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했던 한소희 “최민식 보며 자괴감…‘정신 차려’ 한마디에 깜짝” [인터뷰]

이현경 기자 2026. 9. 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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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소희.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스포츠경향 이현경 기자] 배우 한소희에게도 성공 뒤의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가’를 매일 되묻고 5년 뒤 자신의 모습을 걱정한다는 그는 신작 ‘인턴’ 속 성공한 CEO 선우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다.

“저도 선우처럼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나한테도 기호 같은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선택의 기로에서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길을 보여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죠.”

한소희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신작 ‘인턴’(감독 김도영)을 선택한 이유부터 최민식과의 호흡, 배우로서 품고 있는 불안과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까지 털어놨다.

■“최민식 선배님, 제가 넘을 수 없는 큰 산”

‘인턴’은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한소희가 ‘인턴’을 선택하는 데는 최민식의 존재가 컸다.

“원작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최민식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생 살면서 언제 선배님과 단둘이 영화에서 호흡할 수 있을까’ 싶었죠. 너무 하고 싶어서 원작의 줄스(앤 해서웨이)처럼 머리도 자르고 미팅 때마다 예쁘게 입고 갔어요.”

기대했던 최민식과의 호흡은 배우로서 또 다른 자극이 됐다. 한소희는 그를 가까이서 지켜볼수록 존경심과 함께 배우로서의 자괴감이 밀려오는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작품이 끝났을 때 ‘최민식 선배님은 내가 넘을 수 없는 큰 산 같은 존재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촬영하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았고요. 연륜과 경력에서 나오는 걸 제가 이길 수는 없잖아요.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기회만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진하게 담긴 장면으로는 일본 이자카야 신을 꼽았다. 최민식은 한소희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제 선술집 대신 세트 촬영을 제안했고, 본 촬영에서는 그에게 알리지 않은 채 대사의 순서까지 바꿨다.

“대사가 바뀐 걸 저만 몰랐어요. 원래와 달리 갑자기 ‘정신 차려’라고 하셔서 놀랐지만 그냥 감정을 이어갔어요. ‘너는 젊고 유능하고 모든 걸 할 수 있어’라는 말도 선우에게 하면서 한소희인 저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한소희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모습도 기호와 맞닿아 있었다.

“좋은 어른은 절대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자기 기준을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건 별로예요. ‘너도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이런 차선책도 있단다’라고 그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면서 시야를 넓혀주는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한소희.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안 먹고 안 자고 달렸던 나…이제는 안정되고 싶어요”

영화 속 선우와 한소희가 가장 맞닿아 있는 지점은 ‘불안’이다. 앞서 김도영 감독과 최민식 역시 한소희에게 “예민하면서 불안정한 면이 있다”고 평하며, 이러한 성향이 특색 있는 연기를 만든다고 봤다.

“‘5년 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를 매일 생각해요. 현재, 과거, 미래를 전부 걱정하죠. 또 저는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스타일이에요. 현장에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걱정하죠. 제가 미완성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소희는 이제는 자신의 불안정한 성향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소진시켜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 대신 안정된 상태에서도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언제까지 이런 성향으로 연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안정화된 상태에서 저를 이끌어가야 다양한 역할도 할 수 있죠. 예전에는 주변의 시선을 많이 생각했다면 요즘은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요.”

그 변화의 중심에는 ‘건강’이 있다. 이른바 ‘뼈말라’ 유행에 책상을 ‘쾅’ 내려치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한소희는 요즘 운동과 휴식에 힘쓰며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예전엔 저도 마르기만 하고 싶었어요. 모든 옷이 몸에 맞았으면 했죠. 그런데 이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제 컨디션을 잘 조절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쉴 때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차에서도 노래를 틀지 않고 퇴근 후에는 휴대전화도 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저한테는 정말 중요해요.”

앞으로 더 발전하고 싶다는 한소희는 팬들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인턴’ 속 선우를 연기하면서 느낀 건, 성별을 떠나서 내가 부족한 걸 아니까 ‘좀 도와줘. 내가 잘해볼게’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는거에요. 결국 저와 팬분들의 관계도 비슷해요. 결국 내가 일을 잘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거든요.”

배우 한소희.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독무 아닌 오케스트라…저 춤추고 노래도 해요”

한소희는 최근 투톱 작품에서 연이어 중심축을 맡고 있지만 ‘인턴’을 투톱물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요즘은 주인공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 같아요. 영화는 독무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죠. 선우와 기호만 있다고 해서 ‘인턴’이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움직여야 작품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현장의 호흡 속에서 한국판 ‘인턴’만의 유쾌한 장면도 탄생했다. 극 중 에스파의 ‘Whiplash’를 추는 장면은 한소희의 즉흥 연기에서 시작됐다.

“일단 에스파 팬분들 죄송해요. 제가 아는 춤이 ‘Whiplash’밖에 없어서 촬영 때 즉흥적으로 췄는데, 한지은 언니가 받더라고요. 원래 다른 곡이었는데 나중에 곡을 사서 넣으셨더라고요. 최민식 선배님의 템포와도 잘 맞아떨어졌고요. 그리고 인순이 선배님께도 죄송해요. ‘거위의 꿈’을 정말 열심히 불렀거든요. 음치처럼 들릴 수 있는데 정말 열심히 부른거에요.”

마지막으로 ‘인턴’을 봐야 할 이유를 묻자 한소희는 웃으며 마지막 영업에 나섰다.

“세상 따뜻한 얼굴의 최민식 선배님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 영화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아, 저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도 나옵니다. 하하.”

이현경 기자 hk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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