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테리 보타스가 여기에 왜 나와?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

[용인=M포스트 구기성 기자] 지난 여름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F1 더 무비'가 흥행하면서 포뮬러 원(Formula 1)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가 향상됐다. 그리고 때마침 지난 12일 용인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서 F1 머신이 데모 런(Demo Run)을 선보이는 행사가 펼쳐졌다.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Peaches Run Universe 2025)'가 그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13년 만에 국내에서 포뮬러 1 머신이 주행할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로 꼽혀 많은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관심을 샀다.

피치스 런 유니버스는 패션, 음악, 예술, F&B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과 자동차 문화를 연결해 온 피치스가 선보이는 자동차 행사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F1 머신의 주행이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리저브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Valtteri Bottas)가 메르세데스-AMG F1 W13 E 퍼포먼스에 올랐다.

해당 머신은 2022년 시즌에 22번 출전해 17회 시상대에 오른 차다. 이번 행사를 위해 '사랑해', '감사합니다' 등 한국 F1 팬들을 위한 문구를 리버리에 추가했다.

데모 런은 이날 오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 세션은 보타스가 트랙을 천천히 돌며 서킷 구조를 익히는 데 집중됐다. 관중석 앞으로 뻗은 직선구간에 오르지 못한 채 네 랩마다 피트로 들어가 아쉬움이 남았다.

데모 런에 앞서 보타스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두고 블라인드 코너가 많고 고저차가 제법 있어 어렵지만 재미있는 서킷이라고 평가했다. 한 마디로 '즐거운 놀이터'라는 의미다.

두 번째 세션은 서킷에 적응한 보타스의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됐다. V6 엔진도 잠을 제대로 깬 듯 활기차게 사운드를 뿜어내며 실제 경기에 버금가는 달리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매 랩마다 랩 타임이 단축되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의 가장 긴 직선구간이 시작되는 3번 코너를 빠져나갈 때 이미 200㎞/h는 웃돌아 보였다.

데모 런 사이사이에는 고카트, 래디컬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 슈퍼카, 클래식카 등이 퍼레이드를 진행해 데모 런을 기다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보는 맛을 더했다. 특히 부가티 시론, 드 마크로스 에피크 GT1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슈퍼카들이 F1 머신 만큼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장 곳곳에도 포르쉐 911(964), 페라리 355, 쉘비 코브라, 재규어 E-타입 등의 희귀차들을 전시하고 푸드트럭을 대거 섭외해 관람객들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피트 개러지를 둘러보고 헬멧, 레이싱 슈트를 착용하며 레이싱 시뮬레이터도 체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세션은 번 아웃 시범이 포함됐다. 머신이 한 자리에 연속 드리프트로 원을 그리는 이른바 '도넛' 주행이다. 보타스는 10초 남짓동안 짧지만 강렬한 도넛을 아스팔트에 새기며 데모 런을 마쳤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건 아니었다. 잠시 후 이날 퍼레이드에 동원된 모든 차들이 보타스가 탄 벤츠 300 SL을 앞세워 서킷 한 바퀴를 돌았다. 관중석 앞에서 하차한 보타스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모자를 관중들에게 던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13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F1 데모 런은 과거 데모 런보다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만큼 성대하게 열렸다. 다만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아쉬웠다. 모터스포츠 경기 때에도 엄격히 통제하는 코너 구간을 경기가 아니라는 명목으로 개방하는 바람에 관람객들이 위험에 노출된 것. 펜스와 물을 채우지 않은 워터베리어를 세우긴 했지만 트랙과 관람객들과의 간격이 좁았다. 결국 행사 막바지에 주행 중이던 모터사이클이 미끄러지며 펜스 너머의 관람객들을 덮치는 사고가 나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행사는 화려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남긴 셈이다.

데모 런은 현재 F1이 열리고 있는 지역이 아닌 곳에서 진행하는 홍보 이벤트다. F1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팬층을 쌓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그렇 듯 F1 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피치스는 피치스 런 유니버스를 '한국판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로 만들고자 한다. 첫 행사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발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작이 무려 F1 데모 런이었으니 말이다. 다음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일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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