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에서 젠더혁명까지, 퀴어영화의 대담한 도전

▲ 영화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전 세계 퀴어영화의 최전선을 만나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퀴어영화 축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지난 11월 7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네 번째 막을 올렸습니다.

영화제의 뉴 프라이드 섹션'은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과 그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보이죠.

신인 감독으로 분류되는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을 기준으로 뛰어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는데요.

2024년 뉴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걸출한 신인 감독의 작품 다수를 아시아 프리미어로 만나볼 수 있죠.

▲ 영화 <어느 봄의 여정>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먼저, 팽주휘, 왕핑웬 감독의 <어느 봄의 여정> 오랜 시간 동안 아내에게 의지해 온 한 노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요.

아내를 잊고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삶을 이어가는 와중에 오랫동안 소원했던 아들이 새로운 연인과 함께 찾아오면서 그는 인생에서 또 다른 변곡점을 맞게 되죠.

인간 본연의 감정을 섬세한 각본으로 표현한 영화로, 대만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장 뤽 보네파치노 감독의 <소풍>은 홍콩의 전문 보디빌더이자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 박사과정 학생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사회가 정한 틀과 이분법에 맞서 온전한 자신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죠.

홍콩에서 미국 애틀랜타까지, 수 세기 동안 중국과 남미 사회에 깊이 새겨진 전통적인 사회 및 문화 구조에 도전하는 젠더 플루이드 보디빌더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 영화 <소풍>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수 이쉬안 감독의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도 뉴 프라이드 섹션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계엄령이 해제된 1994년 대만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참가한 시위에서 우연히 만난 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감정이 깊어지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시위는 어느덧 사랑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 됩니다.

민주화의 폭풍 속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사랑과 자유의 이야기를 세밀한 연출로 엿볼 수 있죠.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은 아시아에서 제작된 다채로운 퀴어영화를 만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섹션인데요.

올해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에서 선보이는 장편 영화는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츠엉민퀴 감독의 <비엣과 남>입니다.

2024년 칸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이 작품은 뛰어난 시각적 연출로 줄곧 같은 공간에서도 전혀 다르게 대비되는 느낌을 전달하죠.

두 남자의 로맨스와 전쟁의 아픔이 공존하는 것처럼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모호하고 몽롱하게 흐려집니다.

▲ 영화 <비엣과 남>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아시아 퀴어 단편영화들을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치웬 팅 감독의 <추특사>는 포르노 구독 웹사이트에 영상을 업로드하기 위해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죠.

호텔에서 만나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 두 사람이 포르노의 기술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것과 몰입하는 것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그립니다.

스닉하 카푸어 감독의 <홀리 커스>는 인도를 방문한 11세 주인공이 가족들로부터 정통 의식을 강요받으면서 성정체성과 씨름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죠.

▲ 영화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홍선혜 감독의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는 일본의 시골 도시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한 명은 케이팝 아이돌이 되고싶다는 꿈을 꾸고 있고, 한 명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돕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아냈습니다.

'월드 프라이드 섹션'은 비아시아권 영화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시각을 보여주는 섹션인데요.

먼저,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페든 파파마이클 감독의 <라이트 폴>은 그리스 섬에서 휴가를 보내는 젊은 커플이 버려진 호텔을 탐험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죠.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겪게 되는 폭력과 복수의 소용돌이를 보여줍니다.

▲ 영화 <라이트 폴>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소피 듀피스 감독의 <솔로>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드랙아티스트인 주인공이 새로 온 댄서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후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그를 향한 사랑과 동시에 15년 만에 나타난 어머니 사이에서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사랑과 실망의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훌륭한 드라마로 표현했습니다.

영화 속의 무대공연도 근사하죠.

또 다른 프로그래머 추천작인 <유니콘>은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남아시아의 퀴어 나이트클럽의 공연자와 기계공으로 일하는 젊은 싱글대디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 둘이 만나면서 서로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이야기를 담았죠.

▲ 영화 <유니콘>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안소니 샤트만 감독의 <어린 마음>도 주목할 만한데, 14살의 주인공은 새로운 이웃인 또래 친구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곧 자신이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잡한 감정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상대방의 마음을 가질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겪는 내면의 혼란을 그리죠.

월드 프라이드 섹션의 단편들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허니문>은 경찰과 연루된 어떤 사건 이후, 그리스를 떠나는 버스에 동행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인데요.

버스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던 중, 갑작스러운 트랜스포비아의 공격으로 인해 그들은 외딴 고속도로에 발이 묶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죠.

▲ 영화 <섹스 사이런스>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은 감독, 배우, 국가, 시대에 따른 다양한 테마의 퀴어영화를 선정해 특별전으로 소개하는 섹션인데요.

올해 네덜란드 퀴어영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특별전 '네덜란드 퀴어영화 포커스'에서 이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섹스 사이런스>로, 1980년대 뉴욕 할렘가에서부터 시작된 '볼룸'신의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인 'Sex Siren'를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볼룸'은 흑인과 라틴계 LGBTQ+를 중심으로 빠르게 퀴어들의 안식처가 된 곳으로, 그 안에서 춤을 추거나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행사를 '볼'이라고 부르죠.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인종, 성정체성의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해 암스테르담의 '볼'의 참가를 준비하면서 볼룸신 내에서의 여정과 유혹, 관능, 성적인 권한 부여에 관한 카테고리와의 관계를 되돌아봅니다.

자기 탐구의 여정에서 '섹스 사이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이러한 안전한 공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죠.

▲ 영화 <마이다스 맨>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오픈 프라이드 섹션'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알리고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섹션인데요.

올해 오픈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HIV/AIDS'를 주제로 한 세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죠.

아일랜드에서 HIV/AIDS 감염자들의 경험을 조사하고, 그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낙인을 탐구한 다큐멘터리 <비밀을 이야기하는 방법>,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를 성공으로 이끈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해 그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조 스티븐슨 감독의 <마이다스 맨>이 기대를 모읍니다.

▲ 영화 <퍼스트 키스>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파이브 필름 포 프리덤' 단편 컬렉션은 세계 최초의 온라인 LGBTIQ+ 영화제인 'BFI 플레 런던 LGBTIQ+영화제'의 상영작을 엄선하여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죠.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채로운 장르의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완성도 높은 단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미겔 라푸엔테 감독의 <퍼스트 키스>인데요.

스페인의 소도시에서 마드리드 중심부로 향하는 '앤디'의 여정을 따라가며 청춘과 정체성, 첫사랑이 선사하는 미묘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죠.

한편, 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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