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몸, 정렬의 기술

몸이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몸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때.

턱 괴기, 다리 꼬기, 짝다리 짚기, 가방 한쪽으로만 메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무심코 이런 습관을 반복하고 있다면 당신의 몸은 비뚤어졌을 확률이 높다. 물론 30대까지는 젊음의 힘(?)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40대부터 그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서울부민병원 척추 변형 전문의 윤선진 과장은 “30대까지는 몸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으나 40~50대 이후에는 불균형이 누적돼 척추가 변형되기 시작하고, 점차 각종 척추질환이 반복되는 악순환기에 접어든다”라고 경고한다. 파이프에 생긴 작은 균열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결국 건물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불상사가 생기기 마련. 몸에 생긴 불균형이라는 작은 균열은 서서히 몸 전체에 영향을 끼쳐 한순간에 건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삐딱한 몸이 부르는 질병 도미노
‘부정렬증후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강 용어다. 신체 정렬이 비뚤어져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잘못된 자세를 유지하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몸속에서는 관절, 근육, 인대에 비정상적 하중이 서서히 쌓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척추와 관절이 정상 정렬에서 벗어나면서 다양한 통증과 증상을 유발하는 부정렬증후군이 찾아온다.

윤선진 과장은 부정렬증후군의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 과사용으로 인한 ‘목부정렬증후군’을 꼽는다. 스마트폰에 빠지면 마치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쑥 빠지는 모양이 되는데, 이 때문에 목뼈가 비정상적 정렬을 이루게 된다. 이는 경추 2번과 7번의 시상면 정렬선이라는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2번과 7번 경추 앞뒤 거리가 4cm를 넘으면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 것. 아울러 이 자세는 허리, 고관절, 무릎, 발바닥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골반과 척추의 부정렬’이다. 윤선진 과장은 “골반을 땅에 비유하면 척추는 그 위에 세워진 건물과 같다”라고 설명하며, “땅이 기울면 건물이 쓰러질 위험이 커지듯, 골반 정렬이 틀어지면 척추의 구조적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골반이 기울면 척추가 비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쪽 디스크에 하중이 집중되거나 척추뼈 사이의 관절이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초기에는 단순 통증이나 피로에 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관절염, 심한 척추 변형으로 이행할 위험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 바로 지금!
부정렬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국소적 문제로 시작된 변화가 점차 여러 분절로 퍼져 결국 전신 척추 부정렬로 이어진다. 특히 회복이 가능한 30~50대의 ‘탄성 단계’를 지나면 점차 되돌리기 어려운 ‘변형 단계’에 접어든다. 변형 단계에서도 자세 개선, 운동 등을 통해 악화를 늦출 수는 있지만 탄성 단계에서 생활 습관을 미리 개선하고 교정해야 다양한 통증이 발생하는 부정렬증후군을 막을 수 있다. 바로 지금,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의식하며 균형 잡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윤선진 과장이 직접 실천하며 효과를 체감한 ‘척추·골반 정렬을 위한 5가지 습관’이다. 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간과하고 있던 잘못된 생활 습관을 교정해 보길 바란다.

➀ 생활 공간부터 점검하라
몸은 생활 환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신발, 책상, 모니터·키보드 위치, 침대, 세면대, 가구 배치 등 생활하는 곳곳은 모두 내 몸의 정렬에 영향을 준다. 특정 부위가 반복적으로 아프다면 자세와 공간 배치를 바꿔볼 것을 권한다.

➁ ‘의자’에 의존하지 말라
아무리 편한 의자라도 오래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플 수 있다. 등받이 없이도 근육의 힘으로 척추·골반 정렬을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떤 의자에서도 통증 없이 장시간 버틸 수 있다.

➂ 코어 근육으로 능동적 자세 만들기
플랭크 등 코어 운동으로 만든 근육은 걸을 때나 앉을 때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앉을 때는 뼈와 인대가 아니라 근육으로 버티고, 귀에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중력의 방향’을 의식하며 몸을 세운다. 호흡할 때 사용하는 근육까지 활성화되면 정렬 유지가 한층 쉬워진다.

