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청라국제도시 격 깎아내릴라

박정환 기자 2025. 12. 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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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경자구역과 하천
6조6천억 사업에 하천정비 1800억도 아깝나
물 흐르지 않는 수로, 걸핏하면 물고기 떼죽음
나무그늘 찾기 힘든 수변공간, 주민 눈살 찌푸려
투자 인색, 50여년 전 자조근로 매립 때와 닮아
LH, 3.3㎡당 25만원 땅 터닦고 40배 올려 팔아
청라 입주민 생태하천 네트워크 발족 감시 태세
“하천정비 책임시공·관리감독 소홀 따지겠다”
공촌천·심곡천 정비 공약 채택 지선 후보자 압박
▲ 지난달 27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입주민들이 총회를 열고 '청라 생태하천 네트워크' 발대식을 개최하고 있다. /인천일보DB

고품격 생태하천 조성 주민이 감시한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개발사업이 마무리 수순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당초 올해 말까지 전 구역(2-①~④단계·1780만4756㎡)을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2-④단계(454만1978㎡) 준공 시점을 2027년 12월 31일로 늦췄다.

한국농어촌공사의 화훼단지와 인천시·인천도시공사의 의료복합타운·로봇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아직 착공하지 않았거나 덜 마무리됐다.

계획인구 9만8060명의 기반시설 구축은 거의 완성 단계다. 6조6000억원을 들인 '업무와 주거가 공존하는 신개념 비즈니스 타운'의 틀을 벌써 마련했다. <표 참조>

지난달 27일 인천 서구 청라 광역 생활폐기물 소각장에서 '청라 생태하천 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지난 7월 16일 청라 3동 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 개최된 '공촌천·심곡천 하천 환경개선 토론회'에 이은 후속 조치로 워킹그룹 성격이었다.

청라 생태하천 네트워크(상임대표 최한수 청라 아파트입주자연합회 대표)의 시각은 달랐다. 공촌천과 심곡천이 청라국제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는커녕 되레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수변.' 이것이 청라국제도시의 중심 하천, 공촌천과 심곡천의 현실이라는 지적이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미완의 두 하천 관리권을 넘겨받지 않고 있다.

공촌천과 심곡천은 청라 매립지의 역사와 닮은꼴이다. 청라 매립지는 땅 주인이 바뀔 때마다 개발계획이 달라졌다. 그도 아니면 땅의 용도를 변경한 뒤 시행자를 찾아내 개발권을 쥐여줬다.

전국서 몰려든 자조 근로자들은 '땅을 나눠 준다 "는 말에 홀려 죽기 살기로 청라 앞바다를 메웠다. 바다는 땅으로 변했지만, 자조 근로자는 여전히 송곳 꽂을 땅조차 갖지 못했다.

하천과 유수지 조성비를 포함한 분양가로 아파트와 상가 등을 산 청라 주민이 나서기 시작했다.

▲ 인천 서구가 2020년 세운 4대 하천 생태복원 종합계획에 나온 공촌천과 심곡천 위치도.

5년 전 하천 생태복원 종합계획 어디 갔나

2020년 인천시 서구는 공촌천·심곡천 등 하천 생태복원 종합계획을 세웠다. 공촌동에서 청라동 공촌4교까지 8.64㎞에 이르는 공촌천의 복원 비전은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었다.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로봇랜드까지 7.67㎞을 잇는 심곡천의 테마는 '꾸~욱, 금개구리가 우는 개울'이었다. 사업비는 2030년까지 공촌천 531억원, 심곡천 1120억원 정도였다.

지금도 그렇듯 공촌천과 심곡천의 수질은 '매우 좋음'과 '매우 나쁨 '사이를 널뛰고 있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ℓ당 공촌천 1.1~17.1㎎, 심곡천 1.5~13.2㎎이었다.

서부산업단지와 신현·가정 일원, 원창동 공장지대의 생활하수가 하천에 들어오고, 물 흐름 정체로 자정 능력이 떨어졌다.

▲ 2020년 8월 심곡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자 관계자들이 긴급 수습과 원인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일보DB

2023년 8월 심곡천에서 물고기 민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2020년 같은 달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심곡천의 용존산소 농도가 0.74ppm(매우 나쁨)으로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최저 농도 2ppm을 한참 밑돌았다.

심곡천(수면적 41만㎡) 유지용수로 공촌하수처리장 처리수를 하루 1만4000t을 썼다. 한강 원수도 하루 3000t을 끌어댔다. 그래 봤자 심곡천 수심은 겨우 11㎝에 불과했다.

공촌천(수면적 34만㎡) 역시 공천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하루 1만3000t, 한강 원수 3000t을 유지용수로 흘려보냈다.

수위가 낮은 데다가 바닥 퇴적토가 썩으면서 발생한 가스로 물고기가 질식했다.

LH는 인천시 하천정비기본계획(2010년)에 따라 공촌천과 심곡천을 준설한 뒤 2019년이나 2020년쯤 관리권을 시에 넘길 계획이었다.

사업비 190억 원을 들여 바닥 오니 18만여㎥씩을 긁어내 물이 자연적으로 흐르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감감하다. 내년 3월께 끝날 '청라 공촌천· 심곡천 배수갑문 개선방안 검토용역' 탓이다.

