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간제 근로 3~4년으로 연장 검토
“기업 기간제 선호 증가” 우려도
정부가 20여년 만에 기간제법 손질에 나섰다.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3~4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4년짜리 기간제’로 일해온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기간 연장은 고용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 요건을 더욱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5일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현행 2년 상한인 기간제 사용기간을 손보기 위해 6월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전문가 논의와 사회적 대화를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민주노총과 만난 자리에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됐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기간 연장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영어강사 김미영씨는 “같은 학교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4년마다 다시 채용 절차를 밟는 건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며 “기간이 조금 길다고 해서 고용이 안정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첫 학교에서 3년6개월 근무 후 근무지를 옮겼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2009년 도입된 제도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와 매년 계약을 맺고 한 학교에서 최대 4년만 근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근속기간과 퇴직금이 초기화되고, 4년마다 대량 이탈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강사 박민수씨(가명)는 “매년 재계약을 하고 4년 단위 신규 채용 때마다 시험을 다시 봐야 했다”며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고, 4년마다 공정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평가받다 보니 관리자나 학교 분위기에 따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계속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바라는 건 정규직도 아니고 무기계약직”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을 지금보다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사용사유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과 비정규직 고용 비용을 높이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용사유 제한’은 기간제 고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일시적·간헐적 업무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간제를 쓰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대신 기간제를 쓰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규직 채용을 기간제가 대체해버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청년들이 4년을 기간제로 일한 뒤 노동시장에 나오면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되는데 새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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