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못 내려 vs 그 값엔 안 사... 매도, 매수 힘겨루기에 판교 아파트 '거래절벽'
판교역 초역세권, 동판교 대표 단지마저 ‘억대 하락’ 충격
수도권 주택시장에 한파가 들이닥친 가운데 ‘천상계’로 꼽히는 판교 집값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억대 하락거래가 하나둘 등장하는 한편, 매물도 적체되고 있죠. 하방압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판교의 버티기가 내년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백현마을 2단지에서는 수억 원대 하락 거래가 등장했습니다. 전용 101㎡ B타입이 14억 8천만 원으로 거래됐죠. 4월에는 최고 18억 4,500만 원으로 거래됐었는데, 반년도 되지 않아 3억 6천만 원이 하락한 셈입니다.
이웃한 판교푸르지오그랑블에서는 4억원 넘게 하락한 거래가 나왔습니다. 6월에는 24억 원에도 실거래가 성사되었던 전용 98㎡ B타입이 7월에 19억 5,483만 원으로 거래됐습니다. 인기 면적인 전용 84㎡도 억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11월에 백현마을 2단지 전용 84㎡ A타입이 17억 6천만 원으로 실거래됐는데요. 앞서 7월만 하더라도 최고 18억 7,500만 원으로 거래된 타입입니다.
현지 공인중개사 A씨는 “수억 원 단위 하락은 직거래 등 특수관계인 거래로 보는 것이 낫다”고 판교의 전반적인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거래는 없지만 호가가 낮아지기는 어렵다. 이 동네 소유자들은 집을 차라리 비워두지 헐값에 팔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거래들이 판교를 대표하는 주요 단지에서 나왔다는 점은 우려를 더합니다. 두 단지 모두 판교역(신분당선, 경강선) 역세권 단지로 소위 ‘동판교’의 주요 단지입니다. 특수관계인 거래가 대표성을 보일 정도로 거래도 바닥을 쳤습니다.
서판교 등 외곽지역에서도 하락거래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운중동 산운마을12단지 전용 59㎡ A타입은 7월에 10억 500만 원으로 거래되며 10억 원대를 탈환했으나, 10월에는 7천만 원 이상 하락한 9억 3천만 원으로 실거래되었습니다.
판교동 판교원마을5단지 전용 84㎡ A타입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7월에 15억 8천만 원을 기록했습니다만, 10월에는 1억 낮은 14억 8천만 원으로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준강남 판교가 조금씩 흔들리면서, 수도권 주택시장 전반에도 조금씩 불안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매수심리는 바닥을 쳤는데 매물만 늘어… 내년에는?
거래량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판교신도시(백현동, 삼평동, 판교동, 운중동)일대 매매량은 9월 기준 5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꾸준히 올라 91건을 기록했던 거래량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죠.
거래량은 줄어드는 반면에 매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4개 동에서 출회된 매물은 올해 1월 30일 기준 684건에 그쳤으나, 11월 21일에 이르러서는 66% 늘어 1,139건을 기록했습니다.
현지 공인중개사 B씨는 “연초에 심리가 악화되었을 때 급매물이 다수 출회되어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지금은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거래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하는 한편, “대기수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으니 힘겨루기 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수심리도 바닥을 쳤습니다.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경기도의 매수우위지수는 21.8p에 불과하고, 서울 강남권도 31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수우위지수는 현지 협력 공인중개사들이 체감하는 매도희망자 대비 매수희망자의 비중을 0~200의 지수로 표현한 자료로, 100보다 적을수록 매도희망자가 매수희망자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집값 보합세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이 아래를 떠받친 결과다. 하지만 3분기 기준으로 주담대가 1,049.1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내년에는 정책적으로 대출의 축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상황이 매우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