➃ 책상과 운전대에서 균형 잡기
장시간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거나 운전을 하는 것은 척추·골반 정렬의 최대 적이다. 책상에서는 양 팔꿈치를 균형 있게 사용하고, 운전할 때는 양손으로 핸들을 적극적으로 잡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점검하기
내 몸의 큰 틀에서 균형을 맞췄다면, 이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몸의 정렬을 하나의 선처럼 이어가며, 좌우 다리 길이와 발 모양의 차이를 점검해 보자. 이렇게 미세한 균형까지 맞춰야 비로소 통증 없는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

코어를 강화해야 몸이 바로 선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운동’이다. 다만, 어떤 운동을 선택하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될까. 윤선진 과장은 “척추·골반 정렬을 위해서는 몸의 중심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코어 운동은 머리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몸의 중심 근육 전반을 강화해 무너진 척추·골반 정렬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코어 운동이 바로 플랭크다. 목과 허리를 일직선으로 유지하며 버티는 이 동작은 장시간 올바른 자세를 지탱하는 근육(Type1번 근육, 지근)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윤선진 과장은 “이 근육을 키우려면 10초씩 10회 반복하는 방식을 추천한다”라고 말하며 “한 번에 2~3분 버티는 일반적인 방식은 폭발적 힘을 내는 근육(Type 2번 근육, 속근)을 자극해 원하는 정렬 효과를 얻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Type 2번 근육은 100m 달리기처럼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할 때 사용된다.

만약 어깨 부위의 측만증이나 특정 척추 분절의 불균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위의 근육을 안정시키는 ‘슈로스’ 같은 맞춤 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회복 호흡과 자세 인식 훈련을 통해 척추 만곡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활 운동으로, 전문가에게 올바른 방법을 배운 뒤 꾸준히 실천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단, 골프 같은 운동은 주의가 필요하다. 윤선진 과장은 “30대 이후부터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잘못된 자세나 습관이 있다면 골프가 오히려 몸의 정렬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골프처럼 한쪽으로만 반복 동작을 하는 운동은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내 몸은 반듯할까? 운동 전 정렬 체크법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먼저 몸의 정렬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골반 정렬은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척추 정렬은 거울을 통해 비교적 쉽게 살필 수 있다. 양쪽 어깨 높이, 다리 길이,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선이 반듯한지 확인하면 된다.

윤선진 과장은 척추를 직접 만져보는 방법도 권한다. 척추 한가운데 있는 ‘가시돌기’라는 뼈가 목뒤부터 엉덩이 중앙까지 곧게 일자로 이어져 있다면 척추 정렬이 바른 상태다. 반대로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면 불균형이 의심되므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단, 누워 있을 때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의 모양이 각각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서 있거나 앉은 상태에서 척추 가시돌기를 하나씩 더듬어보면 서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전신 촬영 장비인 ‘EOS’를 활용해 보다 안전하게 전신을 검사하고, 몸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척추부정렬 여부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애덤스 전방 굽힘 검사’가 있다. 이는 앞으로 꾸벅 인사하듯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등의 비대칭 돌출 여부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법은 척추측만증 1단계 등 질환 초기 단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면 오히려 독!
운동할 때는 자세를 잘 점검해야 한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선진 과장은 “운동할 때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 집중해야 한다”며 “운동 중이나 후에 통증이 반복된다면 이는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이므로 좌우·앞뒤·위아래 균형을 맞추면서 올바른 자세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운동 중 자세가 자꾸 틀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불안정성이나 변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외상이나 사고 이력이 있다면, 특정 부위의 불안정성이 심해져 운동할 때마다 상태가 악화할 수 있으므로 운동 전 주치의의 확인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또 변형에는 딱딱해 교정이 어려운 ‘구조적 변형’과 노력하면 펴지는 ‘비구조적 변형’이 있다. 구조적 변형을 억지로 펴려고 하면, 오히려 비구조적 부위가 악화하거나 정상 부위가 손상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지도를 받은 뒤 운동을 시작한다.

작은 물방울이 매일 떨어지면 결국 단단한 돌에도 구멍이 생긴다. 잘못된 습관이 쌓이면 몸 전체의 정렬이 무너지는 이치와 비슷하다. 몸의 정렬은 한번 흐트러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것이 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9월호
글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사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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