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배우의 애끊는 사부곡에 임영웅도 깜짝!
"저는 82살인데 아직 일을 하고 있어요."
가수 임영웅을 좋아하는 80대 팬이 보낸 사연인가 싶었지만, 이 글을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배우 나문희였다.
나문희가 21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가수 임영웅의 전국투어 '아임 히어로'의 마지막 공연에 '팬'으로 참석해 직접 쓴 편지를 읽어 현장에 모인 1만여명의 영웅시대 팬들을 놀라게 한 동시에 일부 팬들은 눈물 짓게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 부산 광주 대전에 이어 고양으로 이어진 임영웅의 전국투어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연출된 애틋하면서도 따뜻한 풍경이다.
나문희와 배우 김영옥은 이날 임영웅 콘서트를 찾았다. 평소 임영웅의 노래를 즐겨 듣는 팬이라고 밝혀온 두 배우는 이날 나란히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관계자들도 두 배우의 방문 사실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
21일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시작해 대구 부산 대전 광주로 이어지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성황리에 맞친 가수 임영웅. 사진제공=물고기뮤직
현장에 모인 1만여명의 팬들이 나문희와 김영옥의 방문을 알게 된 건 공연의 한 코너인 '임영웅의 스페이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다. 팬들이 미리 써서 사연함에 넣은 편지들 가운데 몇 개를 뽑아 공연 도중 임영웅이 읽고 사연의 주인공과 짧게 대화하는 내용의 코너다.
임영웅은 이날 '일산에 사는 호박고구마'라는 이름으로 사연을 보낸 주인공의 글을 읽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연의 주인공이 나문희라는 사실은 임영웅은 물론 관객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에 사는 호박고구마'라고 밝힌 주인공은 '82살인데 아직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일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방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남편이 보고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넘어져서 이마가 다쳤다고 하더라'라는 사연을 공개했다.
이후 남편은 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먼저 하늘로 떠났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사연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임영웅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깊은 위안과 위로를 받았고, 그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자 사연을 보낸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연 공개 이후 글을 쓴 작성자가 나문희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에게 카메라를 비추자, '일산에 사는 호박고구마'의 정체가 드러났다. '호박고구마'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나문희를 상징하는 인기 키워드다.
나문희가 사연자로 드러나자 무대 위의 임영웅 역시 깜짝 놀랐다. 이어 친필 사인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나문희는 지난해 12월 남편을 먼저 하늘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평소 방송이나 인터뷰 자리에서 남편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밝혀왔던 만큼 남편상 이후 큰 슬픔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임영웅의 노래는 다른 영웅시대 팬들과 마찬가지로 나문희에게도 커다른 위안이 됐다.
● 나문희와 김영옥 주연 영화 '소풍', 임영웅 자작곡 수록
나문희와 김영옥이 임영웅과 맺은 인연의 시작은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제작 로케트필름)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소풍' 제작진은 작품의 내용과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알갱이'가 어우러진다고 판단해 곡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임영웅은 영화 OST를 부르거나 자신의 노래를 영화에 삽입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제작진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임영웅 측은 60년간 우정을 나눈 두 친구의 마지막 여행을 그린 영화의 내용에 공감해 곡 사용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60년만에 고향인 남해를 찾은 친구이자 사돈인 은심(나문희)와 금순(김영옥)이 그곳에서 10대 시절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을 만나면서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모래알갱이'는 '소풍'의 엔딩곡으로 삽입된다.
'소풍'은 설 연휴에 맞춰 2월7일 관객을 찾아온다. 임영웅의 노래가 담긴 영화로 주목받는 가운데 노년의 우정과 사랑, 이별의 이야기로 관객의 선택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감독
- 김용균
- 출연
-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류승수
- 평점
- 정보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