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사결정에 도움 주는 AI
오믈렛 박진규 대표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미래. '인간 대신'을 넘어, 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를 인공지능(AI)이 풀어내는 미래를 앞당기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의 부교수이자 창업가인 박진규 대표의 ‘오믈렛’이다. 오믈렛은 산업 현장의 복잡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AI 조합 최적화 솔루션 ‘오아시스’의 개발사다. 박 대표를 만나 인간과 AI의 공존법에 대해서 들었다.
◇문제해결을 좋아하는 서울대 공학도
박 대표는 서울대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했다. 공학적으로 튼튼하면서 아름다운 구조물을 탐구했다.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가서 석사 과정으로 전자를, 박사과정으로는 토목공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AI솔루션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전공이 조금씩 바뀐 것 같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비슷합니다. 풀어야 할 구체적인 문제가 다를 뿐, 해답은 최적화 및 효율적 운영에 있기 때문이죠. 건축부터 인공지능까지, 풀어야 할 재미있는 문제를 찾아다녔을 뿐입니다.”
졸업 후 2016년 카이스트로 왔다. 문제해결을 즐거워하는 그에게 연구자의 길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공학 연구는 혼자 하기 버겁습니다. 팀이 중요하죠.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 좋았습니다. 제게 연구와 가르치는 일은 다르지 않았어요. 둘 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었고, 저는 새롭고 혁신적인 해결방식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 마음은 실제 산업이 가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고 싶다는 욕구로 성장했어요. 스타트업을 시작할 이유로 충분했죠.”
창업에 대한 꿈은 2022년 스탠퍼드대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구체화됐다. 공동창업자인 권창현 부교수가 카이스트로 안식년을 오게 된 것도 2022년이었다. “안식년은 원래 하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으로, 권 부교수는 수학적인 분석으로 문제를 풀고자 했죠. 방법론을 달랐지만 지향점이 같았어요.”
◇물류 및 유통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2023년 4월 카이스트 교원 창업 기업 오믈렛 법인을 설립했다. 오믈렛은 연구실에서 출발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산업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취지로 출범했다. “산업현장에는 늘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현장에만 있다 보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더 개선하는 정도를 선택하게 되죠.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큰 제약 없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론들을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하니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도 있고요. 또한 실용성을 생각하면서 연구하니 효용가치가 큰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오아시스’를 개발했다. 기존의 기업들이 이미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서비스로 바꿔서 공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단순히 대전에서 서울까지 오는 최단 경로를 계산해줘 식의 사무자동화를 뛰어넘습니다. 예를 들어 배송 최적화를 계산할 때 물류 기업이 배송해야 할 목록 데이터를 입력한 뒤 이동거리 최소화, 배송소요시간 최소화, 배송시간 준수 등 지향하는 목표별로 가중치를 입력하면 이를 기반으로 동선을 짜줍니다. 사용 방법도 아주 간단해요. 챗봇 방식으로 질문과 조건을 넣으면 문제를 풀어줍니다.”
현재 오아시스는 물류 시장에 먼저 진입한 상태다. “배송최적화 뿐만 아니라 택배박스의 사이즈를 최적화하는 일도 합니다. 기존의 최적화 서버는 배송해야 하는 위치가 1000개만 넘어가도 인공지능이 계산하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면, 오아시스는 10초 안에 풀어낼 수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새로운 문제 풀이 방식이죠.”
오아시스는 SaaS(software-as-a-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다. 수입원은 구독료다.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고객들은 구독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직접 컴퓨터에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접속해서 사용 가능합니다. 현재는 기업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개인 트럭 기사들이 배송 순서 최적화를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 대상의 애플리케이션도 곧 출시 예정입니다.”
◇ 결국 AI에게 명령을 하는 건 인간이니까요.
탄탄한 기술력 덕분에 오믈렛은 2023년 4월 설립된 후 3개월 만에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11월에는 딥데크 팁스 기업으로 선정돼, 3년 동안 15억원을 지원받고 PoC(개념실증)을 할 수 있게 됐다. PoC로 이 증명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목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9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에 진출했다. 10월에는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딥테크 경진대회 중 하나인 ‘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풀고 싶은 문제가 많다고 했다. “편의점 같은 상점의 재고 관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수요를 예측해 남는 재고 없이 물건을 준비하는 일에 최적화 기술을 적용할 수 있거든요. 저희 서비스가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 전반에 순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트럭배송의 거리가 효율화되고, 박스 크기 최적화도 이루어진다면 환경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게 많거든요. 보유한 원천기술로 시장에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려 합니다.”
오믈렛의 최종적인 비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AI 빅테크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미 인간이 잘 하던 일을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이 아닌, 인간이 풀지 못하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공지능 조합최적화를 통해 산업적으로 임팩트를 주겠습니다. 복잡한 분자 조합을 인공지능을 통해 찾아내 노벨화학상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처럼,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싶어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력임을 보여주고자 한다.“결국 미래에는 AI에이전트가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거예요. 현재도 회계서비스, 광고대행, 마케팅까지도 AI가 다 하잖아요. 더 많은 일을 AI가 대체하게 될 시대를 단순히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 대응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최적화 결정을 오믈렛은 AI가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 이상의 일을 해야겠지요. 무엇이 중요한지 철학적 부분에 대해 인간은 더 고민해야 할 거예요. 결국 AI에게 명령을 하는 건 인간이니까요.”
/더비비드 김지은 객원 에디터,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