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모두의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유튜브 조회수로, 커버 댄스로, 그리고 이제는 스크린 위에서. 그를 모르는 Z세대 팬의 모창에서부터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어르신이 따라 하는 댄스까지 마이클 잭슨은 국경, 인종, 세대를 넘어선 단 한 명의 팝의 제왕으로 우뚝 서 있다.
앙투안 푸쿠아 감독의 영화 ‘마이클’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의 반발, 마이클 잭슨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아동 관련 의혹에 대한 침묵, 마이클 잭슨을 연기하는 그의 조카, 특정인의 통편집 등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공개됐다. 이 영화를 둘러싼 물음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전기 영화는 한 인간을 얼마나 진실되게 그릴 수 있는가.
답은 회의적이어서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마이클’이 끌어안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소송을 두려워하고 제작사는 수익을 계산한다. 그 사이에서 인물의 속 깊은 내막은 지워지거나 희석된다. 제작에 마이클 잭슨 유산 관리재단이 관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팬들은 미리 이 영화의 진위를 의심해 왔다.
그렇다면 ‘마이클’은 실패한 영화인가. 그렇지는 않다. ‘마이클’은 그를 그리워하는 팬덤을 위한 선물 같은 작품이다. 소년에서 전설로 성장하는 서사, 아버지의 통제를 벗어나 위대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과정, 무대 위에서 폭발하는 에너지, 시대를 가로지르는 음악.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어둠보다는 빛을, 고통보다는 신화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극장문화의 지형을 읽을 수 있다. 현재 극장의 가장 충실한 관객은 40~60대다. OTT의 범람 속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극장을 찾는다. 자신이 청춘을 보낸 시대의 음악, 열광했던 스타의 이야기가 큰 화면에 펼쳐질 때 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마이클 잭슨의 황금기인 1980~90년대를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가 바로 지금의 중장년 관객이다.
최근 몇 년간 극장가를 달군 작품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엘비스’는 록 음악의 황금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그 시절을 돌려줬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편이 20년 만에 제작되고 ‘미션 임파서블’이나 ‘쥬라기 공원’처럼 수십년 된 프랜차이즈의 속편이 줄을 잇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수(鄕愁)는 콘텐츠가 된다. 중장년 관객의 기억 속에 각인된 브랜드는 가장 안전한 흥행 공식이다. ‘마이클’은 그 공식의 정점에 놓인 기획이다.
하지만 이 현상을 냉소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전기 영화는 오래된 형식이고 인물의 이상화는 이 장르의 본질적 속성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의 태도다. ‘마이클’을 보면서 스크린 위의 그가 마이클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하나의 해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해석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구성됐는지를 따져 묻는 것이 영화를 보는 성숙한 일일 것이다.
곧 제작될 속편에서는 마이클 잭슨을 오래도록 괴롭힌 사건과 그의 내면에 대한 다각적인 묘사를 기대하며 신화가 아닌 인간 마이클과 비로소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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