 조명의 기능을 상실한다.

일몰 이후, 멜라토닌을 원활하게 분비하고 야간 수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둑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한국의 획일적으로 눈부신 1실1등 조명환경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의 해결과 건강하고 쾌적한 빛의 공간을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건축조명설계와 그에 상응하는 조명기구, 그리고 운용 시스템도 필요하다. 불면증, 우울증 그리고 야간의 눈부신 조명에 예민한 사람이나 백내장, 녹내장 등의 안과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전문가와 상담하여 조명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일상 속에서도 가볍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조명을 실천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커튼을 열어두어 실내에 충분한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 낮의 태양광에 노출되도록 가벼운 산책등 외출을 하는 것도 좋다. 조명으로는 일몰 이후에 천장에 달린 직부등은 사용을 자제하고 침실과 거실에 다양한 높이의 스탠드 조명을 여기 저기 놓고 사용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때 소파에 앉아서 보는 시야나 식탁에서 눈부심이 없는지 살펴보며 설치 위치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최근 유행처럼 많이 설치하는 침대 머리 쪽의 간접조명은 보기에는 멋져 보이고 사진은 잘 나오지만 실제 사용상에 눈부심이 많고 효용이 떨어진다. 침대 베개쪽 가까운 간접조명은 잠들기 전 밝기감이 높아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주요원인이다.

침대 머리쪽에 간접조명없이 소형 다운라이트를 설치한 사례./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잠들기 전 침대에서는 작은 독서등이나 가급적 다리 쪽에 스탠드 조명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침대 머리쪽 독서등으로는 쉐이드 타입(전등갓) 스탠드, 3w이하 LED 광원이라면 두고 쓸만 하다.

지금까지 조명의 역할은 단순하게 어두운 곳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수면건강과 생존을 위해서라도 빛의 양이 아닌 질을 더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명은 사람을 위한 빛의 공간이다.

글=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