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출전 남자배구 프랑스에 0:3 완패! 세계 4위의 벽은 높았다!

세계의 벽은 높았고, 우리는 그 벽 앞에서 할 일을 다시 배워야 했다. 11년 만에 나선 세계선수권 첫 경기, 한국 남자배구는 프랑스에 0-3(12-25, 18-25, 16-25)으로 졌다. 스코어만 보면 완패지만, 내용은 더 분명했다. 높이, 서브, 리시브에서 모두 밀렸다. 첫 단추가 이렇게 어긋나면 팀은 흔들리기 쉽다. 그래도 이 패배를 다음 경기의 설계도로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기 흐름은 초반부터 기울었다. 1세트에서만 블로킹 6점을 내줬다. 우리 공격은 세트 초반부터 막혔고, 반대로 우리는 프랑스 높이를 거의 넘지 못했다. 2세트는 11-13까지 버텼지만 연속 실점으로 간격이 벌어졌다. 3세트는 8-13에서 허수봉과 임동혁이 연달아 득점하며 불씨를 살렸지만, 리시브가 다시 흔들리면서 추격이 끊겼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블로킹 4-11, 서브 에이스 0-10. 이 두 줄의 숫자가 경기의 전부를 설명한다. 결국 우리는 첫 볼 사이드아웃이 잘 안 됐고, 상대는 서브로 우리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쉽게 점수를 쌓았다.

그래도 빛은 있었다. 허수봉이 팀 최다 9점을 넣으며 끝까지 버텼고, 임동혁이 7점을 보탰다. 문제는 두 선수의 공격이 이어질 길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세터 선택지가 줄어든다. 중앙을 못 쓰고, 속공이 막히면 상대 블로커는 바깥으로 몰린다. 그 순간부터는 우리 공격수가 맞블록을 정면으로 받아야 한다. 오늘은 딱 그 그림이었다. 그러니 해법은 단순하다. 첫 수비 라인을 다지고, 초반부터 서브로 상대를 묶어야 한다. 상대가 편하게 올리면 세계 최상위 팀을 이길 수 없다.

남은 조별리그는 아르헨티나(16일), 핀란드(18일)다. 계산은 복잡하지 않다. 16강에 가려면 최소 한 경기 이상은 잡고, 세트 득실에서도 손해를 줄여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조직력이 좋아 긴 랠리를 잘한다. 첫 볼 처리(리시브→퀵 오픈·속공) 성공률을 올려 템포를 뺏어야 한다. 초반부터 라인 깊숙이 떨어지는 플로터 서브로 세터 발을 묶는 게 핵심이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상대도 바깥쪽에만 공이 간다. 그때 블로킹 라인을 미리 세워 두면 된다. 핀란드는 높이와 파워가 강점이지만 수비 집중력은 흔들릴 때가 있다. 긴 서브로 범실을 줄이면서, 랠리 전환에서 뒷배(파이프) 한두 번만 성공해도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당길 수 있다.

선수단 안에서 바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있다. 첫째, 서브 방향을 정교하게 나누자. 리시브가 흔들리는 선수, 코트 구석을 파고드는 지점으로 반복해서 압박해야 한다. 오늘 같은 0-10 서브 열세는 내용부터 뒤집어야 한다. 둘째, 중앙 재가동. 초반에 한두 번이라도 속공과 시간차를 보여주면 상대 블로커 발이 묶인다. 셋째, 수비 뒤 전환 속도를 더 올리자. 한 번 막아냈을 때 곧바로 찍어 누르는 속공·퀵오픈이 나와야 상대가 뒤로 물러선다. 넷째, 교체 카드도 과감하게. 서브 스페셜리스트, 수비 강화 카드, 더블 스위치(세터-라이트 동시 교체)로 흐름을 끊고 다시 잡는 장면이 필요하다.

프랑스전은 아쉬웠지만, 첫 경기 패배가 곧 조별리그 실패를 뜻하진 않는다.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일이다. 리시브 라인을 더 단단하게, 서브는 더 집요하게, 블로킹 라인은 더 좁고 높게. 기본으로 돌아가 한 점 한 점 쌓아야 한다.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배구는 화려한 기술보다 ‘정확한 첫 공’에서 시작한다. 아르헨티나전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다. 초반부터 서브로 흔들고, 중앙을 열고, 긴 랠리에서 버틴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팬들이 보고 싶은 건 완벽이 아니다. 이길 수 있는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팀의 얼굴이다. 오늘 패배를 내일의 설계도로 바꾸는 것, 그게 지금 한국 남자배구가 해야 할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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