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은 취업 후 매달 꼬박꼬박 삼십만 원씩 통장으로 용돈을 보내오면서도 내 안부 전화는 한사코 받지 않았다.
혹시 나에게 말 못 할 큰 어려움이나 건강상 이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날로 커져만 갔다.
결국 나는 아들의 자취방 위치를 어렵게 알아내어 반찬 통을 들고 예고 없이 아파트 복도로 향했다.

굳게 닫힌 아들의 자취방 얇은 현관문 너머로 누군가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낮은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들은 야간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잠도 자지 못한 채 다른 일거리를 찾으며 덤덤히 통화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어떻게든 추가 야근을 넣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알고 보니 아들은 다니던 회사의 경영 악화로 월급이 절반이나 깎인 비상 상황에서도 나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힘겨운 생활고 속에서도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매달 용돈만큼은 빠짐없이 보내왔던 것이었다.
자신이 처한 초라한 현실과 피곤함을 어머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토록 전화를 피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인종을 누르려던 내 손끝은 아들의 지친 목소리를 계속 들으며 공중에서 무겁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존심 강한 아들에게 더 큰 마음의 짐과 죄책감을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들고 온 반찬 가방을 현관 손잡이에 조용히 걸어둔 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어두운 골목길로 빠져나와 아파트 창문을 올려다보며 겨우 참았던 눈물을 조용히 훔쳐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그동안 아들이 보냈던 용돈을 모두 모아둔 통장을 가만히 꺼내어 만지작거렸다.
아들의 깊은 속내와 무거운 짐을 다 이해하게 된 나는 문자로 날씨가 추우니 밥 꼭 챙겨 먹으라는 짧은 안부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