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탈출 게임 차용해 체험활동한 수련원, 저작권 침해일까[사법창고]

박기석 2024. 10.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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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시간 내에 단서를 발견하고 퀴즈를 풀어 밀실에서 탈출하는 놀이 공간인 방탈출 카페.

방탈출 게임의 경우 미리 단서와 퀴즈의 해답, 스토리의 결말 등이 노출되면 고객이 흥미를 잃어 더 이상 찾지 않을 수 있기에 방탈출 카페는 비밀 엄수를 강조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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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방탈출 게임 실시해 저작권·영업권 침해” 손배
법원 “저작자인지 분명치 않고 영업권 침해도 단정 못해”
기존 방탈출 게임 테마와 유사한 게임을 방과후 체험활동으로 실시한 수련원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두고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9월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한 시간 내에 단서를 발견하고 퀴즈를 풀어 밀실에서 탈출하는 놀이 공간인 방탈출 카페. 방탈출 게임의 경우 미리 단서와 퀴즈의 해답, 스토리의 결말 등이 노출되면 고객이 흥미를 잃어 더 이상 찾지 않을 수 있기에 방탈출 카페는 비밀 엄수를 강조하곤 합니다. 아울러 방탈출 카페는 기존 카페가 운영하는 게임 테마와 겹치지 않도록 독창적인 퀴즈와 스토리를 고안하려 합니다. 비밀성과 독창성이 핵심인 방탈출 게임 테마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부산에서 방탈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22년 충남의 청소년 수련원이 자신의 카페에서 진행하는 게임 테마와 유사한 게임을 방과 후 체험활동으로 실시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련원 직원 B씨는 온라인으로 A씨 카페의 게임 테마를 접하게 됐고, 이와 유사한 줄거리와 포스터, 소품을 사용해 방탈출 게임을 기획해 1회 진행했던 것입니다. A씨는 수련원에 항의했고, 수련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이후 A씨는 수련원과 B씨를 상대로 총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B씨 등이 자신의 저작권과 영업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수련원이 도용한 방탈출 게임 테마 대신 새로운 테마를 고안·시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3200만원, 시공 기간 약 3주간 일실 이익 300만원, 위자료 500만원 등이었습니다.

1심을 심리한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9월 A씨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해당 방탈출 게임 테마의 저작자인지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게임 테마의 줄거리나 배경은 A씨가 고안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차용한 점, ▲일정한 시간 내의 밀실에서 탈출해야하는 것은 방탈출 게임에 있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인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 ▲해당 게임 테마의 소품은 공포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들로 A씨의 독창적인 표현의 도구 내지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고도 재판부는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가 방탈출 게임을 1회 실시함으로써 게임 테마의 비밀이 노출돼 더 이상 해당 테마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방탈출 게임의 핵심은 줄거리나 배경이라기보다는 퀴즈나 트릭, 암호, 방해물 등 구체적인 탈출 과정에 있다고 보인다”며 “A씨의 카페와 수련원의 체험활동에서 얼마만큼 동일 또는 유사한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됐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해당 방탈출 게임 테마에 비밀성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방탈출 게임과 같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제공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저작물의 비밀성이란 근본적으로 제한된 것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스릴러 영화의 결말을 온라인에 유출한 관람객에 대하여 영화를 손괴했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수련원에서 체험활동이 치러졌다는 사정만으로 A씨 카페의 영업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B씨 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법창고. 서울신문 DB.

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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