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리밸런싱의 시대] 두산에너빌리티, SMR로 반전 모멘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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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에 폭증했던 유동성이 위축되며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SK를 필두로 전 산업계에 확산되는 '리밸런싱'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생존전략을 분석합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9년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다. 당시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때문에 국내 원전 수주가 어려워지자 해외 수요가 많은 SMR을 택했다. 하지만 부정적 정책 기조를 뛰어넘을 만큼 SMR은 '반전 카드'가 되지 못했고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시장 전망도 잿빛이었다.

2년 뒤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앞선 때와 완전히 달랐다.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자구 노력과 신사업 투자 성과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대우도 달라진 것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재무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도 SMR 분야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뉴스케일파워 협력, SMR 글로벌 파운드리 길 닦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가 최근 게재한 '원자력 에너지의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정책 기준 2050년 SMR 설비 용량은 4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잠재력은 훨씬 크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규제 완화 등 여러 긍정적 요건이 맞물리면 같은 기간이라도 전망치가 3배 증가해 120GW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IEA는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꼽으면서 초기 투자 비용을 더 낮추면 SMR의 도입 규모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SMR은 2020년대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투자 논의가 시작됐으며 두산에너빌리티도 그즈음 SMR에 관심을 보였다. 2019년 미국의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업무협약 체결했다. 당시 뉴스케일파워는 유타주립전력공사(UAMPS)가 발주한 소형원전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미국이 SMR 발전소를 도입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파트너사로 한국 기업을 점찍은 것도 상징적으로 평가됐다.

워낙 대규모 프로젝트인데다 UAMPS가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 납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도 정부의 정책 기조때문에 국내에선 원전 수주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뉴스케일파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SMR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수요가 대부분이라 두산 입장에서도 기회였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대량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대형 원전 설계·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모듈형 SMR 제작에도 뚜렷한 강점을 보였다.

양사의 협력 모델은 뉴스케일파워의 설계와 기술을 기반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한 뒤 건설 부지에 설치하는 식이다. 이는 대형 빵 공장에서 대량으로 반죽을 만들면 각 지역의 빵 가게가 이를 받아 레시피대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대형 빵 공장은 두산에너빌리티, 빵 가게는 뉴스케일파워인 셈이다.

추후 UAMPS SMR 프로젝트는 비용 문제로 없던 일이 됐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다른 발전소의 프로젝트 참여가 기대되는 상황으로 큰 차질은 없었다.

뉴스케일파워와 협력으로 물꼬를 튼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X-에너지 등 다른 SMR 업체로 파운드리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IR북 참고./자료=두산에너빌리티

SMR 기회의 땅 美, 대규모 수주 기대

현재 SMR 관련 여러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랐다. 우선 올해 하반기 SMR 수주 가이던스로 5000억원을 제시했다. 시장에선 뉴스케일파워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뉴스케일파워는 다수의 미국 빅테크 업체들과 SMR 공급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X-에너지는 4월 초도사업인 롱 모트 프로젝트에 대한 건설 허가를 신청했으며 MRC가 심사에 들어갔다. 내년 중 승인 가능성이 높아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화력발전소 인근 부지를 활용한 테라파워의 SMR 건설 프로젝트도 순항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의 초도호기 제작 준비에 참여했으며 향후 주기기를 납품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으로 SMR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미국은 사업 확대의 텃밭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맞물려 SMR 전용공장 구축 등 제작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각도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사업비 예산은 총 1조3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9000억원을 SMR 등의 신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부분 SMR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산 효율화 등 유동성 확보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2월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지 거래소에 상장됐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구주 매출로 약 1000억원을 확보했다. 또 최근에는 2900억원에 베트남 자회사 두산비나 경영권을 HD한국조선해양에 넘겼다.

시장에선 향후 5년간 SMR 분야에서 60기 이상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 협력으로 수주가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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