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일 동안 홍콩에서 ‘통째로 잡아뒀다’
논란의 출발점은 K21 장갑차 시제 차량이 해외 전시·시험을 위해 홍콩 항만을 경유하던 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의해 51일 동안 압류된 사건이다. 표면적인 사유는 서류 미비였지만, 한국 측이 요구 서류를 모두 제출한 뒤에도 20일 넘게 추가 억류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중국 기술진이 차체·포탑·서스펜션·내부 장비를 사실상 완전 분해 수준으로 샅샅이 분석했다는 정황이 복수의 군사 소식통과 전문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방산업계에서는 “중국이 서류 문제를 빌미로 시간을 벌어 K21 구조와 설계를 최대한 들여다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외형·개념이 닮은 VN17, 그러나 따라 할ㅁ 수 없는 심장
중국 노린코(NORINCO)가 내놓은 VN17은 30~40mm급 주포를 장착한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로, 전면 엔진 배치·승무원 3명+보병 7명 탑승 구조 등 기본 개념에서 한국 K21과 매우 비슷하다. 차체 형상, 측면 장갑 배치, 포탑 실루엣 역시 K21을 연상케 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실상 K21 베이스”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VN17이 아무리 K21을 흉내 내도 똑같이 가져갈 수 없는 핵심은 파워팩, 특히 엔진 기술이다. K21의 심장인 750마력급 디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1999~2007년 사이 약 91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순수 국산 군용 엔진으로, 고출력·고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고난도 설계의 집약체다. 이 엔진 덕분에 K21은 시속 70km 고속 기동과 험지 돌파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실전 수준 내구성 시험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입증했다.

전차급 화력과 기동성, 외국도 인정한 K21 성능
K21은 단순 수송 장갑차가 아니라, 전차에 버금가는 화력 지원 능력을 갖춘 보병전투장갑차다. 포탑에 탑재된 40mm 자동포는 고폭탄·관통탄·프로그래머블 탄 등 다양한 탄종을 사용해 적 장갑차·진지·저고도 항공기까지 대응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적 전차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의 관통력도 확보했다.
여기에 디지털 사격통제장치, 열상 조준기, 각종 센서를 연동한 첨단 사격체계가 결합돼 ‘움직이면서 맞추는’ 기동 사격 능력까지 구현했다. 이런 성능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영국 제인스 디펜스 등 군사 전문 기관은 K21을 미국 브래들리, 독일 퓨마 등과 같은 급의 세계 최고 수준 보병전투장갑차로 분류했다. VN17이 외형은 비슷할지 몰라도, 이 수준의 화력 통합·사격제어·엔진–변속기 파워트레인 완성도에서 한국형 수준을 따라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21 기반 ‘레드백’으로 글로벌 시장도 진입
K21 플랫폼은 수출형 개량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호주 육군이 차기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 사업(Land 400 Phase 3)에서 한화디펜스의 AS21 ‘레드백’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레드백은 K21의 차체·파워팩 개념을 기반으로, 호주 요구조건에 맞춰 방호력·센서·무장·실내 레이아웃을 대폭 강화한 수출형 모델이다.
라트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도 노후 BMP 계열 대체 사업에서 K21 계열 장갑차를 후보로 검토했고, 중동·동남아 일부 국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실전 운용·수출 경쟁을 통해 성능이 검증된 플랫폼을 정면으로 겨냥해 중국이 ‘VN17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시험 평가나 해외 도입 사례에서는 한국 측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방산 시장의 중론이다.

“모방은 가능해도, 같은 품질은 만들기 어렵다”
중국의 VN17 논란은 동시에 한국 방산 기술 수준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단기간에 겉모양과 일부 구조를 베껴낼 수는 있어도, 수년간 축적된 엔진·변속기·현가장치·방호재·전자장비 통합 노하우를 그대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K21이 오랜 기간 혹한·혹서·진흙·도하 등 실제 작전 환경에서 검증되면서 신뢰성을 쌓아 온 반면, VN17은 실전 운용·수출 레퍼런스가 부족해 “쇼 모델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해외 군사 전문 매체들은 VN17을 소개하면서도 “기술적 뿌리는 한국 K21에서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 특유의 카피 전략을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카피 논란’이 오히려 키운 K-방산 신뢰
결국 중국의 기술 도용 의혹은 한국 K21의 존재감을 더 키워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K21뿐 아니라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등 주요 지상전력 대부분을 자체 개발·국산화했고, 이들 장비는 이미 유럽·중동·오세아니아 등 여러 지역에서 실계약·실전 운용으로 성능을 입증했다.
K21 플랫폼의 성공은 한국이 단순 조립·생산국이 아니라, 핵심 엔진·포탑·전자장비까지 설계·개발·수출할 수 있는 방산 강국으로 올라섰다는 증거다. 중국이 VN17을 내세워 “세계 최고”를 주장할수록, 업계에서는 “정원을 보고 만든 모조품보다 원조인 K21이 한 단계 위”라는 인식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한국 방산 산업이 기초 연구부터 첨단 무기체계까지 자체 기술로 승부할수록, 단순 모방에 의존하는 국가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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