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가 3명!? 성형외과 의사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수가 되었던 소녀

채은정, 반짝였던 무대 뒤에 숨겨졌던 진짜 이야기

아이돌 그룹 클레오의 청순 센터, 하얀 머리띠의 소녀.
1999년 데뷔 당시 채은정은 단번에 10대들의 워너비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반짝이던 그 미소 뒤에는, 많은 이들이 미처 몰랐던 깊은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금수저 출신 아이돌”이라 불렀습니다. 청담동 출신, 아버지는 성형외과 의사. 겉보기엔 부족할 것 없어 보였던 채은정의 삶은,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채은정은 단 한 번도 자신을 ‘금수저’라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채은정은 열 살의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엔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해외 유학을 떠났고, 집은 늘 텅 빈 공간이었습니다. 돌아온 아버지는 재혼과 이혼을 반복했습니다. 세 명의 새어머니, 그때마다 생기는 낯선 가족들. 이 과정에서 채은정의 마음속엔 점점 깊은 벽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관계는 애정보다 반감이 더 컸고, 결국 고등학생이 되던 해부터는 스스로 독립해 살아야 했습니다.

가수라는 꿈은 동경보다는 반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 반대할 법한 일을 하고 싶었던 마음.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살고 싶었다”는 그 말 속엔, 어린 나이에 품을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과 단단한 자존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항상 밝고 당당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클레오 탈퇴 후에도 솔로 가수, 해외 활동,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스스로를 지켜나가야 했습니다. 캐리어 몇 개로 옮겨 다니는 삶, 라면 대신 계란을 데쳐 먹으며 버티던 시간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그 지난날들이 그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가장 깊은 부분은 아버지와의 관계였습니다. 20대 중반, 아버지가 손이 떨려 수술을 못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안타까움을 느꼈고, 마지막엔 “미안하다”는 아버지의 말에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삼켰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8년의 투병 끝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채은정은 “슬프지 않았다. 차라리 편히 쉬시게 되어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채은정은 지금, 다시 무대에 오르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예비 신랑과의 결혼식은 오는 8월. 그녀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그 안에는 반짝임뿐 아니라 눈물, 후회, 그리고 따뜻한 회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채은정.
무대 위의 아이돌이기 전에, 삶을 꿋꿋이 살아낸 한 사람의 이름입니다.