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 없는 어미와 먹이 찾는 새끼들…안타까운 장면의 끔찍한 비밀
한 도로에 고양이가 쓰러져 있다. 새끼 고양이들이 울면서 먹이를 찾지만, 어미 고양이는 눈을 크게 뜬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생명이 위독한 어미의 상태를 모르는 듯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연출된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사들은 어미 고양이에게 의도적으로 약물을 투여해 이 영상을 촬영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동물을 구조하는 ‘가짜’ 동영상이 늘어나고 있다.
29개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소셜미디어 동물 학대 연합(SMACC)’은 지난 1일 ‘사기를 찾아라: 가짜 동물 구조의 실체를 파헤치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체가 6주 동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X(옛 트위터)를 조사한 결과 1022개의 가짜 구조 동영상을 발견했다. 이 동영상들은 총 5억7000만회 조회됐다.
단지 ‘좋아요’와 ‘공유’가 목적은 아니었다. 가짜 구조 콘텐츠의 21%는 구조된 동물을 돕겠다며 시청자들에게 페이팔 링크를 통해 기부를 요청했다.
가짜 구조 콘텐츠는 길거리에 버려지거나 산 채로 묻힌 동물, 포식자의 공격을 받아 치료가 필요한 동물 등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한 동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 어린 원숭이가 주로 이용되는데 아마도 이 동물들이 다루기 쉽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동영상은 길가나 쓰레기장,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동물을 구조하는 내용이었다. 또 동물이 어딘가에 갇힌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많았다.
한 동영상 속 강아지는 1분 넘게 병에 머리가 끼어 있다가 ‘구조자’의 도움으로 병을 제거한 후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영상을 검토한 수의사는 “물병 속에서 발버둥 치는 강아지를 1분 동안 촬영하는 건 진정한 구조보다는 극적인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일부 동영상은 맹금류나 거대한 뱀이 고양이, 개, 염소, 심지어 원숭이를 사냥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조’라는 이름으로 동영상 제작자가 중간에 끼어들어 동물들이 실제로 죽음을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촬영하는 동안 위험에 처했던 동물들이 심각한 공포를 겪었을 것이라고 수의사들은 우려했다.
단체는 진짜와 가짜 구조 동영상을 판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출처를 확인한다. 진짜 동물보호 단체와 관련 없는 계정에 동물 구조 동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는 경우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구조자가 항상 같은 사람이거나 구조된 동물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알리지 않는다면 의심해야 한다.
둘째, 구조되는 동물을 눈여겨본다. 가짜 구조 동영상은 비슷한 설정과 이야기 구조로 만들어진다. 동일한 동물이 여러 동영상에 등장한다면 가짜다.
셋째, 카메라 앵글을 확인한다. 실제 구조 상황에서 동물들은 촬영을 도와주지 않는다. 여러 개의 카메라 앵글을 사용해 동물 구조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건 설정된 상황을 촬영하고, 편집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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