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킹산직' 이제 안 뽑나요?"…2030 '곡소리'

곽용희/김대영 2024. 10.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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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줄어드는 2030 "그냥 쉴게요"…6070이 빈자리 채운다
아버지 vs 아들 세대간 '일자리 전쟁' 서막
대기업 35%만 하반기 신입 공채
현대차 등 퇴직자 재고용제 확산
70세 이상 취업자수 200만 육박
청년 일자리였던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종사자, 60대가 30대 추월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년 만에 생산직 직원 700명 채용 공고를 냈다. 올해는 그 두 배가 넘는 1888명의 정년퇴직자를 다시 불러들였다. 현대차가 운용하는 ‘숙련 재고용제’ 덕이다. 지난해 1월엔 1905명, 2021년 1월에도 1187명의 정년퇴직자가 일터로 복귀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강력한 요청에 내년부터 1년 더, 최대 2년간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퇴직 근로자가 받는 돈은 신입사원 연봉 수준이지만 노조는 규모를 더 늘려달라는 입장”이라며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들어갈 자리가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대한민국 일자리 지형에서 전례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적지 않은 청년이 취업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고령 근로자들이 메우면서 또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청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플랫폼 일자리도 60대 이상 근로자가 채우면서 청년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줄어든 일자리, 취업의지 감소 ‘악순환’

통계청의 9월 취업 통계에 따르면 취업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울타리 밖에 머무는 청년은 1년 만에 크게 늘었다. ‘쉬었다’고 응답한 20대는 전년 대비 17.9%(6만3000명) 늘어난 41만6000명으로 증가 규모는 2021년 1월 이후 4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의 취업 의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취업 포기 청년이 늘어난 배경에는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기준 20대 임금근로자 338만9000명 중 비정규직은 14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20대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43.1%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최고치(8월 기준)였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도 청년 채용을 줄여가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인재관리(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기업 808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동향을 8월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3곳 중 35.0%만 채용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43.8%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최근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해 화제가 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신입 채용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깜짝 실적이 신입 채용 규모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업무 분담 없이 보상만 강화한 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체 근로자 대비 노년층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취업자는 284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22만 명 증가했다. 그중 70세 이상 취업자는 192만5000명으로 200만 명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 15만 명 늘어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70대 이상 고용률도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70대 이상 10명 중 3명 이상은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 설 자리 점점 줄어

청년 일자리로 여겨지던 업종조차 노년층이 ‘잠식’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 역시 중장년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9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복수 가입 현황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무제공자는 2024년 기준 23만5301명으로 50대 39만819명, 40대 37만517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30대가 22만1152명, 20대가 9만254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 노무제공자가 30대 노무제공자 수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년을 맞이하면서 정규 일자리 취업은 어렵다 보니 플랫폼 일자리에 뛰어드는 은퇴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인구직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9일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로 채용 공고와 아르바이트 지원량을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고 중 중장년(40~65세) 우대 공고 비중은 7.3%로 2019년 2.9%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60대의 아르바이트 지원량은 2021년 대비 36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도 고령층 선호가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중장년 위주 업종의 고령화도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택시 운전자 평균 연령은 63.04세로 10년 전(2014년)보다 6.15세 증가했다. 택시 운전자는 총 23만8106명인데 이 중 11만1515명이 만 65세 이상이다. 이는 10년 전(4만8642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70대 이상 경비원 수는 5만234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5만 명을 돌파했다. 아직은 60대 경비원이 6만4706명으로 가장 많지만 지난해 6만9470명 대비 감소한 반면 70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인력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장년층만 늘고 있다”며 “과도한 고령화가 이어질 경우 기술 전수 단절, 서비스 품질 및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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