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독대 불발'…한동훈 대표, 꼬인 정국 풀어낼 '플랜B'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독대가 불발됐다. 한동훈 대표는 의정갈등 해법을 포함해 정국 돌파수단으로 '윤 대통령과의 독대'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대통령실은 "(두 사람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이번 추석 민심을 전달하고 정부의 유연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찬 전 독대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현안의 돌파구를 새로 찾아야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한동훈 대표는 독대 불발 소식에도 "조속한 시일 내 만나야 한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23일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24일로 예정된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의정갈등을 포함해 주요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의도지만 만찬 외 별도 일정은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이날 퇴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이 있고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추후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할 계획이냐라는 질문에 "지금 요청드리고 있지 않느냐"라며 "내일(24일)이 어려우면 조만간 다시 꼭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동훈 대표는 현재 의료개혁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차질과 지지율 하락 등 당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독대 제안도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설득하지 않고 꼬인 정국을 풀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승부수로 풀이됐다. 7월 전당대회 이후 소폭 반등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두 달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동반 하락하는 점과 독대 성사 시 여당과 정부가 수시로 국정 현안을 놓고 소통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가 직면한 가장 큰 현안은 의료개혁이다. 의대 증원 문제의 경우 정부는 2025학년도 모집인원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2025학년도 증원부터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 제안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후 "의제 제한없이 협의체 안에서 서로 논의할 수 있다"고 의료계를 설득 중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올해 수험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고 이미 시작한 의료개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이 "수시 전형이 시작된 이상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바꿀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의제 제한이 없다"는 한 대표의 입장이 자칫 2025학년도 의대 증원까지 보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대표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하기 위해선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잇따라 만난 주요 의료계 관계자의 목소리와 응급실 등 의료 현장 상황을 전하고 의료계 수사속도 조절 등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정부의 유연한 정책 운용을 건의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란 역시 대통령실과 한 대표의 의견차가 큰 주제다. 한 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 "아직 결론이 안 난 사안"이라면서도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공개 행보를 재개한 김 여사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데다 공천개입 의혹 등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 대통령실에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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