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다이어트’라는 말에 속지 마라
- 체중 감량의 원리에 비춰보면, ‘빠른 것’은 비정상
- 느린 것이 가장 빠른 것이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사람은 많다. 본인이 감량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힘든 것은 꺼려한다. 그리고 체중 감량은 힘든 일 중에서도 특히 힘든 일로 꼽히는 과정이다. 먹는 즐거움을 절제해야 하고, 운동의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며,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빠른 다이어트’에 혹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다양한 운동 기구부터 보조 제품까지 광고를 보면 1~2개월 안에 광고 속 모델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자감’이 생기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상식에 근거한 기본이다. 체중 감량 역시 마찬가지다. 체중 감량의 근본적 목적이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을 갖기 위해서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기본 원리, ‘적당한’ 칼로리 적자
‘적자’라는 단어의 어감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체중에 있어서만큼은 몹시 긍정적으로 사용된다. ‘칼로리 적자’는 공식적·과학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사용되는 표현이다. 쉽게 말해, ‘소모 칼로리 > 섭취 칼로리’일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위의 부등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칼로리 목표’다. 오직 섭취 칼로리가 더 적게 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다면, 그냥 단식을 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도 효과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식을 전략적으로 일부 활용할 수는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단식을 유지하면 문제가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칼로리 적자 상태를 정확하게 유도하려면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의 칼로리를 소모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정밀한 장비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하루 500kcal 줄이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1주일에 1~2파운드(약 0.45kg~0.9kg)씩 감량하는 것을 권장한다. 대한비만학회에서 제시하는 기준도 비슷하다. 대략 주당 0.5kg~1kg을 권장한다. 1개월을 기준으로 한다면 2kg~4kg 수준이다. 물론 주당 1kg를 감량하는 것은 상당한 고행을 동반하는 일이다. 극단의 의지력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주당 0.5kg 목표가 적당하다.
체중은 어떻게 줄어드는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을 가리켜 흔히 ‘신진대사’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화학반응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이해할 때는 ‘기초 대사’와 ‘운동 대사’를 중심으로 보게 된다.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하면 기초 대사는 호흡, 체온 유지, 혈액 순환 등 신체의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대사와 음식의 소화 및 흡수 대사로 나눌 수 있다. 운동 대사 또한 의도적인 운동과 일상적 움직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기초 대사와 운동 대사 정도로만 분류해도 충분하다.
즉, 이들 모두를 합한 에너지 소모량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양보다 많으면 체중이 줄어든다. 공식은 간단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신진대사로 인한 에너지 소모량은 나이에 따라 다르고, 성별에 따라 다르다. 이것만으로도 복잡한데, 같은 나이에 같은 성별이라 해도 유전적 요인, 현재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칼로리 적자’를 얼마나 유지하는지, 감량을 시작하기 전 체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도 감량 속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감량 공식이 존재할 뿐,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빠른 다이어트’는 부메랑이다
여기까지 봤다면 ‘빠른 다이어트’를 내세우는 것들 중 상당수가 과장된 것, 허황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보통 ‘빠르다’라고 말할 정도의 급격한 감량은 어느 정도일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보통 1주일에 4~5kg 감량, 1개월에 10kg 감량이라고 하면 ‘빠르다’라는 수식이 적당하지 않을까.
만약 이 정도 속도의 감량이 가능하려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극도의 수분 손실이다. 잉여 에너지로서 탄수화물을 중첩해서 저장해둔 글리코겐이 감소하면서 수분이 함께 배출되는 것이다. 1g의 글리코겐은 약 3g의 수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글리코겐이 감소하면 상당한 양의 수분이 배출되며 무게가 줄어들게 된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명 ‘근손실’이다. 근육은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고, 그 자체로 치밀하게 구성돼 있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근육 손실은 기초 대사율을 낮추고, 신체의 여러 기능을 떨어뜨리는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렇게만 봐도 결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하게 체중이 줄어들게 되면, 우리 몸은 ‘적자 상태에 대한 대사 적응’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대사 속도를 늦추는 절전 모드가 되는 셈이다.
어떤 원리로 포장하여 설명하는지는 관계가 없다. 위와 같은 빠른 다이어트를 결과로 내세우는 모든 방법은 대개 비정상적이며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말 극단적인 예외로,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수준의 과도한 체중을 가진 경우가 있다. 이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빠른 감량을 진행하는 경우이므로 일반적인 다이어터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즉, ‘빠른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마련이다.
느린 것이 가장 빠른 것
‘느린 것이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지름길로 달려가는 이들의 눈에는 느릿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이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며칠 사이의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좀 더 활력이 넘치고,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며,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매일 들여다보는 거울 속의 자신은 분명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일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차라리 매일 거울을 보는 일을 멈추는 편이 낫다. 2주 단위, 1개월 단위로 본다면 분명히 달라져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몸이 달라진 만큼, 자신의 삶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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