▲ 1. 수변에 나무 없이 데크만 덜렁 놓여 있는 공촌천 하류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인천일보DB 2.하천 둔치에 잔디와 석축 위에 데크가 설치된 심곡천 유수지에서 시민들이 보행로를 따라 걷고 있다. /인천일보DB

배수갑문 재정비·관리 이관 놓고 으르릉 

공촌천과 심곡천의 배수갑문은 1984년에 설치됐다. 그만큼 낡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인천경제청은 단일수문인 배수갑문은 이중 수문으로 교체할 것을 LH 측에 주문했다. 사업비는 하천 1곳당 200억∼ 300억 원이다.

배수갑문 교체 여부를 결정한 후에나 오니를 퍼내고 수질 개선 작업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용역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LH는 배수갑문과는 별개로 먼저 시와 인천경제청이 관리권을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역이 끝나 준설과 수질 개선작업을 하는데 앞으로 3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애꿎은 청라 주민이 몰골 사납고 악취 풍기는 공촌천과 심곡천으로 골탕 먹게 생겼다.

2016년 11월 LH는 청라국제도시 안 IHP도시첨단산업용지를 조성원가 기준으로 3.3㎡당 305만~363만 원으로 공급했다.

2015년 4월에는 주상복합용지를 3.3㎡당 829만 원에 팔았다. 2013년 9월 대형 매장 등 편익시설이 밀집된 일반상업용지를 3.3㎡당 864만 원에서 1012만 원에 내놨다. 아파트 용지는 509만원으로 책정했다.

2012년 7월 연립주택과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 공급가는 3.3㎡당 각 367만 원과 324만 원이었다.

물론 공촌천과 심곡천 등 하천정비 사업비는 공급가에 포함됐다.

입주민의 권리, 행동으로 찾아간다

1999년 정부는 파산 직전인 동아건설산업㈜의 청라(김포)매립지 1225만㎡를 6천355억 원에 사들였다. 3.3㎡당 17만2000원꼴이었다.

정부는 2004년 이 땅 중 1천35만㎡를 3.3㎡당 25만3000원에 LH에 매각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3.3㎡당 37만6000원에 41만㎡를 넘겨받았다. 지금의 화훼 단지 일대다.

LH는 땅을 고른 뒤 3.3㎡당 적게는 12배에서 많게는 40배 올려 팔았다.

청라경제자유구역은 사실 동아건설산업이 전부 매립한 땅이 아니다. 동아건설산업이 매립면허권 취득(1980년 1월 14일)하기 훨씬 이전인 1964년부터 영세민이 일궈낸 터다. 국제 민간구호단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난민정착사업이자 자조 근로 사업이었다.

미공법 480-Ⅱ에 따라 자조 근로자는 하루 품삯으로 밀가루 3.6㎏을 배급받았다. 미군 76공병대와 인천항사령부의 장비를 지원받아 제방축조 장과 매립사업장에서 노역했다.

많게는 하루 2000여 명에 달했던 노역자들은 '죽어라' 매립공사에 매달렸다.

▲ 1. 1960년대 말 청라공유수면 매립공사 현장에서 자조 근로자들이 지게로 돌을 옮겨 바다를 메우고 있다. /인천일보DB 2. 1990년대 말 동아건설산업에 의해 농경지로 조성된 청라 매립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인천일보DB 3. 청라 호수공원 수로 한 가운데 시티타워가 세워질 터가 배 모양의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인천일보DB

매립이 끝나면 내 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노역에 참여한 가구주 1인당 3000평(1㏊)씩 분배한다'고 규정한 정부의 '자조 근로 사업 실시요령' 때문이었다.

고잔~장도~일도~청라도~문첨도~장금도~율도 간 7개 섬을 잇는 길이 6093m의 제방을 축조한 노역자들은 1㏊ 소유는커녕 농사용 임대 터조차 요구할 수 없었다.

"지역 정치인은 청라 하천에 주목하라"

청라국제도시 안 하천과 유수지는 전체 면적의 9.1%로 주택과 관광위락 용지 다음으로 넓다.

이 시설의 지향점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여야 한다. 생태하천 복원이 목표이라지만 지금껏 어류나 동·식물의 변화상을 볼 수 있는 자료를 쌓지 않았다. 배수관리가 안 돼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도, 오물이 쏟아져 썩은 내가 진동해도, 유수지가 단순히 빗물만 모아두는 곳으로 버려져도,  하천 둔치와 유수지 주변에 나무 그늘과 화장실조차 없어도, 그냥 대충 넘어간 게 지금의 청라국제도시 하천과 유수지의 실태다.

지난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청라 1·2·3동을 포함해 서구 주민 602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응답자의 60%가 화장실·안전시설·수질오염·악취 등에 불만족을 나타냈다. 조경과 수림의 불만족은 73%였다. 생태하천 미조성의 책임에 대해 87%가 LH에, 7%가 시와 서구에 있다고 꼽았다.

최한수 상임대표는 "LH에는 하천 조성 책임 시공을, 지자체에는 하천 시공 관리·감독 강화를, 지역 정치인에게는 지속적 관심을 주문하고 공청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이행과 개선 사항을 주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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